밥상머리55회누에보다 사람이 먼저다▲ 뽕잎요즘 며칠은 뽕잎을 따서 묵나물로 말리고 장아찌로 만들고 차를 덖는 일들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막 따온 잎들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집간장으로 심심하게 무치니 샐러드 대신 먹어도 좋을 만큼 초록색이 선명하고 신선하며 맛있다. 더구나 일주일 전과는 달리 뽕잎 사이사이에는 벌써 오디가 붉은 기운을 발하고 있어서 같이 몇 잎 뜯어다 나물로 먹어보니 오디를 씹어 먹는 재미가 여간한 것이 아니다. 산이 가까이 있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시골에 살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대가로 지불하는 것쯤은 감수해도 좋을 것 같다. 정말이지 뽕나무는 집 주변에 흔하게 있으나 버릴 것이 없는 나무이다. 예부터 조상들은 뽕잎은 누에를 먹여 비단 옷을 만들어 입었고. 뽕나무의 껍질은 질기고 단단하여 종이를 만들고 물건을 묶고 엮는데 사용하였으며. 뿌리의 속껍질은 상백피(桑白皮). 열매는 상심(桑椹). 잎은 상엽(桑葉)으로 부르며 한방 약재로 써왔다. 상심이라 부르는 오디는 식용과일과 약용으로 쓰거나 술을 담그는데 사용하였다. 최근에는 잠사(蠶絲) 산업이 쇠퇴하면서 오래된 뽕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상황버섯을 비롯하여 누에와 누에의 번데기로 만든 동충하초. 뽕잎 차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뽕잎나물역사적으로 삼국시대부터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일은 농상(農桑)이라 하여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으며 신라의 박혁거세는 뽕나무 심기를 권장하여 백성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했다고 문헌에 남아 있다. 고려 시대에는 나라에서 뽕나무 심기를 많이 장려했으며 조선 시대에는 모든 백성이 의무적으로 뽕나무를 심게 하고 심지 않으면 처벌을 하기도 했다. 중종 원년에는 여러 지방에 있던 잠실을 서울에 모이게 하였는데 서울에 있는 잠실동은 그런 잠실이 있던 지역 중의 하나이며 구한말까지 세종 임금이 심었다는 400년 묵은 뽕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 뽕잎장아찌뽕잎의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 폐와 간에 주로 작용한다. 한방에서는 풍을 없애고 열을 내리며 혈액을 맑게 하고 눈을 밝게 하는데 사용하며 10∼11월에 서리가 내린 후에 따서 햇볕에 말린 것을 상상엽(霜桑葉)이라고 하여 좋은 약재로 쳤다. 뽕잎에는 식물 중에서 콩 다음으로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서 누에가 뽕잎만 먹고도 단백질 덩어리인 고치를 만들 수가 있다. 아미노산의 종류도 풍부해서 숙취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라닌’과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풍부하고. 뇌혈관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며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린’과 ‘타이론신’이 들어 있다. 또한 뽕잎에는 갖가지 미네랄이 50여종 이상 들어 있다. 대표적인 칼슘. 철분. 칼륨은 물론 중풍을 예방하고 고혈압 치료의 원료로 쓰는 루틴. 가바 등의 생체활성 성분도 다량 들어 있다. 뽕잎에는 식이섬유소가 52퍼센트 이상 들어 있는데 이 양은 녹차의 11퍼센트에 견주어 4배 이상이 많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뽕잎차뽕나무는 누에의 먹이였지만 높은 영양성분 때문에 옛날부터 구황식물 노릇을 톡톡히 했으며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에게도 소중한 식품이었다.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