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53편오이. 그 이름도 예쁘다다산 정약용선생은 조선의 몇 안 되는 장수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18년의 긴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낸 선생이 장수를 하게 된 비결을 꼽는다면 그건 단연 채마밭에서 수확한 제철채소를 밥상에 올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이 문집에 남긴 기록을 보면 여름채소 중 오이를 언급한 것이 있는데 오이는 이름조차도 아름답다고 하였다. 별 생각 없이 오이를 말하고 오이를 먹어온 나는 선생의 이야기를 읽은 이후로 오이라는 이름이 어여쁘게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 늙은 오이 - 노각하지만 요즘은 다양한 종류의 오이를 사서 먹을 수는 있지만 정약용선생이 찬양하고 우리 조상들이 심어 먹으면서 씨앗을 보존해오던 토종오이는 이제 그 자취를 거의 감추고 없어서 몹시 아쉽다. 95% 이상의 수분을 가지고 있는 오이는 채소 중 수박을 제외하면 가장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더운 여름을 잘 이기게 해주는 제대로 된 여름채소이다. 그러므로 오이를 텃밭에 심어두고 생으로도 먹고 숙채로도 해먹고 오이지를 담가서 먹다보면 오이도 늙어가므로 그때부터는 늙은 오이를 다시 밥상에 올리면서 여름은 서서히 가을에게 자기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열독을 풀어주는 오이는 물 이외의 다른 영양소는 별로 없지만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몸 안에 있는 나트륨염을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하여 체내의 노폐물을 제거해 주는 역할도 한다. 열독을 풀어주므로 화상에도 치료 작용이 있으며 일사병이나 숙취해독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오줌소태 등의 비뇨기과 질병에도 개선의 효과가 있다. ▲ 오이소박이특히 오이의 꼭지에는 쓴맛을 가진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쿠쿠르비타신은 암세포를 억제하거나 간염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잘 씻은 오이를 물기 없이 항아리에 담고 끓는 소금물을 부어 두었다가 채소가 부족한 장마철에 먹었던 오이지를 만드는 방법으로 간장(설탕. 식초를 추가한)을 끓여 부어 만드는 오이초절임은 입맛이 없을 때 물 말은 밥과 같이 먹으면 절로 밥이 꿀꺽거리며 넘어간다. 오이지가 가을까지도 남아있다면 햇빛에 널어 물기를 조금 말려 막장에 한 달쯤 넣어두었다가 꺼내 양념을 해서 먹으면 게장보다 더한 밥도둑임을 알게 될 것이다. ▲ 오이차혹시 오이껍질을 벗기고 요리를 하게 된다면 벗겨놓은 껍질을 말려 차로 만들어 마시면 좋다. 물론 제대로 된 오이차는 오이를 반으로 쪼개어 그늘에서 말려 끓여 마시는 것이다. 호과차로도 불리는 오이차를 꾸준히 마시면 부종을 내리고 숙취나 술독을 푸는데 으뜸이며 특별히 갱년기 여성들의 부종에도 아주 효과가 좋다. 지난 해 진안으로 강의를 갔다가 진안사람들에게서 얻어온 토종오이의 씨앗을 봄내 정성을 들여 발아시킨 것이 제법 자라고 있다. 꽃이 피고 오이가 달리기 시작하면 지인들에게도 따서 보내고 우리 집 밥상에 매일 올리면서 더위를 날려버릴 것이다. 한 뼘 정도 자란 오이 싹을 보면서 나는 벌써 어느 여름날의 밥상 위에 올라온 오이의 향을 느낀다. 정약용선생도 그랬을 것이다. ▲ 오이초절임▲ 오이지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 은 정 (ggum234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