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전의 세상은 단순했다. 요즘은 틈만 나면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고 쓸어넘기는데, 이전엔 내 손끝이 닿는 곳은 컴퓨터였다. 그때는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같은 SNS로 소통했다. 스토리텔링은 농산물 판매의 중요한 도구였고, 나는 카카오스토리에서 대부분의 농산물을 판매했다.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30여 년 전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때는 html 언어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상품 홍보를 했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 이미지를 한 장 올리는 데도 한참이 걸렸지만, 우리가 직접 만든 홈페이지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지금 돌아보면 어설픈 디자인에 투박한 페이지였지만 그때는 그것도 자랑할 만한 것이었다. 그 시절 홈페이지는 농산물을 파는 ‘디지털 창구’였다. 주문이 들어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상품을 포장해 우체국으로 갔다.그런데 어느 순간, 스마트폰이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십여 년 전부터였던 것 같다. 이 작은 기계가 컴퓨터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하더니, 곧 모든 세상이 손바닥 안에서 펼쳐졌다.글이 짧아지고, 사진보다 짧은 영상이 대세가 되었다. 스레드에는 짧은 글, 인스타그램 릴스에는 10초 내외의 영상이 대부분이다. 농산물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파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야기’로 팔았다면, 이제는 ‘순간’으로, ‘재미’로, ‘짧은 후킹’으로 팔린다.릴스 하나, 스레드 하나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날도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제 농부에게 훌륭함이란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다. 잘 파는 농부, 세상의 흐름에 맞춰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농부가 멋쟁이 농부다.나 역시 시대의 흐름을 타기 위해 초반 3초 안에 시선을 붙드는 후킹 문구를 고민하고, 짧은 영상 한 편을 위해 열 번, 스무 번씩 다시 찍고, 트렌드를 읽으려 애쓴다. 그러다 가끔, 이 다음에는 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새로운 공부를 또 얼마나 하게 될지, 조금은 두렵고, 궁금해진다. 물론 이 변화는 AI가 주도할 것이다. 아니 이미 주도하고 있다.스마트한 세상 속에서 농부도 스마트해져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진짜 스마트함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오늘도 정직한 손길과 따뜻한 마음으로 먹거리를 키운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스마트한 농부의 모습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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