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총 인구 약 3만600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40%, 법에서 정하는 청년인구는 전체 9.5%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히가시카와는 일본 홋카이도 중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홋카이도 내에서도 인구가 적은 편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일본의 전반적인 지방 인구 감소와 달리 최근 몇 년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히가시카와의 인구 증가 요인을 히가시카와의 자원, 그리고 도시문화, 청년 유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함양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또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국내 다양한 로컬문화 사례를 분석하고 도시계획과 관계인구 유입 전략을 통해 함양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1. 함양은 인구가 늘어날 수 있을까?2. 함양을 거점으로 새로운 대안 연구3. 히가시카와(1) 지역 자원4. 히가시카와(2) 도시 문화5. 히가시카와(3) 청년6. 다양한 로컬문화 사례와 관계인구 형성7. 지역을 살리는 시스템
“최신 유행과 삶의 여유를 동시에 가져요”<요시노리 커피>히가시카와 시내에서도 멀리 떨어진 요시노리 커피는 스페셜티 원두를 직접 볶아 질 좋은 커피를 팔기로 소문난 곳이다. 요시노리 커피의 창업자 구쓰와다 요시노리 대표는 자주 다니던 길에 공간이 매물로 나온 것을 발견하고 밭 한가운데 주택을 개조해서 로스터리를 오픈했다. 풍경이 좋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고 이 지역의 지하수가 커피에 적합하다는 이유도 결정을 도왔다. 그렇게 요시노리 대표는 옆 도시 아사히카와에서 히가시카와로 귀촌했다.초기에는 소득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아내인 사요 씨가 가게를 운영하고 남편인 요시노리 대표가 쉬는 날 커피 로스팅을 하며 이어갔다. 2015년경 로스터리를 오픈한 후 꾸준히 성장해서 2018년에는 공간을 개조해서 카페까지 하게 됐다.
요시노리 대표는 “오픈하고 운 좋게 취재가 이어졌고 같은 시기에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을 타게 됐다. 성공의 비법은 소재(원재료)다”라고 말했지만 요시노리 커피의 성공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이곳에서 최고급 커피 원두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원두를 요시노리 대표가 먼 나라 농장과 직접 계약한다는 것이다.
커피는 유행에 따라서 레시피가 변화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일본 커피 업계 중심에 있어야만 했는데 요시노리 커피 위치가 아사히카와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요시노리 대표는 모임이나 세미나가 있을 때마다 도쿄에 갈 수 있었다. 덕분에 히가시카와는 일본 커피 업계에서 제일 주목받는 커피를 빠르게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인식됐다. 이는 밭 가운데 있어도 꾸준히 지역주민이 찾아오는 이유가 됐다.사요 씨는 히가시카와에 이주하고서부터 매일 기록을 남기고 있다. 전에는 없던 히가시카와에서 누리는 삶이다. 탁 트인 풍경과 향긋한 커피 향이 있는 요시노리 커피에서 부부는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5년 전에는 이 공간이 개방적인 커뮤니티의 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 이뤘어요. 지금은 주택을 개조해서 윗층에서 살고 아래층에서 손님을 받았는데 아이가 크면서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옆 건물을 생활 공간으로 개조할 예정이에요”요시노리 대표는 히가시카와정상공회의 HUC(히가시카와 지역화폐 ‘히가시카와 유니버셜 카드) 운영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화폐로서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이 혜택을 편하게 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지역에서 돈을 벌고 지역에서 돈을 쓰고 지역을 위해 공헌하는 구조가 굉장히 자연스럽다.
산과 동네를 잇는 취향의 경유지식당 <노마드>시내 중심에서 걸어갈 만한 곳에 있는 노마드는 산과 동네를 잇는 또 하나의 경유지다. 노마드의 오바타 고로 씨 역시 아사히카와 출신이다.“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이 모일 만한 장소를 히가시카와에 갖고 싶었어요. 느긋하게 머물며 밥도 먹을 수 있는 적당한 가게가 당시에는 없었거든요. 내가 해볼까 하고 열었어요”
식당이라고 해야 할지 잡화점이라고 해야 할지. 노마드에는 책과 잡지, 고로 씨가 수집한 빈티지 스키가 자연스러운 인테리어를 이루고 있다. 영업시간은 12시부터 재료 소진 시까지. 휴일은 ‘평일 언젠가’. 정한 영업시간도 손님들의 기복에 무의미했다. 그래서 그냥 느긋하게 휴일을 정했다. 음식을 만들 땐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사용하는 쌀도 매일 아침 도정한다.
양말 팔아서 건물 세운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YAMAtune히가시카와 라이프스타일의 디테일은 발끝에서 결정된다. YAMAtune의 직영점은 등산과 러닝, 일상의 경계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두께와 길이의 양말을 권한다. 스태프는 발볼과 발목, 당일 계획을 묻고 실제로 신어 보게 하면서 착용 시점을 가늠하게 돕는다. 간단한 수선과 세탁·보관 요령 같은 사후 관리 팁이 따라붙는다. 경험해보면 확실히 산행의 피로는 줄고, 평일의 보행도 편안해진다. 기능성 양말 한 켤레가 주말 취미를 위한 장비가 아니라 일용품이 되는 순간이다.
특히 홋카이도의 겨울은 영하 30도로 내려가는 등 춥기로 유명하다. 이들의 삶에 닿는 양말을 만드는 YAMAtune은 안정적으로 발의 근육을 잡아주기도 하고 메리노울 소재로 보온성을 높이기도 한다. 이처럼 YAMAtune은 용도와 기능에 따라 다양한 제품군을 두고 있는데 대설산 최고봉 아사히다케를 콘셉트로 하는 양말을 만들기도 하는 등 등산을 위해 히가시카와를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성지로 꼽힌다.책 <히가시카와 스타일>에서 점장 요코야마 마사카즈 씨는 “우리 제품 카탈로그에서 전달하고자 한 것은 상품 자체보다 YAMAtune이 있는 히가시카와다. 왜냐하면 이곳의 장소 자체가 우리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역의 중요한 관계 인구, 아웃도어 커뮤니티히가시카와에서는 아웃도어 커뮤니티가 자생적으로 구성되기 시작하며 산악가이드와 동계 스포츠 선수들은 SNS 활동을 통해 자발적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사히카와 공항이 인근에 있다는 점 덕분에 도쿄에서 새벽 6시 45분 비행기를 타면 오전 10시 이전에 스키를 탈 수 있다.
히가시카와에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 다이세츠 히가시카와 점 매장이 문을 열며 아웃도어 수요 사실을 입증했다. 산과 호수, 설원을 오르내리는 생활이 일정 규모의 반복 수요로 자리 잡았고, 그 수요가 하나의 생활 인프라를 불러들였다. 매장 진열은 등산·스키·사이클·카누, 그리고 키즈 라인까지 폭넓게 펼쳐진다. 거주자와 장기 체류자의 “반복 구매”를 전제로 한 구성부터 관광객을 위한 히가시카와 기념 의류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갖고 있다.태도가 모여 정체성이 될 때 ‘히가시카와 스타일’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때, 취향은 하나의 스타일이 된다. 히가시카와의 변화는 멋진 자원으로 완성된 게 아니라, 자원과 잘 맞는 사람의 태도가 모이면서 시작됐다. 대설산을 오르고, 눈 녹은 물을 생활의 기준으로 삼고, 도시와는 다르게 조금 느슨하게 살고, 물건 오래 쓰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히가시카와를 택했다. 그들이 연 로스터리와 셀렉트숍, 소규모 공방과 카페는 물건만을 판 게 아니라 산행과 일상이 섞인 하루의 리듬, 수선과 관리까지 포함한 사용법, 계절에 맞춘 옷장과 식탁의 감각을 생활 스타일로 제시했다. 이렇게 축적된 취향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히가시카와 스타일’이 되었고, 표준이 되자 비슷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다.히가시카와 스타일은 결국 자원(산·물·목재)과 문화(사진·가구·축제), 그리고 그 위에서 그 자원과 잘 맞는 선택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서로 맞물려 만든 결과다.‘라이프스타일’과 ‘로컬 브랜딩’라이프스타일은 한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배분하고(시간), 무엇을 고르고(소비), 어디서 누구와 어울리는지(관계·여가)를 묶은 반복 가능한 선택의 구조다. 히가시카와의 라이프스타일은 장비는 오래 쓰는 것을 전제로 고르고, 고치는 법을 배우며, 물과 나무 같은 지역의 재료를 생활의 기준으로 삼는다.로컬 브랜딩은 지역이 가진 자원·공간·사람의 방식을 하나의 문장처럼 정리해 일관된 약속으로 내놓고, 그 약속을 지역의 공공시설이나 상점, 축제, 안내물 등 모든 접점에서 같은 톤으로 반복하는 일이다. “이곳에 오면 이런 하루를 보장한다”는 약속이 신뢰를 얻을 때, 그 지역은 가고 싶은 곳이 된다.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은 결국 살고 싶은 곳이 된다.히가시카와의 핵심은 순서에 있다. 첫째, 산·물·목재 같은 자원이 사진·가구·축제·교육으로 문화가 된다. 둘째, 그 문화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이주·체류하며 자신의 하루를 이곳에 맞춘다. 셋째, 반복되는 생활 장면이 지역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고, 이것이 곧 강한 정체성이 된다. 넷째, 정체성을 일관된 메시지와 공간 설계로 묶은 로컬 브랜딩이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그 브랜딩에 끌린 비슷한 태도의 새 사람들이 다시 지역으로 유입된다. 완벽한 인구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매력 있는 지역은 곧 주민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지역이다’ 이 명제가 틀리지 않는 한 히가시카와 스타일의 전염력은 힘을 잃을 수 없다.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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