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7일부터 20일까지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진 가운데, 모든 공무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되도 않는 걸로 비상근무 명령”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함양군지부(이하 함양군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지난 7월19일 ‘진짜 되지도 않는 걸로 전 직원 출근시킬 거면 비상근무표는 왜 쳐만듦?’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익명게시판인 이곳에 글쓴이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명령인지 모르겠다”며 “직원(공무원)은 폭우 면역이냐. 막상 하는 거라고는 물 떠놓고 기도하기인데 왜 쳐부르냐. 작작하자”라며 공무원들을 총동원한 비상명령에 원색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글은 17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고, 댓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글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적어도 현장 투입은 좀 괜찮다 싶을 때 하자”면서 “공무원이 군민에 대한 봉사정신이 있어야 하고 복구활동을 지원하는 건 맞지만 (폭우가) 소강상태일 때 해야지 우리도 사람이고 여타 군민하고 똑같이 위험에 빠지면 죽는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이용자도 산불, 폭우, 폭염, 물놀이, 피해조사 등 갖가지 비상근무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서 “군민도 중요하지만 개인도 존중돼야 하지 않느냐”며 “비상근무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대꾸 없이 잘하면 승진시켜 주냐”고 비꼬았다. “군민 안전 두고 불평불만 너무해”반면 공무원의 이 같은 태도를 비판하는 댓글도 달렸다. 다수의 이용자는 “공무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함양군의 미래가 걱정된다. 왜 공무원을 하냐”며 “우리 공직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한숨만 나온다. 군민이 위험하기 때문에 전직원 비상근무 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는 건 공무원이 되길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공무원 자질이 의심된다. 군민의 안전을 두고 이렇게나 불평불만이 많냐. 전국적인 재난 사태에 이렇게 불평불만 할 게 아닌 것 같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힘 빠지게 하지 말고 글 내려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함양군공무원노조 게시판에 이러한 글이 올라오면서 “부끄럽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글 내려라. 창피하다. 이런 건 직원 게시판에 적어라”며 “내부적으로 논의하면 될 것을 자유게시판에 올리면서 몇몇 사람들로 인해 모든 공무원이 욕먹어야 하는 사태를 보면서 자유게시판 존치 문제를 노조에서 공론화해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민 봉사 다짐한 ‘공무원 헌장’은 어디에?이번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 벌어진 비상근무에 대한 불만과 관련해 공무원의 직업윤리가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기본 윤리 지침인 ‘공무원 헌장’에는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우리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우리는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고 조국의 평화통일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렇게 공직자의 책임과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함양군 공무원 출신 한 인사는 “기록적인 폭우로 군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현장에 투입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공무원으로서 직업윤리가 크게 결여돼 있다면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자 직업의식과 직업윤리 회복을 위한 내부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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