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밥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만나는 사람과의 처음 인사가 “식사 하셨습니까” 헤어지는 인사 또한 “다음에 밥 한번 먹어요”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식사를 매 끼니마다 잘 차려서 드시질 못한다.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남이 해주는 밥이 아니던가? 그래서 기획한게 “ 식사하셨어에?” 한 달 한번 도시락을 만들어 혼자 사는 어르신 집으로 가서 한상에 둘러 앉아 같이 먹고 서로가 말벗이 되는 것이다. <편집자말>   삼복더위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6월 말부터 7월 초 뜻하지 않은 무더위가 찾아와 다들 놀랐으리라! 얼마나 더웠으면 가마솥더위, 찜통더위, 불볕더위라는 단어까지 생겨났을까? 초복, 중복, 말복을 합쳐 삼복이라 하는데 삼복에서 복의 한자가 엎드릴 복(伏)이다. 사람 人과 개 犬이 합쳐진 한자로 너무 더운 나머지 사람이 개처럼 납작 엎드려 지낸다는 뜻이라고 한다.옛 선조들도 복날에는 복달임이라 하여 우리가 여름 피서를 가듯 시원한 곳을 찾아 놀이를 떠났다고 한다. 초복에는 삼계탕집이 인산인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된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고 땀을 흘려가며 뜨거운 삼계탕을 먹는다. 우리가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것은 동의보감의 “닭고기는 오감을 안정시키고 여름철 몸에 저항력을 키워준다”는 기록에서 오는 믿음이 아닐까?여름철 마트의 골든존에는 레토르트 삼계탕이 차지하고 있다. 압력솥의 추 돌아가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쉽고 간편하게 집에서 삼계탕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높은 온도와 습도로 누가 밥해줬음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때가 삼복더위이다. 7월 “식사하셨어예?”로 찾아뵙게 된 어르신은 30년 동안 27권의 성경을 필사하고, 오늘도 여전히 펜을 쥐고 있는 김도자 어르신(함양중앙교회 권사)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올해 83의 연세에도 김도자 어르신의 성경 필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성경은 구약, 신약 포함하여 총 66권이고 그 페이지는 큰 글자 기준의 성경으로 봤을 때 약 1724페이지에 달한다. 1년에 1번 성경 전체 1724페이지를 필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해도 쉽게 감을 못 잡을 것이다. 1년에 성경 전체를 한 번 읽는 것도 어려운데 어르신은 성경 전체를 1년에 1권씩 써오신 셈이다.“성경 필사를 하니까는 치매 예방도 되고 젊은 사람들 직장 가서 일하듯이 이 나이에도 할 일이 있다는 게 좋아” 매일 조금씩 쉬지 않고 필사를 하는 어르신을 뵈니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라는 말의 적임자가 틀림없다.어르신을 알게 된 건 검침 일을 하면서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를,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를 내어 주며 쉬면서 일하라고 나를 격려해 주셨다. 처음 3분간의 만남이 조금씩 늘어나 지금은 두세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말벗이 되었다. 어떤 음식을 만들어 드릴까로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여름에 드시면 좋을 몸보신 음식으로 이것저것 고르다가 우여곡절 끝에 김도자 어르신을 위한 메뉴를 선택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었다.로컬에서 나는 싱싱한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할 때 맛과 건강을 챙길 수 있고 드시는 분께도 마음 편하게 대접할 수 있어 가급적 로컬푸드를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김도자 어르신을 위한 차림새삼계밥, 방아부추전, 함양양파를 이용한 양파와인피클, 오이탕탕이, 그리고 간식으로 쌀술빵.좀 생소할 수 있는 삼계밥은 멥쌀과 찹쌀을 살짝 불린 다음 순살 닭고기, 대추, 알밤, 은행, 함양 산양삼, 단호박, 청주, 소금을 넣고 압력솥이나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면 맛있는 한그릇 밥, 삼계밥이 완성된다. 닭뼈로 육수를 내어 밥물로 사용하면 더 좋은 맛을 낸다. 지리산 산내에서 맛있는 부엌을 운영하고 있는 고은정 선생님의 레시피인데 물에 빠진 고기를 먹지 않는 분들이라면 올여름 삼계밥을 추천한다.여름에 먹으면 유독 더 맛있는 식재료로 방아잎이 있다. 부추와 방아잎 그리고 청양고추를 다져서 방아잎 부추전을 만들어 보았다. 방아잎의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게 여름 더위를 가시게 하는 맛이다.이육사 시인의 고향인 안동은 7월에 청포도가 익어가고 나의 고향 함양은 6월에 양파가 무르익는다. 함양에서 생산된 양파는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지만 수고를 조금만 더하면 일품요리가 된다. 요즘 매일 만드는 나의 최애 양파 요리는 양파와인피클이다. 양파를 좀 더 색다르게 즐기기 위해 양파에게 와인을 양보했더니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라는 그 맛의 주인공이 바로 양파와인피클 되시겠다.방아잎 부추전과 양파와인피클을 함께 먹으니 음식 궁합이 찰떡궁합이다. 앞으로 맛있는 전을 먹을 때는 양파와인피클이 짝꿍이어야 한다. 함양 양파로 만들면 금상첨화다.여름을 대표하는 식재료 중 시원함의 대명사 오이가 있다. 오이는 95%가 수분으로 채워져 피부 미용과 보습을 책임진다. 오이를 방망이로 두들기면 오이의 향이 극대화되는데 식초, 설탕, 소금으로만 무쳐도 몇 끼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오이탕탕이가 된다. 불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 반찬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의 맛이다.여름에 먹는 간식으로는 쌀술빵이 술술 잘 넘어간다. 요즘은 술떡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어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쌀술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생 막걸리를 부어 잠깐 발효한 후 찜기에 찌기만 하면 된다. 쑥가루, 초코가루, 치자가루, 흑임자가루 등을 섞어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고 좋아하는 강낭콩, 완두콩, 서리태, 팥 등을 삶아 토핑으로 올려도 된다. 한 번 해보면 만들기 쉽고 맛까지 좋아 쌀술빵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우리 함양에는 위대하고 존경받을만한 어르신들이 많다. 그런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한 권의 책을 읽는 거와 같고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인생의 문턱을 넘어 온 서로에게 주는 귀한 선물과도 같다. 예전 같지 않은 건강으로 대충 한 끼를 때우는 어르신들에게 “잘 챙겨 드세요! 입맛 없어도 잘 드셔야 해요!” 이런 말인사 대신 반찬 한 보시기라도 나누는 게 슈퍼맨, 초능력자처럼 살아온 그분들의 은덕에 보답하는 것이 아닐까?김은아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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