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는 단순한 약속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선언서로 정치적 책임과 실행을 전제로 한 시민과 후보자의 계약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함양군의 생활 밀착형 공약들에 주목하여 2년 연속 우수등급을 부여하고 24년 기초단체 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여하며 약속, 실행, 체감, 책임의 선순환구조를 잘 보여준 모범사례로 지방자치와 공약 이행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는데 축하하고 칭찬할 일입니다. 우리 군이 민선 8기 3주년을 맞는 보고회에서 총 56개의 공약사업 중 44개의 공약을 완료하고, 96%의 공약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행해야 할 공약이 이리 많은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2024년도 기초단체의 평균 공약 개수가 49.7개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기초단체에서만 4년 단위로 1만여 개의 사업이 공약 되고 이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50개가 넘는 공약을 만들어 내려면 후보자들도 어지간히 머리가 아프겠다는 생각도 들고 공약을 이행하느라 정작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다음 선거의 공약으로 미루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그 많은 공약 중에서 행정서비스개선에 관한 ‘공약’들은 왜 찾아보기 어려운지 궁금합니다.7월 초에 중고자동차를 사고 이전등록을 하러 오랜만에 군청 민원실을 찾았습니다. 접수, 확인, 등록증 교부를 위해 3개의 창구를 거치고 은행을 두 번 다녀와야 했는데 어디서고 대기하는 일이 없어 10분 남짓한 시간에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창구에서는 두꺼운 유리벽과 커다란 모니터 2대에 가로막혀 담당자와는 눈도 마주치지 못했는데 납부기한이 한 달도 더 남은 취득세의 납부 증빙까지 확인하고 자동차 등록증을 내주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행정은 참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담당자는 매뉴얼과 관행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겠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불편이 없는 것은 아닌데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고 아무도 불편을 말하지 않으니 ‘원스톱 서비스’ 같은 것은 아직 함양군청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것 같습니다.혁신은 어려운 일이지만 개선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에서는 일상 업무와 같은 것이어야 하고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행정은 빈틈이 없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군 같은 기초단체에서 주민의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행정의 역할과 기능이고 그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의 자세와 실력, 고민과 토론이 행정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고 군민을 편익을 증진하는데 이바지하는 만큼 행정 서비스는 중요합니다.능력 있고 경험 많은 공무원들이 많음에도 그 조직의 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이유도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 소통과 청렴도를 개선하겠다는 구체성이 없는 구호는 매니페스토가 될 수 없습니다. “민원실에서의 원스톱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든가 “각종 보조사업의 처리 절차를 간소화하고 징수서류를 50% 감축하겠다” 같은 공약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아니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공약입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 개선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공약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