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이 재난 상황인 가운데, 함양군의회가 몽골로 국외출장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출장 목적과 일정의 실효성은 물론 시기적인 부적절함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함양군의회 김윤택 의장을 비롯해 배우진 부의장, 서영재 의회운영위원장, 이용권 산업건설위원장, 정현철·정광석·권대근 의원 등 7명은 지난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4박5일 간 일정으로 몽골로 국외출장을 떠났다. 임채숙 기획행정위원장과 박용운·양인호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이번 출장에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1인당 185만 원씩 총 1295만 원의 예산이 집행됐으며, 추가로 1인당 90만 원씩 자비를 들였다.집중호우 재난 직후 몽골 출장 군의회가 제출한 공무국외출장 계획서에 따르면 이번 출장은 “몽골의 문화·경제·관광 분야 선진사례를 조사·연구하고 군정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국제적 감각과 리더십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라며 “농촌 일손 부족과 인구 감소 문제, 수출기업 지원 정책, 산림정책 및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선진사례를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출장 일정은 21일에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 코트라 무역관을 방문해 산업별 시장동향과 수출기업 지원 정책을 조사하고, 22일에는 바양걸구의회를 방문해 의정활동 교류 및 산림정책 연구를 위해 몽골 국가정원을 둘러보는 일정이 포함돼 있다. 이후 23일에는 울란바토르와 2시간 가량 떨어진 테를지 국립공원을, 24일에는 울란바토르 역사유적지와 박물관을 시찰한 뒤 25일 귀국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장 출발 직전인 7월17일부터 나흘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함양에서는 농경지 16.7ha, 주택 7동 등 131개소가 침수되고 산사태 104개소가 발생하는 등 84억20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인근 산청군에서는 13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피해로 7월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수해 현장을 방문한 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수십 명의 군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연일 폭염 속 복구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의회가 국외출장을 강행하면서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군의회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지난 24일 조기 귀국했다.
김윤택 함양군의회 의장은 “집중호우 직후라 마음이 무거웠지만 몽골 현지 기관과도 일정을 잡아 놓은 상태라 갑작스런 취소가 어려웠다”며 “이러한 시기에 국외출장을 간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공무국외출장 심사 요식행위 불과?일각에서는 이번 출장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계획서에 명시된 ‘시장동향 분석’이나 ‘산림정책 연구’ 등의 표현이 추상적이고, 실제로 지역 현안 해결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협의를 진행했는지 구체적인 일정도 드러나지 않아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또한 군의회 방문 계획에 있던 테를지 국립공원은 몽골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며, 7월은 현지에서 가장 기후가 쾌적한 시기로 여행 성수기에 해당한다. 때문에 출장지 선정과 일정 자체에 관광 목적이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윤택 의장은 외유성 출장이라고 비춰지는 것을 우려하면서 “바양걸구청과 계절근로자에 대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진행했고, 우리 농가와 연계한 수·출입 등 경제 교류 방안도 앞으로 더 검토할 예정”이라며 “군민들이 선출한 대표로서 지역 발전을 위한 동기를 찾기 위해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각지 못한 천재지변이 발생한 직후라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출장 전 열린 함양군의회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개최됐다는 지적도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7월2일 열린 심사는 제안설명 중심으로 30분 만에 마무리됐으며, 위원들의 구체적인 검토나 질의 없이 출장계획이 통과됐다.
당시 몽골이 선진지 벤치마킹 지역으로 적절치 않다는 한 위원의 의견에 대해 의회사무국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으로 갈 경우 자부담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출장지로 몽골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들은 집중호우 당시 각자 지역구의 피해 현황을 챙긴 뒤 출국했다”면서 “출장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 발생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고민 끝에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진도군의회도 같은 기간 몽골 가 뭇매한편 전남 진도군의회도 같은 기간 같은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해 논란을 빚었다. 아주경제에서는 7월22일자 기사에서 “대통령은 장화 신고 수해 현장, 군의원들은 비행기 타고 몽골행”이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사안을 보도했으며, 광주일보에서는 같은 날 “전국 폭우 피해 속 외유성 해외연수 비난”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기도 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진도군의회 역시 울란바토르와 테를지 국립공원을 방문, 바양걸구청과 상공회의소, 울란바토르시의회 등과의 교류 일정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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