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총 인구 약 3만600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40%, 법에서 정하는 청년인구는 전체 9.5%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히가시카와는 일본 홋카이도 중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홋카이도 내에서도 인구가 적은 편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일본의 전반적인 지방 인구 감소와 달리 최근 몇 년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히가시카와의 인구 증가 요인을 히가시카와의 자원, 그리고 도시문화, 청년 유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함양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또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국내 다양한 로컬문화 사례를 분석하고 도시계획과 관계인구 유입 전략을 통해 함양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1. 함양은 인구가 늘어날 수 있을까?2. 함양을 거점으로 새로운 대안 연구3. 히가시카와(1) 지역 자원4. 히가시카와(2) 도시 문화5. 히가시카와(3) 청년6. 다양한 로컬문화 사례와 관계인구 형성7. 지역을 살리는 시스템   일본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東川町)은 인구 8000명 남짓의 지역으로, 홋카이도 중앙부에서 `홋카이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대설산(大雪山), 그중에서도 최고봉인 아사히다케(2291m)를 보유한 1차 산업 중심의 농촌 지역이다. 우리나라 남부 중앙부에 위치하고 지리산 천왕봉을 보유한 농촌 지역인 함양군과도 공통점이 많지만, 히가시카와정은 1998년 이후 25년 연속 인구 순증을 기록한 예외적 지역이라는 점에서 함양군과 큰 차이를 보인다.함양군이 주최하는 ‘함양발전포럼’ 등의 자리에서 다수의 지역 리더들은 “기업 유치를 통해 함양군 산업구조를 다층적으로 바꾸고 일자리를 창출해야만 인구 증가를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인구 증가를 고민하면서 일자리와 산업구조를 생각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히가시카와정은 함양과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지고도 긴 기간 인구 증가를 기록했다.히가시카와정은 어떻게 인구 증가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국도(國道), 철도(鐵道), 상수도(上水道)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히가시카와. ‘세 가지가 없는 마을’이라는 기묘한 수식어부터 공항까지 13분이면 닿는 입지와 사진을 한데 엮은 브랜드 전략까지. 히가시카와는 자연·인프라·문화·정책을 지역의 매력으로 재가공해 왔다.이번 기획은 히가시카와의 성장 동력 사례를 통해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경관·문화·주거·경제를 포함한 삶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종합 설계의 힘을 살펴본다.수도관 대신 눈 녹은 물이 흐르는 마을히가시카와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게 상수도관이 전혀 없는 자치단체다. 1960년대 상수도 부설을 검토했으나, “대설산(大雪山) 빙설수가 풍부하니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주민 의견이 우세해 철회됐다. 대신 약 3200개의 전 가구가 지하 20~50m 관정을 뚫어 전동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분산형 시스템’을 유지한다. 이 방식은 초기 설치비만 부담하면 이후 수돗세가 들지 않고, 관로가 파손될 걱정도 없다. 그렇게 전 세대가 지하수를 사용하는 도시가 됐다.마을 북동쪽 아사히다케 봉우리에서는 눈이 녹으며 지역에 분당 4600L, 하루 6600t 이상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수온은 연중 6~7°C, pH 7.2의 약알칼리성이다. 칼슘·마그네슘 비율이 2 : 1에 가까운 중경수여서 이 지역 물은 커피·면·빵 맛을 끌어올린다는 평가가 많다. 2008년 일본 환경성이 선정한 ‘일본 명수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고, 최근엔 탄산·병입수 ‘히가시카와 스파클링’이 편의점에 진출하며 물 자체가 브랜드가 됐다. 그 외에도 두부·미소·커피 로스터리, 사케 양조장 등이 ‘대설산 원수 사용’을 전면에 내세워 브랜딩을 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음식에서 물을 강조하는 말이 많다. “좋은 물이 좋은 술을 만든다”, “장맛은 물맛이다”와 같이 실제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물을 강조하고 있고 히가시카와의 브랜딩이 그 지점과 연결되어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마시며 떠나는 물 산책’을 주제로 물 자체를 브랜딩했던 히가시카와는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었는데, 히가시카와 관광협회는 2024년 보고서를 통해 “연 25만 병입수·카페 관광객이 방문, 마을 숙박·식음료 매출에 연 3억 엔 이상 기여한다”고 통계를 정리했다.   홋카이도의 손꼽히는 곡창지, 히가시카와가 만든 농업 부가가치 창출히가시카와는 농업을 중심으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2019년 홋카이도 ‘유메피리카 콘테스트’에서 히가시카와의 쌀이 최고 금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등급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히가시카와의 논농사 면적은 약 2300ha, 농업 가구 수는 125호다. 2023년 홋카이도 농업시험장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수를 이용한 농업 덕분에 프리미엄 쌀 ‘히가시카와미(유메피리카)’의 단백질 함량이 홋카이도 평균 대비 0.3 %p 낮고 윤기가 좋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히가시카와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제과기업 ‘이와츠카 제과’와 함께 히가시카와 쌀을 사용한 쌀 과자 <폭신폭신 유키도케 센베>를 개발하는가 하면, 1877년 문을 연 사케 양조장 ‘미치자쿠라 주조’를 히가시카와로 이전시키며 공설 민영형 양조장 모델을 정착시켰다. 2020년 11월 히가시카와로 이전한 ‘미치자쿠라 주조’는 사케 ‘히가시카와노유키’와 ‘히가시카와하고로모’ 등 지역색을 강하게 띄는 사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10분이면 해발 1600m, ‘하늘길’이 여는 대설산대설산 국립공원 최정상부를 잇는 대설산 아사히다케 케이블카는 전장 2.3km, 고도 차 489m를 10분 만에 주파한다. 승객은 평지(1,100m)의 산로쿠(山麓)역에서 곧장 고원 습원 ‘스가타미(姿見)’ 역으로 올라가게 된다. 케이블카가 만든 접근성은 등산·트레킹 수요를 증가시켰다. 케이블카 도착 지점부터 시작되는 등산로는 왕복 기준 약 4~5시간 소요되는 코스로 그 중간에 화산 분출구 증기, 연못, 눈 등 다양한 볼거리가 포함되어 초심자와 중급자를 모두 포용하는 등산코스로 유명하다. 2023년 등산자 카운터 결과, 스가타미역에서 정상인 아사히다케 방면 탐방객은 2만 8000명으로 대설산 25개 입산로 중 최다였다.공항 13분, 도시 22분, 작은 지역이 인프라를 공유하는 방법다양한 지역에서 메가시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첫 기자회견 자리에서 옥천신문 양수철 기자는 이재명 정부의 메가시티에 기반한 균형발전 구상과 관련해 중심도시가 인근 지역의 인구와 인프라를 흡수할 수 있다는 염려를 담아 질문을 한 바 있다.히가시카와는 아사히카와공항에서 7km, 자동차로는 약 10분, 도호쿠 북부 경제·의료 거점인 아사히카와 시내까지는 13km, 22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일부 아사히카와의 위성도시 역할도 수행한다.일본 국토교통성의 총무성 합동 통근권 조사(2020)에 따르면 히가시카와 취업자의 32.2%가 아사히카와로 출근한다. 동북 편 탁 트인 국도 1160호선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상당히 짧다. 의료의 경우 차 20분이면 아사히카와의 국립 의대병원, 후생병원, 적십자병원을 고를 수 있다. 고등학생도 동일 반경 안에서 통학한다. 고령 운전 포기 대비를 위해 타운버스 요일제와 전기 소형 셔틀을 시범 도입해 이동 취약층을 보완하고 있다. 한 히가시카와정 지역민은 인터뷰에서 “의료 인프라 공백을 위기라고 느껴본 적 없다. 차로 20분 이동하면 병원에 모두 갈 수 있다”고 말했다.동시에 공항 인접성을 앞세워 유명 건축가 구마 켄고와 협업해 ‘KAGU의 집’ 4동을 2022년 완공했다.‘KAGU의 집’은 코로나 이후 사회에서의 새로운 워크·라이프 밸런스의 모델 공간을 제시하고, 도시 지역과의 연계나, 지역 자원의 이용 확대, 동네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히가시카와 특유의 매력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건축가가 다루는 선진적이고 뛰어난 모델 공간을 실현함으로써 마을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히가시카와가 아사히카와와 구축한 생활권 상생 모델은, 메가시티 논의 속에서도 중소도시가 광역 거점과 인프라를 공유하면서도 고유한 매력과 자립 기반을 중심으로 인구 규모를 키워 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름다운 히가시카와, 풍경을 지키고 기르는 조례일본 공휴일이었던 4월 29일 히가시카와 키토우시의 숲에서는 벚꽃축제 ‘사쿠라마츠리 인 히가시카와’가 열렸다. 시내에서 몇십 년 오래 하던 축제를 리브랜딩해서 활력을 키운 게 올해 두 번째다. 지난해의 경우 좋은 날씨와 만발한 벚꽃 속에서 축제를 진행해 3000~4000명의 방문객이 이어졌지만 올해 상황은 좋지 않다. 아직도 매우 춥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앙상한 벚나무와 흐린 날씨 속에서 축제가 진행됐다. 기후 위기 문제는 일본에서도 현실이다.2010년대 대비 2020년대 말 아사히다케 적설 깊이는 평균 11cm 감소했다. 아사히카와의 <우케가와팜덴엔>을 운영하는 농부 우케가와 미키야스 씨는 “홋카이도의 여름은 선선해서 피서지로 유명했으나 여름에 36도까지 올라가는 등 기후가 바뀌고 있다”며 “이는 쌀 생산량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히가시카와는 마을은 산림 사면 식생 복원·관개 저수지 확충으로 지하수 고갈에 대비하고 있다. 동시에 관정 설치 40년 경과 가구가 18%를 넘어가고 있어 2023년부터 관정 개보수 보조금을 최대 30만 엔 지원하면서 지하수 오염·붕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2022년 여름에는 하루 3000명 이상이 원수공원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자 ‘물통 1인 10L 제한’ 캠페인을 시행했다. 행정과 지역 상인회가 “물은 모두의 공공재”라는 메시지로 마켓·카페에서 리유저블 보틀 판매를 연계해 캠페인의 정착을 유도했다.이처럼 히가시카와정은 지역이 가진 자연 자원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 역시 아끼지 않는다. 히가시카와정에 2002년 제정된 ‘아름다운 히가시카와 풍경을 지키고 기르는 조례’는 △유해물질 사업장 신고 의무, △지하 공사 전·후 수질·수위 조사, △모니터링 16곳 운영 등을 규정한다.벚꽃 없는 벚꽃축제임에도 지역민의 얼굴에서는 활력을 찾을 수 있다. 타코야끼(문어빵) 푸드트럭 운영하는 지역민은 “벚꽃 없는 벚꽃축제라서 그런지 문어빵 장사를 하는데 문어를 두고 왔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문어가 도착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벚꽃축제를 기획한 ㈜히가시카와진흥공사의 다케베 슈지 대표이사는 “시내에서 진행하던 행사를 자연 속에서 운영하다 보니 지역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라며 “점점 축소되다가 코로나까지 겹쳐 없어질 위기에 처한 축제를 새롭게 리브랜딩을 해서 지역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밝혔다.상수도, 농업, 교통 이점 등 히가시카와의 자원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문화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기획에서 이어진다.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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