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매우 다양하다. 우선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는 일부터 시작해,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결정하고, 이에 맞는 관리 방법까지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특정 작물에 발생하는 병해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농업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정보가 거시적인 수준에 그치다 보니, 현실적인 수익 예측이나 세부적인 농사 계획 수립에 참고할 만한 데이터를 찾기 어렵다. 이에 주간함양은 함양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축산물과 지역 농협 제품들을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농업에 도전하는 군민들에게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백전면의 한 오미자밭. 이른 아침 햇살이 붉게 번지는 가운데, 촘촘히 이어진 덩굴 사이로 오미자가 ‘촤르르’ 매달려 있다. 오미자 농사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은 양경모 씨는 “오미자 농사가 겉으로 참 예쁘고 쉬워 보여도, 막상 시작해 보면 사소한 기후 변화에도 수확량이 크게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귀농이나 소규모 부업으로 많이들 오미자 농사를 고민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쉽게 돈 버는 작목이 아닙니다. 지난 20년 동안 기후, 태풍, 냉해, 우박까지 안 겪어본 게 없어요.”양 씨는 지난 20여 년 동안 오미자 재배 기술과 수확, 판로까지 스스로 몸으로 익혔다. 초기에는 판로가 마땅치 않아 애를 먹었고, 유통 단가가 낮아 가공 없이 생과로 팔기 어려웠다. “오미자는 한 번 심으면 오랜 기간 수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리를 게을리하면 순식간에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요. 풀 관리, 물 관리, 병해충 방제가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오미자 재배, 쉬운 듯 어려운 현실오미자는 5월에 꽃이 피고 8월 말에서 9월 초에 수확한다. 기상 상황과 당도에 따라 며칠 차이로 수익이 갈린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병해가 빠르게 번질 수 있어 주기적인 관리가 필수다.“수익은 평당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 잡으면 되는데, 1500평 재배 시 잘될 때는 1500만~3000만 원 매출이 가능하지만, 기상이 좋지 않으면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여기에 비료, 방제, 노동력 비용까지 고려해야 순수익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매년 비슷한 규모로 오미자가 생산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예를 들어 오미자를 올해 심었다고 가정하면, 다음 해에는 열매가 조금 열리고 그다음 해에 비로소 열매가 많이 열립니다. 그런데 그 이듬해에는 또 열매가 열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얼마쯤 수확할 것이란 것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귀농·귀촌인의 현실적 준비최근 귀농과 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함양에 찾아와 오미자 농사 가능성을 묻는다. “재배 기술만큼 중요한 건 판로 확보입니다. 오미자를 키워도 판매할 곳이 없으면 말짱 헛수고예요. 직거래,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 창구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양 씨는 농산물 가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생과로 판매하는 것보다 청이나 건조 오미자로 가공해 판매하면 단가를 높일 수 있어요. 다만 가공 설비와 인허가, 유통 확보까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힘들지만 보람 있는 농사”그렇다면 그는 오미자 농사를 왜 계속 짓고 있을까. 양 씨는 잠시 오미자 덩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일이 힘들지만, 보람도 있어요. 가을에 붉게 물든 오미자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땀과 시간이 열매로 맺힌 느낌이 듭니다. 또 함양의 기후와 토양이 오미자에 맞아서, 잘 키우면 품질이 좋고 향도 진합니다. 물론 오미자 농가 중에는 소홀하게 관리하며 비교적 쉬엄쉬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단언컨대 수확량이 반 이상 감소합니다. 꾸준히 노력해, 좋은 과실을 생산하면 힘들지만 보람 있습니다.”농사는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은 그 자체로 행복일 수 있다.“시작 전, 작은 면적부터 배워가길”양 씨는 오미자 농사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큰 면적에 투자하지 말고, 100평, 200평 정도부터 시작해 보세요. 3~4년 해보면 이 작목이 나랑 맞는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농업이 비슷하지만 특히 오미자는 하늘이 돕고,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야 좋은 성과를 얻는 열매입니다. 두 박자가 잘 맞았을 때 비로소 좋은 오미자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또한 농사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농민으로서의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쉽게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오미자 농사를 시작하면 힘듭니다. 부단히 농장에 들러 관심을 가지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면 좋은 오미자를 생산할 수 있죠. 오랜 시간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지만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어떤 해는 노력했지만, 그만큼 결실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귀농 3년 차 청년 농부의 경험담실제 함양에 귀농해 오미자 농사를 시작한 청년 농부 A씨는 “귀농 전에는 도시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퇴사하고, 부모님이 살던 고향 함양으로 내려왔다”며 “오미자 농사는 관리만 잘하면 수익이 나지만, 수확 철에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매년 가격이 변동이 심해 안정적으로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는 현재 200평 규모의 오미자밭을 운영하며 직거래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직접 수확한 오미자를 고객에게 택배로 보냈을 때 ‘향이 좋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정말 뿌듯해요. 작은 규모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