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지금 죽순이 났을 긴데"라는 한마디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한 손으로 나무를 잡고 한 손으로 괭이를 들어 거미줄을 걷으며 죽순밭을 향해 올라갔다. 때로 나뭇가지가 얼굴을 할퀴고 지나가거나 모기가 윙윙거리며 피부를 공격했지만 팔을 휘저어 쫓아냈다. 마치 포기하지 않고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는 씩씩한 군인처럼 전진했다. 드디어 작년에 수확을 많이 했던 그곳, 평평한 곳에 이르러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았다. 아, 저기 저쪽 맞은편에 뾰족뾰족하고 통실통실한 죽순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완전 보물창고다!`5월부터 널 찾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제 겨우 만나게 되다니!` 아쉬움과 서운함과 힘들었던 경험이 사르르 녹고 반가움과 기쁨이 배가 되는 순간이다.죽순은 대나무의 어리고 연한 싹을 말하며 5월 중순부터 6월 초에 수확한다고 알려져 있다. 30cm에서 40cm 정도로 자란 상태가 가장 맛이 있다. 하지만 독이 있으니 생것보다는 삶아서 먹는 게 낫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과잉섭취는 좋지 않은 법, 많이 먹으면 복통과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죽순은 칼륨이나 인, 마그네슘, 아연,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 등 참으로 여러 가지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영양가가 높아서 면역력을 강화해 주고 여성 질환이나 혈압과 변비 예방, 면역력 강화, 부종과 혈압 예방 등에 도움을 주며 특히 한의학에서는 장을 다스리는 약재로 쓰인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내가 죽순을 처음 만난 건 시어머니 덕분이다. 결혼 후에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니가 직접 채취하셨다며 만들어 준 죽순 볶음을 먹고 난 뒤 아삭하고 쫄깃한 그 맛에 반하여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효능을 알고 나서부터는 더욱더 사랑하며 찾게 되었다.죽순은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기에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시중에서 사 먹기는 쉽지가 않다. 나는 기껏해야 일 년에 한두 번 조금씩 사다가 먹었을 뿐이다. 그러다 작년에 이 보물창고를 알게 되었고 엄청나게 수확을 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수확을 해서 어머니와 언니, 동생에게도 나누어 주고 소금을 넣고 오래 삶아서 쓴맛을 우려낸 후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 먹었다. 참기름 넣어서 사알살 볶아서 먹기도 하고 깻가루를 넣어서 국물이 있는 찜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히 찜은 여름철 냉장고에 두었다가 먹으니 시원하고 원기가 회복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고 그 맛 또한 매력적이다. 삶은 죽순을 살살 두드려 칼로 썰어서 밀가루 넣고 전을 부쳐 먹어도 일품이고 된장찌개나 소고기볶음 등에 넣어 먹어도 최고다.가지고 간 비닐봉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오른손으로 힘을 주어 앞뒤로 밀었다. ‘뽀드득’ 신기한 녀석이다! 눈길을 걸을 때 나는 소리를 내며 하나가 꺾였다. 올해 첫 채취다. 적당히 통통한 녀석이 내 손에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봉지에 넣고 고개를 드는 순간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여기이!~ 나도 좀 바라봐 줘” 나를 부르는 녀석들의 소리에 차례차례 찾아가서 내 손안에 넣고 애무해 주었다. 그리고 8cm나 되는 큰 죽순을 발견하고는 대통밥 생각이 나서 길게 하나를 꺾었다. 달라붙는 모기를 쫓아내고 나무 사이를 뚫고 다니며 꺾어야 했기에 온몸에 땀이 흐르고 팔 여기저기가 뻘겋게 부어올랐다. 따갑고 아팠지만 흔적인 걸 어떡해.낑낑거리며 몇 번을 나누어 가지고 내려와선 기어이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와, 대통밥이구나! 향기가 참 진하고 먹음직스레 보인다! 수고했다 아가아” 우리 내외는 시아버지와 함께 즐거운 저녁을 먹었다. 순아, 죽순아, 일 년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죽순아,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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