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선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그 순간을 직접 기억하기보단 사진이나 동영상을 남기는 것에 집중하곤 합니다. 우리는 특별한 날뿐 아니라 일상적인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기록하고, 그 기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거나 남에게 보여주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그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고 놓치는 일도 발생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유명한 관광지나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 심지어 연예인을 보러 가는 콘서트에서도 관람은커녕 영상을 남기기에 급급합니다.이와 관련한 단어로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인스타 충`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스타 충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인스타에 빠져 사는 사람`이라고 얘기하지만 넓은 차원에서 볼 때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집착하듯 많이 찍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기록이 단순한 추억보관을 넘어 이를 SNS에 올리며 자신을 과시하고, 남들과는 다른 나의 일상을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먹었고, 어디를 갔고, 누구와 있었는지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보다 `보여주기 위해 기록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기록이 보여주기 문화라는 것이죠.그렇다면 왜 우리는 모든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게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심리적 요인인 사람들의 인정욕구가 크게 작용합니다. 특히 SNS는 좋아요, 팔로워, 댓글 수를 많이 받을수록 인정받는 느낌이 강하게 들며 이를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 즉 보여주는 삶을 사는 데에 집중하게 됩니다. 또한 기록은 단지 그 순간의 겉모습을 시각화한 것일 뿐, 실제로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분위기까지 상세히 기록할 순 없습니다.다시 말해 기록이 그때의 기억을 잠시 동안이라도 떠올리게 할 순 있으나, 실제로 그때 내가 생생하게 느꼈던 감정까진 회상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이나 영상 없이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기록 없는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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