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총 인구 약 3만600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40%, 법에서 정하는 청년인구는 전체 9.5%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히가시카와는 일본 홋카이도 중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홋카이도 내에서도 인구가 적은 편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일본의 전반적인 지방 인구 감소와 달리 최근 몇 년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히가시카와의 인구 증가 요인을 히가시카와의 자원, 그리고 도시문화, 청년 유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함양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또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국내 다양한 로컬문화 사례를 분석하고 도시계획과 관계인구 유입 전략을 통해 함양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1. 함양은 인구가 늘어날 수 있을까?2. 함양을 거점으로 새로운 대안 연구3. 히가시카와(1) 지역 자원4. 히가시카와(2) 도시 문화5. 히가시카와(3) 청년6. 다양한 로컬문화 사례와 관계인구 형성7. 지역을 살리는 시스템
산 78%가 빚은 녹색 보고(寶庫)
사통팔달 교통망, 그러나 사람이 줄어든다함양군의 지도를 펼치면 초록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행정구역 면적 724.9㎢ 가운데 78%가 산악지형이다. 남쪽으론 1호 국립공원 지리산, 북서쪽으론 10호 국립공원 덕유산이 군 경계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함양군은 임야가 많은 덕분에 탄소 흡수량과 산림 자산 가치도 전국 상위권으로 꼽힌다. 그러나 ‘녹색 보고’는 곧 ‘생활 인프라 확충의 족쇄’이기도 하다. 험준한 지형 때문에 산업단지 조성·주거지 확장이 쉽지 않고 산업구조 역시 1차 산업 중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도시화·산업화 아래 함양군의 인구 유출이 본격화된 1970년대 이후 내리막 그래프는 멈추지 않았다.아이러니하게도 오지 이미지를 뒤집어 줄 교통망은 이미 갖춰졌다. 함양을 중심으로 대전-통영 고속도로는 남해안에서 충청권을, 광주-대구 고속도로는 호남과 영남을 잇는다. 여기에 2014년부터 부분 개통을 거듭해 온 함양-울산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함양에서 울산·부산권까지 이동시간이 40%가량 단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동서울터미널과 함양시외버스터미널을 잇는 버스편도 평균 3시간 대 이동시간을 유지하고 있다.문제는 도시민의 이동 관성이다. 한국철도공사 집계 기준 KTX 하루 평균 이용객은 24만 6000명으로 장거리 교통수단 1위를 차지한다. 수도권 여행객 상당수는 장거리 이동시 기차를 우선 선호하며 “KTX가 서지 않는 지역은 멀다”고 인식한다. 함양군이 자랑하는 교통 접근성이 도시민에게는 어필되지 않는 이유다. 지난 1월 25일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함양은 “철도 없는 지역”의 이미지를 바꿀 변수가 생겼다. 도시민에게 함양이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달빛철도 개통을 앞두고서 함양군은 마케팅, 관광 인프라 등 도시민 방문에 대비해야 한다.문제는 자연·교통이라는 자산이 ‘사람을 붙잡는 콘텐츠’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간극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을 기준으로 2024년 함양군 외지인 방문자 증가율은 16%로 경상권 1위를 기록했지만 증가율이 무색하게 숙박방문자 비율은 4.8% 하락했고 체류시간은 18.6% 하락했다. 관광 소비 역시 전년 대비 0.1%가 감소했다. 계곡과 상림공원, 농월정 등 관광지는 휴가철이면 관광버스로 북적여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은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반복된다.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 대책으로 도입한 ‘생활인구’ 개념은 이런 맹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다. 주민등록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하루를 실제로 지역에서 보내는 사람을 세어 지역 활력을 재정의하겠다는 것이다. ‘관계인구’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고향은 아니지만 일·취미·친분으로 지역을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 다시 말해 “지속적인 방문”을 약속하는 인구다. 일본 소도시의 소멸 대책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정부·학계가 “대도시에 뿌리내린 청·장년을 지방의 ‘팬클럽’으로 묶는 전략”이라 정의한다. 앞으로 진행할 사업의 관건은 숫자를 넘어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지역이 가진 자원을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보내는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역과 관광객이 관계를 쌓아야 한다. 정형화된 관광지 중심의 버스 단체 방문, 특정 계절 편중형 방문의 한계를 답습하는 함양 관광 문제가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이 필요하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함양을 알리려는 함양의 청년 공동체혹자는 “지역의 인구감소보다 중요한 건 세대간 불균형”이라고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로 지역의 활력은 경제활동인구가 담당한다. 그러나 함양의 인구 감소는 주로 청년층에서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함양 입장에서는 청년 인구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2022년 시작해 지난해 마무리된 함양군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는 ‘시골할매와 도시손녀의 맛있는 이야기’를 주제로 지역살이 체험, 일자리 실험, 청년 네트워킹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도시 청년과 지역 노년 여성층을 음식이라는 공통 언어로 연결하며 3년간 88명의 타 지역 청년에게 함양의 매력을 전달했다. 세대 간 교류와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 전국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신문보도 284건, 방송보도 55건 등 전국적으로 함양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안의면 농월정 오토캠핑장은 지난 6월 14일과 15일, 젊은 캠퍼들로 활기를 띠었다.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이하 이소)가 기획한 ‘로컬푸드 파머스 캠핑 @농월정’에 도시민 43명이 참여한 것이다. 이 행사는 캠핑과 로컬푸드를 결합해 지역의 자원을 큐레이션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의 96.4%가 행사에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재참여 의향, 3개월 이내 로컬푸드 추가 구매 의향, 1년 이내 함양 방문 의향 등에서도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단순한 체험을 넘어선 지역 홍보 및 관계 형성 효과를 보여줬다.이소는 이 행사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이미지 개선과 청년 관계인구 확대라는 다층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지역에 대한 긍정적 경험은 이후 재방문과 장기적 연결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소와 ‘고마워, 할매’는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펼치면서도 협력의 폭을 넓혀왔다. 2022년에는 ‘거·함·산 청년문놀장’을 공동 개최해, 거창·함양·산청의 청년단체들이 상림공원에 모여 문화장터를 열었으며 2023년에는 ‘지리산 이야기 대피소’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청년 활동가 50여 명을 지리산으로 초대해 교류와 연대의 기회를 마련했다. 이처럼 지역의 청년 공동체는 외지 청년에게 함양을 알리고, 또 다른 청년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함양의 얼굴’을 바꾸는 중이다. 관계인구 확대를 위한 이들의 실험은 앞으로 지역 소멸문제를 대응하는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함양군은 함양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함양군은 올해부터 ‘생활-관계인구 3단계 확대’라는 도발적 목표를 꺼내 들었다. ‘함양 사계포유(4U) 사업’은 병곡면 대광마을 일원에 렌탈하우스 24호, 항노화 스마트팜과 복합 캠핑존을 묶어 주거-일자리-여가가 한데 있는 복합 거점을 2027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 87억 원과 군비 87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도시민을 ‘사계절 이웃’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함양군 미래발전담당관실 관계자는 “관광객도 귀한 손님이지만, 지방을 정말 살리는 건 하루 세 끼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사람”이라며 “관계인구를 단계적으로 ‘손님에서 이웃’으로 전환하는 인구 정착화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소멸 전문가들은 ‘관계의 질’을 가늠할 지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문빈도·체류 일수뿐 아니라 지역 상점 사용액, 마을 행사 참여도 같은 ‘생활 데이터’가 쌓여야 정책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결국 핵심 과제는 자연·교통·사람을 한 번에 엮어 관계인구를 키우는 일이다. 산과 자연이 주는 청정 이미지를 농산물·로컬투어·청년창업 브랜드로 번역해야 한다. 이때 가장 결정적인 동력은 청년이다. 비교적 이동을 주저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살아도 좋고, 놀러 와도 편한’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소비할 때, 함양의 자연은 더 이상 한계가 아니라 미래를 품은 생활 무대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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