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6시, 함양읍에 위치한 함양국민체육센터 헬스장. 사람들이 이불 속에서 잠들어 있는 그 시간,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가 있다. 병곡면 광평리에서 묏골관광농원식당을 운영하는 73세의 이동진 씨. 들어서자마자 벤치프레스 위에 눕고, 익숙한 동작으로 묵직한 쇳덩이를 들어 올린다. 무거운 쇳덩이가 이 몸 위로 떠오르고, 숨이 깊게 몰아쉰다. 그에게 이 공간은 단지 운동장이 아닌, 하루를 살아낼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상의 중심이다. “거창한 건 없습니다. 그냥 습관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운동하면, 하루가 달라집니다.” 그는 4~5년 전부터 운동을 체계적으로 시작했다. 과거에도 운동을 좋아했지만, 지금처럼 중량을 들며 근육을 다듬는 데 집중한 건 최근 몇 년이다. 이제는 함양읍 국민체육센터의 대표적인 고수 중 하나로 통한다. 그는 매번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최대 무게에 도전하며, 매일 새벽을 살아낸다. “100kg까지 들어봤습니다. 지금은 95kg, 90kg씩 세트로 하고 마무리는 40kg로 정리합니다. 나이에 비하면 무리다 싶을 수 있지만, 제게는 그게 도전이고 보람입니다.” 그는 ‘할아버지치고는’이라는 전제가 붙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를 기준으로 자신을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도 그만큼 못한다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저보다 젊은 사람도 이만큼 못 들어요. 중요한 건 마음이죠. 나이는 핑계일 뿐입니다. 내가 나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그게 핵심이에요.” 이 씨는 평소 술을 즐겼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체력적인 부담도 따랐지만, 운동을 병행하면서 그 부담을 이겨낼 수 있었다. 체력은 운동으로 보완했고, 덕분에 지금까지도 큰 무리 없이 일상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면 나아지는 걸 깨달은 뒤로 운동을 멈추지 않게 됐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픕니다. 드러누워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몸도 굳어요. 나와서 몸을 쓰면 거짓말처럼 괜찮아집니다. 지금은 운동이 약이고, 운동이 해답이에요.” 매일 새벽 헬스장에 나오는 그의 하루는 뚜렷한 루틴으로 이어진다. 운동이 끝나면 곧장 농장으로 향하고, 일을 마친 뒤에는 막걸리 한 병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운동하고 나서 막걸리 한 병 마시면, 개운해요. 젊은 사람들은 술 먹으면 근육 빠진다는데, 난 내 기능만 지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이 밑바탕이 되어 있으니 괜찮아요.” 그의 하루를 채우는 또 다른 중요한 일과는 농장 운영이다. 이 씨는 자연방사 방식으로 닭을 기르며, 건강한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완전 자연방사입니다. 닭이 뛰어놀고, 개가 지켜주고, 나는 달걀을 챙기는 거죠. 달걀 한 판씩 팔려나가는데, 그게 참 재미납니다. 손님도 단골이 많고요.”   이처럼 성실하게 일상을 살아온 그는 과거 선출직 조합장과 군의원 선거에 도전한 경험도 있다. 비록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 과정은 그의 삶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 “그때는 진짜 간절했어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뭔가 바꿔보고 싶었죠. 결과는 안 따라줬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해보지 않았다면 분명 지금도 마음에 미련이 남았을 겁니다.” 이 씨는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진솔하다. 특히 헬스장에서 만난 이들과는 나이나 지위에 구애받지 않고 격의 없이 어울린다. 젊은이들과도 자연스럽게 운동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는 ‘운동 동지’들도 늘 곁에 있다. “혼자 하면 힘듭니다. 누군가 옆에서 같이 운동하며 한마디씩 해주면 기운이 납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새벽부터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운동 외에 특별한 취미는 없지만, 삶을 즐기는 태도는 분명하다. 몸을 움직이며 하루를 정리하고, 가족과 일상을 나누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운동을 빼고는 이제 삶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다들 말하죠. 나이 들수록 운동해야 한다고. 저도 똑같이 말합니다. 특히 근력운동은 꼭 해야 돼요. 근육이 빠지면 일상도 흔들립니다. 하체가 무너지면, 삶이 무너지는 거예요.” 그는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고, 성취감도 느꼈다고 말한다. “운동은 도전입니다. 내가 해낼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야 성취감이 생기고, 그게 자신감이 돼요. 그게 삶이죠.” 이동진 씨는 오늘도 국민체육센터로 향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에게 새벽은 운동의 시간이고, 삶의 연습장이며, 기쁨의 출발점이다. ‘철을 든다’는 건 단지 근육을 기르기 위함이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견디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정신의 연습이기도 하다. 그의 꿈은 단순하다. 지금의 건강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매일 아침 젊은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는 일상.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말 속엔 이미 삶의 정수가 담겨 있다. “지금처럼만. 이대로만. 더 바라지도 않아요.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참 잘 살고 있는 거죠.”병곡에서 온 73세 철의 사나이. 그는 매일 새벽, 몸보다 더 무거운 삶의 무게를 힘차게 들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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