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계> 재창간을 기념해 장원 편집인과 함께 하는 북토크가 열렸다. 지난 6월 12일 함양읍 이은리 독립서점 오후공책에서 열린 이번 북토크에서는 <사상계>를 55년 만에 복간한 배경과 과정, 의미 등에 대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함양지역 주민들은 물론 산청과 창원 등 타 지역에서도 참여해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이어갔다.1953년 故 장준하 선생이 창간한 종합잡지 <사상계>는 6·25전쟁과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사회 혼란기, 시대를 고민하는 담론장으로서 역할을 하며 당대 지식인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학상인 동인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현대 문인들을 발굴하는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권력을 비판하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이 실리면서 수난과 고초를 겪다가 1970년에 폐간됐다. 이후 여러 차례 복간 시도가 있었으나 폐간 후 55년이 흘러 올해 4월 계간지로 재창간했다.
응답하라 2025! 문명전환의 서곡통권 206호이자 재창간 1호인 이번 <사상계>는 ‘응답하라 2025! 문명전환의 서곡’을 주제로, 유수의 필진들이 정치, 생태, 사회, 교육, 예술 등 전 분야에 걸친 문명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상계> 폐간과 계엄령의 역사적 관계를 조명하는 ‘계엄의 사상계’, 한강 문학을 통해 문명전환의 상상력을 탐구하는 ‘한강의 사상계’, 생태와 지역문제를 다룬 ‘살림의 생태계’ 등 3가지를 주제로 한 시대정신을 담았다.장원 편집인은 이날 북토크에서 “야만과 미개의 시대가 계몽을 통해 현대 문명을 이뤘지만, 현대문명은 기후위기 등을 초래하며 다시 파멸로 향하고 있다”면서 “문명의 전환, 계몽의 계몽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해 <사상계>를 다시 창간하게 됐다”고 복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사상계>는 경제자립, 문화창달, 민족 자립·자주를 지향했다면, 오늘의 <사상계>는 지금의 시대정신에 맞게 생태주의와 신유물론 등 문명전환 등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 있는 잡지, 감동이 있는 ‘반려잡지’를 만들고 싶다”면서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에 매몰되지 않는 균형적인 종합잡지로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재창간한 <사상계>의 독특한 편집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상계>는 책의 앞과 뒤가 없고, 위·아래가 없다. 책의 이쪽 면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저쪽 면에서 시작할 수도 있도록 디자인됐다. 이는 변방과 중심의 구분을 없앤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책 가운데에는 빈 지면 ‘숨비소리(해녀가 물밖으로 나올 때 숨을 내뱉는 소리)’를 두고 쉬어가는 여백을 만들었다.뿐만 아니라 재생지를 사용했으며, 모든 지면이 흑백이다. 이에 대해 장원 편집인은 “모든 빛을 모으면 백색이고, 모든 색을 모으면 흑색이 된다”며 “흑백은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칼라보다 훨씬 고차원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더불어 채권을 책에 빗댄 ‘청년책권’ 제도를 운영한다. 만 39세 이하의 청년 독자들이 <사상계>를 구독한 뒤 10년이 지나 책을 가져오면 현재 책값의 10배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사상계>는 오후공책을 비롯한 전국 89개 독립서점에서 구입 가능하며, 공식 홈페이지(www.sasanggye.com)에서 정기구독 및 후원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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