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적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이 짧은 인사에는 단순한 안부 이상의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안녕(安寧)’은 ‘편안 안(安)’과 ‘편안할 녕(寧)’이 합쳐진 단어로,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몸의 건강이란 잘 먹고, 잘 자고, 변(便)을 잘 보면 기본적인 신체 기능이 정상 상태이며, 마음의 편안함은 근심과 걱정 없이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포함한다.특히 ‘편하다’라는 의미의 ‘편(便)’자는 ‘똥오줌 변’자로도 쓰이는데, 이는 똥이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사찰에서는 몸과 마음의 근심을 해소하는 공간을 ‘해우소(解憂所)’라 부르며, 이곳에서 근심을 해결하고 나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똥’이라는 단어는 냄새와 형태의 이미지로 인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아기가 건강하게 황금색 변을 보면 부모는 기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꿈에서 ‘똥’을 보면 복권을 사라는 속설이 있듯, 때로는 행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과학적으로 살펴보면, 똥의 약 75%는 수분이고, 나머지는 소화된 음식물 찌꺼기, 장내 미생물, 장 점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미생물(장내 세균)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인간은 약 3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수는 약 38조 개에 이르며, 그 종류만 해도 2,000여 종에 달한다. 이들 미생물의 95%는 위장, 소장, 대장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이 모여 이루는 생태계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부른다.장내 세균은 음식물의 소화·흡수, 면역 기능, 대사, 장벽 보호, 신경계 안정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담당하며, 인간과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2018년 빌 게이츠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미래 헬스케어의 핵심 키워드로 ‘뇌, 면역, 마이크로바이옴’을 꼽았듯, 장내 세균(미생물)은 앞으로 인간의 건강과 질병 관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장내 세균 생태계의 균형은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유익균이 많으면 음식물이 잘 발효되어 영양분으로 흡수되지만, 유해균이 많아지면 음식물이 부패하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은 출생 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으며, 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치며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인체와 공생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시기에 항생제 남용이나 인스턴트 가공식품 섭취, 지나친 청결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자가면역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이상적인 장내 환경은 유익균 30%, 유해균 10% 이하, 중간균 60% 이상일 때로 알려져 있다. ‘세균은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을 버리고, 장내 미생물이 건강에 필수적임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다.전문가들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 균형, 활성도를 건강의 핵심 요소로 꼽는다. 이를 해치는 대표적 식습관은 서구화된 식단, 즉 포화지방, 정제탄수화물, 가공식품(보존료 첨가식품), 패스트푸드, 밀가루 음식 등이 있다. 우리 몸을 위한 음식과 미생물을 위한 음식 비율은 5:5가 적절하며, 가공되지 않은 곡류, 콩류, 견과류, 잎채소, 해조류, 과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장내 유익균이 많아진다.우리 몸속에는 세균들의 작은 우주가 존재한다. 장내 미생물과의 조화로운 공존이야말로 진정한 내 몸과 마음의 ‘안녕’을 이루는 길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