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작은학교 이야기 주인공은 병곡면에 자리한 병곡초등학교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 그리고 독특한 ‘무학년제 예체능 교육과정’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연극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시야를 넓히는 병곡초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텃밭의 식물들과 하루를 여는 아이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로 물조리개를 들고 오는 아이들과 마주쳤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무거운 물을 들고 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신나 보였다. 호기심에 아이들을 따라갔더니 정갈하게 정리된 텃밭에 물을 주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학년별로 다른 식물을 심었어요. 아침에 이렇게 물을 주고 인사 나누고 있어요” 생명의 신비를 눈으로 관찰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할 뿐, ‘무해함’이란 단어는 이 아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지 않을까 생각했다.연극을 통해 바라보는 다양한 세상 “학교에서 가장 좋았던 게 뭐야?”라고 물었을 때, 6학년 아이들이 가장 먼저 꺼낸 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주에 교장선생님이랑 연극 활동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즉흥극을 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막대놀이도 했어요. 막대기를 가지고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표현하는 거예요” 병곡초에서는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연극 수업이 열린다. 아이들은 막대놀이부터 즉흥극까지 다양한 연극 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가고 있었다. “다음에 배역도 빨리 정하고 싶어요. 빨리 연극하고 싶어요!” 아이들의 기대감이 얼굴 가득 드러났다. 연극에 대해 문외한인 나의 시선에서, 연극을 진심으로 재밌어하는 아이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연극을 하면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 연극 속 인물이 되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죠” 아이들은 연극을 통해 단순히 연기 실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무학년제 예체능 교육과정’ 병곡초의 가장 큰 특색은 바로 ‘무학년제 예체능 교육과정’이다. 이는 병곡초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으로, 무학년제로 운영함으로써 소규모 학교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술을 통해 아이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음악은 기악과 가창으로, 미술은 조형과 공예, 수채화로 나누어 각 분야별 전문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예체능 전문교사가 있다는 점이었다. 성악을 전공한 후 다시 교대에 진학해 교사가 된 가창 전담교사가 있어, 아이들은 보다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음악 선생님이 리코더도 가르쳐주시고 수채화 선생님도 그림을 정말 잘 그리셔서 저희도 많이 배워요” 아이들의 눈에도 선생님들의 전문성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이들이 굳이 부풀려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어졌기에 아이들의 예술 수업시간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1박 2일 예술체험학습의 감동 병곡초 아이들은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한 번씩 1박 2일 예술체험학습을 떠난다. 1학기에는 여주 도자기축제와 서울 알라딘 뮤지컬 관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견학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2시간 반 동안 앉아서 뮤지컬을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끝까지 집중해서 보더라고요” 교장선생님의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알라딘 뮤지컬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알라딘 뮤지컬이 제일 좋았어요! 여주인공이 만화에서 튀어나온 줄 알았어요. 노래도 너무 잘하고!” 아이들의 생생한 후기가 이어졌다. 일반적인 놀이공원이나 여행을 위한 체험학습이 아닌,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의미 있는 체험활동이었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학교 안에서의 수업으로 국한하지 않고, 크게 보고 넓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을 기획하고 준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함양 연극문화의 중심에 선 아이들 병곡초의 연극교육은 단순한 학교 활동을 넘어선다. 함양은 전국에서 어린이 연극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교장선생님이 함께 활동하는 ‘광대’ 극단을 중심으로 30여 년간 쌓아온 연극문화의 토양 위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연극은 종합예술이에요.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배우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삶의 메시지입니다” 실제로 올해 병곡초는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창작연극을 준비 중이다. 아이들은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하니, 완성된 연극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기대감이 차오른다. 연극이 올려질 때쯤 이곳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읍에서 온 12명의 특별한 선택 전교생 16명 중 12명이 함양읍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다닌다. 작은학교의 특별함을 알고 일부러 병곡초를 선택한 것이다. “작은학교와 큰학교 사이의 전학이 자유로워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에요. 읍에서 작은학교로는 올 수 있지만, 작은학교에서 큰학교로는 갈 수 없지요” 함양의 큰 초등학교에서 전학 온 한 아이의 증언이 인상적이었다. “큰학교에서는 쉬는시간 놀이터에서 경쟁이 심해서 친구들이 많이 다쳤어요. 병곡초에 와보니까 친구들이 서로 다 양보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놀이터에서 다칠 일이 없어요!” 하음이의 이야기는 작은학교의 또 다른 장점을 보여준다. “병곡초 급식이 정말 맛있어요! 큰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많아서 미리 조리해야 되니까 밥이 조금 식어있었는데, 여기는 학생 수가 적어서 따뜻하고 딱 먹기 좋게 나와요” 소원이의 이야기에 다른 친구들도 맞장구를 친다. “급식 먹고 싶어서 병곡초 왔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맛있어요!” 작은학교이기에 가능한 따뜻한 급식은 아이들에게 소소한 듯 보이지만 아주 큰 행복이다.차별과 편견이 없이 함께 만들어가는 감동  병곡초에는 도움반이 있어서 장애가 있는 친구들도 함께 공부한다. 교장선생님께서 작년 학예발표회에서 도움반 학생이 사회를 맡았을 때의 일화는 잊을 수 없다며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친구가 사회를 너무 잘 봐서 감동한 학부모들이 모두 박수를 쳤어요. 연극 공연 중에 무대에 누워버린 일도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이 아무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다리며 도와줬죠” 장애가 있건 없건, 그냥 모두가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 보였다. 이는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 속에서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구성원의 가치관이 만드는 특별함  “작은학교의 성공 여부는 구성원들의 가치관에 달려 있어요. 선생님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합의하고 협력할 때 아이들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처럼, 병곡초 선생님들은 함께 모여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교육과정을 함께 고민한다고 하셨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이런 준비 과정이 올해 신나는 교육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들으며, 선생님들을 향한 무한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비전은 단 하나예요. 이 작은 공동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있는 동안 항상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병곡초의 하루를 지켜보며 느낀 것은, 작은학교의 진정한 가치는 규모가 아니라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있다는 점이었다. 연극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장애를 가진 친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전문적인 예체능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 16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색깔로 빛나며 성장하는 병곡초등학교.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이 우리 지역의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김선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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