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매우 다양하다. 우선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는 일부터 시작해,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결정하고, 이에 맞는 관리 방법까지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특정 작물에 발생하는 병해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농업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정보가 거시적인 수준에 그치다 보니, 현실적인 수익 예측이나 세부적인 농사 계획 수립에 참고할 만한 데이터를 찾기 어렵다. 이에 주간함양은 함양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축산물과 지역 농협 제품들을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농업에 도전하는 군민들에게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농업을 처음 시작하는 귀농인들에겐 블루베리만한 게 없어요. 초기 투자금도 적고, 노동 강도도 다른 작물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저는 강력 블루베리를 추천합니다”
함양군 안의면 황마로에서 ‘까끔이골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상진 대표는 블루베리 재배의 장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30년 넘게 포크레인 업에 종사했던 그는 은퇴 후 귀농을 결심하며 고심 끝에 블루베리를 선택했다. 주변에 사과 농사를 짓는 지인도 있었지만, 그는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아 고강도 노동이 필요한 작물은 피하고 싶었다. 고소득 작물이라는 점에서는 사과나 블루베리 모두 유리했지만, 체력 부담이 덜한 블루베리 쪽에 마음이 기울었다.
“사과는 한 박스 20kg 기준 6~8만 원 정도 받지만, 블루베리는 1kg에 2만5000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20kg 기준으로 보면 수익 차이가 엄청납니다”
전 대표는 블루베리를 선택한 것이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현재는 막내아들까지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규모를 점점 확장하고 있다. 막내아들 전성현 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귀향해 농장에 합류했고, 현재는 홍보 마케팅부터 묘목 생산까지 전담하고 있다. SNS와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수익 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올해부터는 모종 관리는 아들이 전적으로 맡고, 저는 수확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들이 와서 묘목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분업화했죠”
그의 말에 따르면 블루베리는 귀농인에게 적합한 ‘효율적 농작물’이다. 연중 노동 강도가 높지 않아 겸업도 가능하고, 투자 대비 수익률도 높다. 실제로 블루베리 농사는 수확 시기인 한 달을 제외하면 큰 노동력이 들지 않는다.
“일반인 기준 월급 정도의 수익을 기대한다면 천 평 정도가 적당합니다. 평당 4~5만 원 정도 자재비용이 들고, 군에서 묘목과 관정, 관수 등 다양한 지원도 받아요. 특히 함양군은 농업 지원이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실패를 딛고 체계화한 블루베리 농사하지만 전 대표의 농사 여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블루베리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작물로, 특이하게도 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농사를 시작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옛날에는 그냥 비료 넣고 흙에다 심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이건 산도 조절이 안 되면 100% 실패합니다. 블루베리는 산성 토양에서 자라야 해요. 이걸 모르고 시작해서 실패한 사람이 많았죠”
지금은 연구 데이터와 메뉴얼이 체계화되면서 이런 시행착오는 줄었지만, 여전히 토양 분석과 사전 준비는 필수다. 그는 귀농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처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임의 자조금’에서 ‘의무 자조금’으로 제도 변화 전 대표는 블루베리 농가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 지원을 위해 ‘자조금 제도’에도 앞장서왔다. 과거 블루베리는 자조금 작물로 등록돼 있지 않아 재해보험이나 국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전 대표의 꾸준한 건의와 활동으로 2025년부터는 블루베리도 의무 자조금 작물로 지정됐다.
“전국에서 시범적으로 세 군데만 먼저 시작됐어요. 그중 한 군데가 우리가 있는 함양군이에요. 이젠 블루베리도 자조금을 받을 수 있고, 내년부터는 TV 광고나 정부 홍보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기계도 없이, 아들과 함께, 수익은 4억까지”전 대표의 블루베리 농장은 지금 연간 6만 주의 묘목을 생산하고 있다. 아들의 도움으로 온라인 판로가 개척되며 대기업에서도 묘목을 주문하고, 내년 분량까지 벌써 계약이 마무리됐을 정도다.
“올해 묘목만 해도 수익이 4억 정도 예상돼요. 농사짓는 사람 입장에서 이 정도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죠.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어요”
그는 특히 농기계가 필요 없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쌀 농사는 수확 장비만 해도 몇 억 원이 필요하지만, 블루베리는 최소한의 도구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귀농 자금을 조금만 활용하면 5~6000만 원 정도로 천 평 농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첫해에는 주당 200g 수확, 다음 해부터는 1kg 이상 수확이 가능하니, 경제적 부담이 적은 편이죠. 손익분기점은 3년이면 충분합니다.”
“블루베리는 귀농의 가장 현실적인 선택”전 대표는 ‘블루베리는 실패한 작물’이라는 오해도 많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농사법이 정립되었고, 정부의 지원까지 시작되면서 블루베리는 재평가되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어요. 옛날엔 아무 기준도 없이 무턱대고 심었죠. 지금은 아닙니다. 귀농하려는 분들께는 이제 블루베리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마지막으로 전 대표는 “농사는 하루아침에 소득을 내는 산업이 아니며, 초반 1~2년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꾸준히 공부하고 지역 지원을 잘 활용하면 누구나 가능성 있는 농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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