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부터 ‘도시재생’이 유행처럼 번졌다. 서울의 익선동이 주목받으면서 전국 곳곳에 익선동 프로젝트와 같은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졌다. 슬럼화된 비좁은 골목과 허름한 건축물이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방, 소품샵 등으로 채워지면서 익선동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전국에 익선동과 같은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서울의 성수동이나 대전의 소제동이 대표적이다. 사전적으로 ‘재생’은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 또는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해 다시 쓰게 함’이라고 정의돼 있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재건축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시재생’이 주목받았다. 작은 스타트업이 진행한 새로운 시도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도시재생이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원도심 등 쇠퇴한 지역을 활성화해 경제를 회복하겠다며 정부는 2017년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해왔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에는 유형에 따라 적게는 50억 원(3년간), 많게는 250억 원(6년간)까지 지원해 주거환경 개선, 골목길 정비, 편의시설 구축, 주민역량 강화 등이 진행됐다. 함양 4곳,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함양군 또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총 4곳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됐다. 지리산함양시장이 있는 함양읍 용평리 일대가 2018년에 함양군 첫 대상지로 선정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총 165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다. 그 결과 마을관리거점 ‘한들센터’가 건립됐으며, 골목길 조성 및 집수리 지원 등의 사업이 진행됐다. 이어 2019년에는 함양읍 인당마을이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곳에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8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인당더건강한센터’ 구축을 비롯해 산삼청국장 고도화를 위한 사업이 추진됐다. 현재는 안의면 당본리와 서상면 대남리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 중이다. 사업기간이 올해까지인 안의면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165억 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며 ‘햇살안의빌리지’ 조성과 아카이빙 사업, 돌고 도는 골목길 조성 및 투어 프로그램 등이 이뤄진다. 이밖에 토종약초·안의갈비 등 다이닝코드를 개발해 상품을 고도화하는 작업과 안의보감 햇살학교도 운영할 예정이다. 서상면 도시재생 사업에는 16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여기에는 관계 부처 협업사업비 58억 원과 집수리 비용 중 민간 자부담금 42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2027년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을 통해 서상면 대남리 일원에 주민모아센터 구축, 광장 조성, 골목길 정비, 집수리 지원, 베이커리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각 지역에서는 도시재생대학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주민에게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주민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위한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또한 주민제안 공모사업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팀당 500만 원씩 지원, 스스로 사업을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카이빙 사업으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성과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소프트웨어 사업도 추진 중이다. 막대한 예산 투입…지역 활성화 효과는?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효과가 있을 것인지, 과연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크다. 비단 함양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대부분의 지역이 겪는 일이다. 대부분의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거점공간 조성을 위해 ‘센터’를 새로 건립하고, 노후 지역 정비를 위해 골목길 개선이나 집수리 등을 추진하는 등 하드웨어 사업 중심으로 이뤄진다. 주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 지역이 가진 각각의 특성을 내세워 주제를 설정하고 사업 내용에도 포함돼 있으나 실상 그 내용이 대동소이 한 것도 지적되고 있다. 함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이노태 센터장은 “사업기간이 끝난 용평리와 인당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마을협동조합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며 “그러나 새로운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사업기간이 끝나면 별도의 지원이 없다”면서 “사업기간 이후 연속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라 아쉽다”고 덧붙였다. 함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는 용평리와 인당마을의 사례를 참고해 현재 진행 중인 안의·서상의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건물 준공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주민 역량강화와 참여, 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다”며 “특히 5~10년 뒤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지역 학생들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와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 참여, 도시재생 성패 좌우한편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 주민들의 소통과 참여가 도시재생의 성패를 좌우한다.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한다 할 지라도 주민들이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하면, 결코 지역의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노태 센터장은 “예컨대 가게 앞에 화단을 조성한다면, 화단을 조성하는 것은 사업의 일환으로 할 수 있지만 화단을 지속적으로 가꾸는 건 주민들의 몫”이라며 “우리지역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참여하는 게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주민들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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