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농촌은 살아나기는커녕 사경을 헤매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이 주도한 농촌살리기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렇다면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농촌현장 전문가가 주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촌살리기 성공 사례 중에서 민간이 이끌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는가? 관은 지원만 하면 된다. 민간은 아직 능력이 안된다고? 관은 능력이 돼서 농촌을 이런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더이상 농촌을, 농촌 주민을, 농촌 활동가를, 농촌현장 전문가를 수동적 ‘지원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된다. 그곳을 믿고 그들을 믿어야 한다. 사례는 많다.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태양광’ 사례,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친환경’ 사례, 경남 함양군 서하면 ‘농촌 유토피아’ 사례 등 민간이 주도하여 성공한 곳이 전국 곳곳에 있다. 이처럼 관 주도에 의한 설계가 아니라 ‘농촌’ 스스로 그려낸 그림으로 농촌을 살려내야 한다. 대체 왜 민간이 주도한 곳에서 이런 성공 사례들이 나올까? 첫째, 민간은 그 지역 특성에 맞춘 창의적 발상으로 새로운 모델을 구상해내기 때문이다. 관의 경우에는 정해진 일반 모델에 끼워넣으려 하기 때문에 실패하고 마는 것이다. 둘째, 시작부터 지역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과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제대로 된 진짜 역량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과업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된다. 셋째, 역설적이지만 그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성공한다. 돈은 없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지역에 대한 열정으로 일을 만들고 그것을 관철시킨다는 것이다. 앞의 세 사례 모두 처음부터 정부나 지자체의 돈을 받아서 성공한 곳이 아니다. 다 아는 얘기지만 관 주도 사업은 관에서 집행하는 돈이 딱 떨어지면 그 순간부터 어느 누구도 관심을 안 가진다. 공짜로 주어진 사업비가 없어지면 사업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공짜 돈이 내려오면 그 돈을 나눠먹기 위해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드는 것이지, 무슨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로또 맞은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현장에서 그런 일들을 무수하게 겪어봤기 때문에 그 현실을 너무나 속속들이 잘 안다. 상황이 이러하니 원래 희미하고 부실했던 기획의도나 콘텐츠는 어느새 없어지고 건물이나 시설 나부랭이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관이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관의 예산이라는 것이 곧 국민의 세금인데 국민에게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민간이 먼저 노력을 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뒤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민후관(先民後官)이라고 민간이 먼저 일을 시작하고 관이 뒤에 지원을 하는 식이다. 애초에 싹수가 노란데 관에서 지원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이제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꾸자. 새 정부든 새 정권이든 들어서면 대담하게 민간에게 농촌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될성부른 어린 나무나 싹을 찾고, 거기에 물을 듬뿍 줘야 한다. 골고루 주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물을 주라는 것이다.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이 아니다. 의지가 있고 열정이 있고 싹수가 보이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그곳이 살아나면 이웃 마을도 살아날 수 있다. 낙수 효과든 나비 효과든 깃대종 효과든 확실하게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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