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동물과 인간에는 외부에 대한 정보를 수용하여 인지(Cognition)를 산출해 내는 두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외부 세계(실체)를 인지하려면 현재의 두뇌는 반드시 감각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제약에 갇혀 있다. 감각기관을 달고 있는 몸의 시공간적 상황들에 의해 제한된 범주 내에서 특정하게 선택된 정보들은 몸의 내부에 있는 두뇌로 전달되어 인지적 형태로 재조합된다. 두뇌는 수용된 정보들을 재료로 하여 외부세계(실체)에 대한 그림자상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자상은 실체와는 동일한 것이 아님에도 두뇌는 그 상을 실체라고 설정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인지 작용이라고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의 동굴 우화와 같은 맥락이다. 인간 두뇌가 다른 동물종의 두뇌와 상이하게 다른 점은 그러한 인지 작용 전체를 ‘나’라는 자아 개념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두뇌는 인지 작용이 없으면 ‘나’가 없음에도 ‘나’를 인지 작용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로 상정한다. 실체인 외부세계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두뇌가 선택한 인지 작용은 ‘나’라는 자아 개념을 산출한다. 그러나 ‘나’는 그림자상에 속해 있기에 비실체이고 허체이다. 인간의 두뇌는 그렇게 비실체적 자기 근원을 망각하고 있는 ‘나’라는 것을 내세워 활동한다. ‘나’를 중심으로 해서 외부를 해석하고 외부에 적응한다. 헌데 ‘나’라는 허체가 마치 실존재처럼 자기 진화를 해 온 것이 참 신기하다. 게다가 ‘나’는 두 가지 갈래의 서로 다른 행보로 생존을 위한 작용을 해왔다. 한 갈래는 ‘나’에 집착한다. ‘나’ 외의 모든 것에 대한 망각이다. 나 밖에 모르는 단절에 근거하여 정보와 자원을 유일한 ‘나’가 소유하고자 한다. 폭력체가 된다. 또 다른 한 갈래는 ‘나’를 내어주는 원천적인 기질로 또 다른 ‘나’를 ‘나’로 인지할 줄 안다. 다른 생명체를 향한 동질체로서의 경이와 겸손, 그리고 기꺼운 연결, 소통, 화합, 상생, 더 나아가 사랑, 친절, 돌봄 등등 선한 가치의식을 양산하는 ‘나’이다. 이렇게 ‘나’는 폭력체로 진화하던지 아니면 사랑체로 진화하던지 해서 두 개의 다른 갈래 즉, 같은 인간 종 안에서 두 개의 다른 아종들이 발생하게 된다. 같은 아브라함의 자손으로서 하나는 카인 다른 하나는 아벨이 태어났다는 성서의 내용과 맥락이 같다. 한쪽은 포식자로서의 폭력이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기에 인생 내내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으면서 단절체로 표류한다. 탐욕이라는 어두운 덩어리가 머릿속에 돌처럼 박혀 있다가 커지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진전되면 좀비체가 될 것인 운명이지만 아직 인간 종으로서의 인지 능력을 잃지 않고 있기에 인지적 정보 활용 능력을 동원하여 탐욕을 실현하려 든다. 그래야만 생존의 양식이 완성되는 기분을 얻는다. 그들끼리는 탐욕 성취를 위한 단기적 결합은 가능하나 서로간의 동질감 자체를 모른다. 이러한 인간 아종을 따로 분류 정의한 학명은 아직 없다. 다만 사회적으로 인간 말종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다른 한쪽은 ‘나’에 대한 아득한 자기망각이 없다. ‘나’는 다른 모든 ‘나’로 인해 풍요롭게 돌보아지고 보호되고 있다. 선한 존재들끼리의 연결망 안에서 지상의 생명 잔치를 즐길 줄 안다. 그들의 삶의 핵심은 감사와 돌봄이다.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들과 지수화풍의 신기한 에너지들이 그들의 편이다. 기꺼이 나누는 기쁨을 아는 인간 아종이다. 각자의 상황을 소통하면서 화해와 용서가 쉽고 섭섭한 것들은 소통과 대화로 풀어야 마음이 평안하다. 이들에 대한 학명 역시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는 ‘착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작금의 시대는 변이의 시대이다. 이 두 개의 판이하게 다른 인간 아종들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뒤섞여서 살고 있다. 그러나 각 아종들의 진화가 완성되면 그 중 하나는 분명 완전 도태가 될 것이다. 우월한 아종이 남아 다음 단계의 진화를 촉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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