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땅에 드리운 지역 소멸의 그림자는 우리가 함께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하지만 지난 4월 개최된 ‘2025 관광두레 신규 주민사업체 공모 사업설명회’에 40명이 넘는 지역민이 모였다는 사실은, 이 어려움 속에서도 ‘로컬 관광 활성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지역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번 기사에서는 뚜렷한 랜드마크 부족과 숙박시설 부족 등 함양 관광이 가진 현실적인 과제들을 짚어보았다. 동시에 지리산, 상림공원 같은 빼어난 자연과 역사, 그리고 지역의 맛과 인심처럼 함양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과 잠재력 또한 확인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러한 함양의 잠재력을 실질적인 관광 경쟁력으로 전환할 구체적인 ‘전략’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대규모 관광 명소 중심의 전략 대신, 함양 고유의 매력을 살려 지속가능한 로컬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에 집중한다. 바로 ‘경험 디자인’, ‘로컬 자원 융합’, 그리고 ‘커뮤니티 기반 활성화’ 전략이다.함양의 매력을 ‘경험’으로 디자인하는 전략대규모 랜드마크나 집객 시설이 부족한 함양의 상황에서 관광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체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는 관광’을 넘어 ‘경험하는 관광’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함양의 자연, 문화, 일상 속에 담긴 고유한 매력을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고 교감하며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 콘텐츠’로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로컬 관광 사례들을 보면, 지역의 강점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 스토리를 입힌 흥미로운 해설 투어, 현지 생활 깊숙이 들어가 보는 참여형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방문객에게 표준화된 관광지에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함양 또한 지리산 자락의 고즈넉한 숲길을 활용한 웰니스 프로그램, 전통시장에서 만나는 지역 식재료 쿠킹 클래스, 상림공원의 역사를 담은 스토리텔링 투어, 지역 농가 체험 등 함양의 자연과 문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 디자인`은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재방문과 긍정적인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핵심 전략이 된다.흩어진 로컬 자원 ‘융합’하여시너지 창출하는 전략함양에는 우수한 농산물, 빼어난 자연경관, 풍부한 역사 자원, 그리고 활용 가능한 빈집이나 유휴 공간 등 다양한 로컬 자원이 산재해 있지만, 개별적으로는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러한 자원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자원 융합은 개별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함양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효과적인 방법론이다.
전북 완주가 로컬푸드 생산-가공-체험-판매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성공적인 관광 모델을 구축한 것이 대표적인 ‘자원 융합’ 사례이다. 이탈리아의 아그리투리스모처럼 농가 숙박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식사, 농장 체험을 결합하여 농촌 생활 전반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은 농업 자원 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함양 또한 지역의 우수한 농산물과 빈집 등 유휴 공간을 엮어 ‘농장-숙박-체험-식사’가 통합된 체류형 아그리투어리즘 상품을 개발하거나, 자연 환경과 예술, 웰니스 프로그램을 결합한 테마형 로컬 스테이를 조성하는 등 함양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융합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는 관광객 유치뿐만 아니라 지역 내 새로운 경제 활동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중요한 전략이다.관광 활성화의 핵심 동력 ‘커뮤니티 기반’ 강화하는 전략
로컬 관광의 지속 가능성과 진정성은 결국 지역 ‘사람들’, 즉 ‘커뮤니티’의 참여와 역량에 달려 있다. 지역민과 청년들이 관광 활성화의 주체로서 참여하고, 서로 협력하며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커뮤니티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프로그램도 지역민의 공감과 참여, 그리고 따뜻한 환대 없이는 진정한 매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순천의 일부 마을들은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이야기와 자원을 발굴하고, 빈집을 활용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주민 주도형 관광’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처럼 전국 여러 지역에서는 청년들이 모여 지역 자원을 활용한 개성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지역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들도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4월 관광두레 설명회에서 보여준 함양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과 함양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민 대상 관광 교육을 통한 서비스 역량 강화, 지역민과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소규모 행사나 모임 기획,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주민, 사업체, 청년, 지자체, 전문가)를 연결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 강화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기반 활성화 전략의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경험·융합·커뮤니티’ 함양 로컬 관광 미래 여는 전략지역 소멸이라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함양 로컬 관광은 새로운 돌파구를 열 중요한 기회이다. 뚜렷한 랜드마크 대신 함양만의 고유한 자연, 문화, 일상을 매력적인 ‘경험’으로 디자인하고, 흩어진 로컬 자원을 창의적으로 ‘융합’하여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며, 지역민과 청년들이 주체가 되는 튼튼한 ‘커뮤니티 기반’을 다지는 것. 이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추진할 때, 함양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닌 ‘다시 찾고 싶은 곳’, 나아가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함양의 숨겨진 저력과 지역의 뜨거운 의지는 ‘경험 디자인’, ‘로컬 자원 융합’, ‘커뮤니티 기반 활성화’라는 이 세 가지 전략과 함께 함양 로컬 관광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갈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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