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은 창간 23주년을 맞아 지난 5월27일 경상국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최진호 교수를 만나, AI 기술 변화 속 지역언론의 과제와 생존전략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언론재단 실무와 학문적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기술과 저널리즘이 만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지역 언론이 취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을 제시했다.AI 기술의 등장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최 교수는 생성형 AI가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언론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분야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보 생산 단계에서 AI의 활용이 두드러지며, 자동 녹취, 맞춤법 검사, 제목 생성, 윤문 등의 영역에서 기자 업무의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AI는 인간 기자의 보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 작성, 톤 조절, 요약 기능 외에도 영상 자동 생성 기술은 유튜브 등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도 활용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AI가 인간 개입 없이 대량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경우, 가짜뉴스나 편향된 정보 확산의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고 우려했다. 현재는 과도기이며, 장기적으로는 AI가 일상적인 보도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기술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활용의 태도’AI 활용 수준에서 중앙언론과 지역언론 간의 격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봤다. 오히려 중요한 차이는 조직 내부의 수용 태도와 기자 개인의 역량에 있다는 것이다.“중앙언론이라고 해서 기술을 잘 활용하는 건 아닙니다. 기술 인력 부족과 관리 어려움으로 인해, 실제로는 STT(음성인식), 맞춤법 검사, 제목 자동생성 등 단순 기능에 머무는 경우가 많죠. 결국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 입니다”지역언론의 생존 조건, 더 작고 더 가까운 곳으로지역언론이 직면한 위기는 AI 시대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누적되어온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다만 기술 발전으로 그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역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이퍼로컬, 즉 더 작은 지역 단위로 내려가야 합니다. 주민의 일상에서 나오는 이야기 자체가 뉴스가 될 수 있는 것이죠”그는 충북 옥천신문을 하이퍼로컬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로 꼽으며, 코로나19 이후 지역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언론은 지역 안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함양의 축제, 관광, 자연 자원은 외부 독자에게도 매력적인 콘텐츠에요. 지역성과 대중성은 대립되지 않고, 오히려 지역 고유성이 외부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기술과 공동체 저널리즘의 공존 가능성‘사람 중심의 지역 공동체 언론’과 ‘데이터 기반 AI 기술’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AI는 공동체를 해체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오히려 공동체를 더 잘 비추고 감시할 수 있습니다. GPT 기술을 활용하면 코딩 없이도 통계 분석이 가능하고, 공공 데이터를 통해 지역 재정이나 정책을 쉽게 분석할 수 있죠” 즉, 기술은 본질이 아니라 도구이며,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정책적 지원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 제도적 보완책으로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기자 대상 AI 활용 교육과 훈련을 위한 예산 지원, 또 하나는 GPT 유료 버전 등의 디지털 구독료에 대한 간접 지원이다. “기자가 자비로 GPT 서비스를 구독하는 건 부담이 큽니다. 이 부분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죠. 언론재단도 보다 적용 가능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언론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현실화를 언급했다.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미디어 바우처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언론을 후원하는 방식은 실현 가능성과 공익성 면에서 모두 유효합니다. 다만 시행을 위해선 선별과 검증 체계가 필수적인 것이죠”다음 10년을 위한 준비향후 지역언론이 준비해야 할 방향으로는 ‘밀착된 정보 제공’과 ‘콘텐츠의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지역 독자에게는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외부 독자에게는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리산 등산로, 지역 학교의 교육 방식, 아이들이 자란 일상의 풍경까지도 충분히 기사 소재가 됩니다. 지역성은 잃지 않되, 외부를 향한 창의적인 해석이 필요해요” 최 교수는 끝으로,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이며 저널리즘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과 지역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가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지역 언론은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과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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