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이 창간 23주년을 맞아 마련한 특별 포럼 ‘민선 8기에 묻고, 진병영 군수가 답하다’가 지난 5월 23일 오후 함양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열렸다.이번 행사는 군민의 삶과 직결되는 군정 과제를 군수로부터 직접 듣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찰하는 공론의 장으로 기획됐다. 행사에는 진병영 함양군수를 비롯해 지역 각계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패널로는 △김성진 전 함양군청 행정국장 △박현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 △장원 농촌유토피아대학원연구소 대표 △전진석 다볕문화예술단 단장이 자리했다.이날 포럼은 진병영 군수의 간단한 군정 브리핑으로 시작됐다. 진 군수는 민선 8기 군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미래세대 투자, 정주여건 개선, 농업과 관광의 활력 회복, 물류산업 기반 구축 등을 간략히 설명하며 “성과를 넘어 감동을 주는 행정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이후 진행된 패널과의 대담에서는 군정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지역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군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향후 함양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진병영 군수는 “군정은 군민이 주인이라는 원칙 아래, 앞으로도 초심 잃지 않고 군민과 소통하는 군수가 되겠다”며 “오늘 주신 의견을 행정에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번 포럼은 주간함양이 주최·주관하고, 함양군과 지역사회가 함께 군정의 방향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
문화관광재단 설립 넘어, 장기 비전 필요
1960년대 남원의 춘향제, 진주의 개천예술제와 함께 삼남 3대 종합예술제로 손꼽히던 천령문화제. 그러나 최근 그 위상과 규모가 축소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진석 단장은 함양군의 문화예술 정책 전반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실질적 대책을 군수에게 질의했다.
전 단장은 “1960년대에 시작된 천령문화제는 과거 삼남 지방에서 가장 주목받던 종합예술축제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초라한 상황으로 전락했다. 과거처럼 역사성과 품격을 회복하기 위한 장기 계획이 군 차원에서 수립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진병영 군수는 “1962년 시작된 천령문화제가 올해 64회를 맞았지만, 그간의 관련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의 특성상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며 연속성이 확보되지 못한 점이 한계였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 근무 가능한 인력을 배치하고, 전문관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진 군수는 이어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서 문화예술과 관광정책 전반을 전문적으로 추진할 중간 조직이 필요하다”며 “문화관광재단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축제 기획과 기록 관리, 민간 협력 확대, 중앙 공모사업 대응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르GO 함양, 한 달 살아보기 등 체류형 프로그램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단장은 이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문화관광재단이 설립되기 전이라도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며 구체적인 요청을 이어갔다. 그는 “시조경창, 한시백일장 등은 전국적으로도 유서 깊은 프로그램인데, 천령문화제가 아직도 장관상 하나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문화관광과의 역량을 총동원해 3년 내에 최소 3개 분야에서 장관상을 유치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진 군수는 “현재 함양군이 직접 주관하는 축제는 천령문화제, 연암문화제이며, 산삼축제와 곶감축제는 산업형 축제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시조경창대회, 한시백일장 등 전국대회 성격의 프로그램들이 중앙부처 표창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화관광재단 설립을 통해 지역 축제와 관광산업이 함께 발전하고, 그 수혜가 군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성과가 안 보인다는 오해
함양군이 추진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해 “가시적 변화가 없다”는 주민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성진 전 국장은 진병영 군수에게 이에 대한 설명과 적극적인 소통을 당부했다.
김 전 국장은 “군수님이 일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주민들 사이에 있다”며 “많은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행정 절차 속에 사업들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군민들이 알 수 있게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 전 국장은 “산청은 항공기 날개 공장 유치 등으로 인구가 늘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는데, 함양은 눈에 띄는 변화가 적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그러나 백천지구, 투자선도지구, 청소년복합문화센터, 학생도서관 등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계획만 있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 건 아쉽다”고 언급했다.
이에 진병영 군수는 “새로운 공공사업을 추진하려면 예산 확보는 물론, 최소 2년의 행정절차가 필수로 뒤따른다”며 “지방재정투자심사, 중앙투자심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복잡하고 시간 소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군민들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 군수는 “예를 들어 작은영화관 하나를 추진하는 데도 환경부로부터 용도변경 승인을 받기까지 1년이 걸렸고, 이후에도 건축 기획, 공공건축 심의, 군 관리계획 변경 등 숱한 과정을 거쳤다”며 “현재는 착공계를 접수했고 5월 중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백천지구, 투자선도지구는 현재 LH에서 사업 시행을 맡아 용역과 설계를 진행 중이고, 교산리 복합문화지구도 부지 매입 50~60%를 완료하고 지구단위계획과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군수는 “작은 영화관 추진 과정을 보면 2023년 4월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용역을 시작해, 2024년 지방재정 투자심사, 공공건축 심의, 군 조례 제정과 관리계획 변경 등을 순차적으로 이행했다”며 “이제는 모든 행정 절차를 완료하고 공사 착공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함양군 전 재산을 전수조사해 활용도가 낮은 시설들을 목적 변경을 통해 재활용하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며 “토속어류생태관, 허삼둘 가옥, 약초과학관 등도 그러한 사례이며, 활용을 위해 행정기관과의 협의를 지속해온 결과 작은 영화관 등으로의 변경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민선 8기 사업들은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안정성과 적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절차를 건너뛰지 않고, 완성된 후 군민이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인구소멸 대응과 민간 협업 제안
박현호 위원은 함양군의 인구소멸 대응책과 청년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질문하며, 민간기업과의 협업 확대 필요성을 제안했다.
박 위원은 “생애주기별 인구 시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효성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청년들이 떠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디지털 노마드와 같은 새로운 인구 유입 방식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기획단이나 청년센터 등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군의 계획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병영 군수는 “출생부터 결혼까지를 아우르는 7개 분야 93개 인구 시책을 추진해왔지만, 청년과 신혼부부 대상 지원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보완해 하반기부터 출산 및 입양 장려금을 자녀 수와 관계없이 500만 원, 셋째 자녀는 1000만 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장려금은 보건복지부로부터 1년간 심사를 받아 최근 승인을 얻어냈고, 7월부터 시행된다.
또한 청소년 바우처 지원도 초등학교 고학년(10~12세)까지 확대하고, 장학금과 교육지원 강화, 학부모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청년 CEO 및 창업 지원, 넥스트로컬 프로그램, 청년 공유 주거, 백두산 따라 가든앤카페 등의 거주 기반 지원과 더불어 민간 임대주택 유치 행정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5명으로 구성된 ‘함양군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주거, 복지, 일자리, 문화 분야 등에서 자발적으로 정책을 발굴하고 있으며, 이를 행정에 반영하려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현재 정부나 지자체 청년 정책이 대부분 경제적 지원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최근 민간에서 ESG를 넘어 인구소멸 대응형 EPG(Essential Population Growth)로 전환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진 군수는 “함양은 대기업이 없어 어려운 점이 있지만, 최근 수동면의 퓨어플러스가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문화사업과 지역 기여 사업을 요청했다”며 “데이터센터 유치 과정에서도 주민 보상보다는 지역과 교감하는 방식의 협업을 기업에 제안하고 있으며, 신관지구 국가산단 유치를 통해 기업과 청년이 함께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답했다.
진 군수는 “행정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되, 청년들이 스스로 창업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기반 조성과 민간 연계 정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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