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밥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만나는 사람과의 처음 인사가 “식사 하셨습니까” 헤어지는 인사 또한 “다음에 밥 한번 먹어요”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식사를 매 끼니마다 잘 차려서 드시질 못한다.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남이 해주는 밥이 아니던가? 그래서 기획한게 “ 식사하셨어에?” 한 달 한번 도시락을 만들어 혼자 사는 어르신 집으로 가서 한상에 둘러 앉아 같이 먹고 서로가 말벗이 되는 것이다. <편집자말>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는 사랑의 계절이다. 봄은 떠나보내고 여름을 맞이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보물찾기 하듯 나물찾기를 하던 나에게 5월은 나물천국이어서 행복한 달이기도 하다. 김밥천국은 들어 봤어도 나물천국은 처음이지?트랙경기에서 400m 계주를 하듯이 봄나물들은 자기의 순서를 기다리다가 가장 맛있을 때 우리의 식탁으로 올 준비를 한다. 냉이를 선두 주자로 달래, 머위, 두릅, 엄나무순 등을 먹으면서 우리의 행복지수는 올라간다. 행복지수가 올라가서인지 제철 식재료들만 보면 욕심이 생긴다. 나의 작은 눈이 봄이 되면 동서남북 나물을 보느라 갑자기 눈이 커지는 거 같다.맛과 향으로 봄나물 순위를 매기자면 나는 쑥과 취나물을 꼽는다. 쑥쑥 크는 쑥의 계절이 오면 나는 봉전초등학교를 다니던 그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자주 쑥을 뜯으러 다녔다. 부모님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쑥을 뜯는 게 우리에게는 소꿉놀이였다.나는 손이 빠른 편이어서 다른 친구들보다 좀 많이 뜯는 편이었는데 집에 올 때는 친구들 소쿠리에 내 쑥을 조금씩 얹어주기도 했다. 농사일이 바쁜 어머니는 내가 뜯어온 쑥으로 맛있는 음식을 자주 만들어 주었다. 보드라운 쑥으로 다양한 버전의 쑥국을 끓이고 쑥국이 지루해 질 때 쯤 쑥 튀김을 맛보여 준다. 쑥이 조금 더 자라 향이 진해질 무렵부터는 쫀득쫀득한 쑥버무리가 우리의 간식이 된다. 쑥버무리도 조금 지루해 진다 싶으면 쑥개떡, 쑥인절미로 메뉴를 바꾼다. 쑥은 버릴게 하나도 없는 최고의 식재료이다.맛과 향으로 쑥과 1·2등을 겨루는 나물 중에 취나물이 있다. 취나물이 한창일 때 취를 손으로 똑똑 끊어 주면 그때부터 온 산이 취향에 취한다. 취한다고 해서 취나물인가? 취나물은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음식으로 아직도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보급의 나물이다.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곰취는 넓적해서 쌈으로 먹기에 좋고, 흔히 우리가 취나물이라고 해서 무침나물로 가장 많이 먹는 참취가 있다. 단오에 해먹는 떡 중에 수리취떡이 있는데 수리취도 취나물 종류의 하나이다. 정월대보름에 묵나물로 먹는 미역취, 개미취, 각시취도 취나물의 가족이다. 곰취와 비슷하게 생긴 곤달비나 곤드레도 취나물의 사촌이다.부모님이 어렸을 때 그때는 많게는 자녀를 8명 혹은 10명을 낳으신 분들이 있었다. 자녀들이 다들 장성해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부모님의 기쁨이 된 것처럼나는 다양한 종류의 취나물을 보면 내가 부모가 된 거 마냥 기쁘고 흐뭇하다.
이번에 “식사하셨어예?”로 함께 식구가 된 분은 이금자(86세) 권사님이다. 권사님은 나와 함께 20년을 늘푸른교회에서 함께 믿음생활을 했다. 어르신은 음식 솜씨도 좋으시고 사랑이 많으셔서 집으로 사람들을 초청해서 식사 대접을 많이 해 주었는데 나도 자주 초대를 받아서 맛있는 음식을 자주 대접 받았다.
솜씨 좋은 분이라 어떤 음식을 대접해 드릴까 고민하다가 취나물솥밥과 취나물잡채, 취나물불고기, 그리고 쑥설기로 식탁을 차렸다. 작은 무쇠솥을 준비해 어르신 집에서 취나물솥밥을 지었다. 갓 지은 밥의 맛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다. 부끄러운 나의 솜씨를 예쁘게 봐주고 맛있게 식사를 하셨다.권사님은 86세의 나이에도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함양도서관 글쓰기 수업도 참여하고 쓴 글을 직접 컴퓨터 워드로 작업해서 컴퓨터에 저장도 한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꾸준히 아침수영도 하고 있다.함양에서 열린 백일장 대회에 참가해서 큰 상을 받고 시상금도 받았는데 축하해주는 지인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다 보니 시상금보다 식비가 훨씬 더 많이 들었다며 소녀처럼 웃으신다. 올해 천령문화제 백일장 일반부에 참가해서 대상을 받으신 작품을 낭독해 주는데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쉬지 않고 흐른다. 눈물 젖은 밥을 먹고 말았다.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경상도 방언 “작수”, 처음 들어본 단어인데 이 글을 읽고 있는 경상도가 고향인 분들은 작수라는 단어를 아실는지? 작수는 바지랑대를 일컫는 말인데 여기서 바지랑대는 뭐지? 하는 분들이 또 있을 수 있어서 바로 정답을 공개한다. 작수 = 바지랑대는 시골집 빨랫줄에 빨래가 처지지 말라고 가운데 끼우는 긴 나무를 말하는 것이다.이금자 어르신이 천령문화제 백일장에서 으뜸상을 받은 작품 제목이 ‘작수’였다. 평생 남을 대접하는 즐거움으로 살아온 이금자 권사님에게 나의 작은 식탁이 위로가 되었기를…. 지금의 멋진 나로 성장할 수 있게 작수처럼 받쳐준 이금자 권사님 감사합니다.
작 수
이금자
물이 줄줄 흐르는 빨래를 빨랫줄에 널면줄이 늘어져 쳐질 것만 같은데작수로 받쳐주면 해결 됩니다.
육천평 사과 과수원 농사를 하는데 평소에는매일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가을 사과 수확 할 때는 한 달이 넘도록 농장에서기거를 해야 합니다.아픈 당신이 옆에 있으니 그곳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남편은 너무 아파서 첫돌을 지나 걸음을 처음 배우는아가처럼 넘어질 듯 한 걸음걸이였습니다.그를 부축하면서도 곁에 있어서 의지가 되었습니다.
너무 힘이 없어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으리만큼 기운이진한 당신이 곁에 있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어린아이처럼 밥을 떠 먹이고 화장실을 도와야 하는당신이 같이 있었기에 캄캄한 밤중에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무성한 나뭇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져도앙상한 가지가 살아 있듯이당신은 나에게 힘이었고 의지였고 버팀목이었습니다.
아래위 너무 넓어 끝이 보이지 않는언덕 같은 넓은 밭 허허 벌판 초라한 외딴 집에서가을 두어 달을 살아 낼 수 있었던 것은오직 작수로 받쳐준 당신 때문이었습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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