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불두화, 때죽나무꽃, 찔레꽃 등 흰색 꽃이 일제히 피는 입하의 계절입니다. 산책하다 진한 꽃향기에 올려다보니 아카시아꽃이 만발입니다. 몇 개 따서 입에 넣어 오물오물하다 보니 학교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이 꽃을 아이들은 먹어봤을까? 처음 먹어보는 친구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해하며 깨끗하게 씻어 수업 준비물로 챙겨봅니다.“선생님이 가져온 이 꽃은 뭘까요?” 물어보니 벚꽃, 딸기꽃, 사과꽃 등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우리 한번 자세히 관찰해볼까? 벌들이 좋아하는 꽃인데” 하며 힌트를 주니 “아! 아카시아” 하며 맞춥니다.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니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다 한 친구가 용기 있게 입에 넣으니 “나도 먹어볼래~” 하며 따라 합니다. “꿀맛이 나요!” “으~ 상추 맛 같아요” 곳곳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터져 나옵니다. 자연의 변화를 감각으로 느끼고 알아가는 중입니다.
숲을 닮은 밭
지난번 아이들이 직접 구상하고 만든 텃밭에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리는 날입니다. 수업 중 텃밭 선생님들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시간인데요. 2월 말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물 주고 가꿔 온 모종들을 아이들에게 선보이는 날이기 때문입니다.다양한 종류의 모종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이들. “이게 다 뭐예요” 하며 몇 작물 빼고는 다 처음 본다는 반응입니다.이렇게 다양한 모종을 우리 밭에 심는 이유를 이야기 해줍니다. 먼저 아무도 돌보지 않지만 나무와 풀들이 건강하고 조화롭게 자라는 숲을 떠올려 보게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숲속 큰 나무부터 작은 나무, 여러 곤충과 본인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끝없이 이야기합니다.“우리 그러면 이렇게 숲을 닮은 밭을 만들어볼까? 키가 큰 작물은 그림자를 좋아하는 식물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줄기가 단단해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작물은 혼자 서 있기 힘든 작물 옆에 심으면 지지대 역할을 해줘. 또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과 그렇지 않은 작물은 같은 땅에서 조화롭게 배치할 수도 있어. 어떤 작물은 땅 위에 넓고 낮게 자라서 땅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다른 작물들이 가뭄에 시달리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단다.”서로 조화롭게 어울리는 밭을 만들려면 우리가 심으려고 하는 작물의 특성도 잘 알아야 합니다. 자연스레 아이들은 모종 하나하나를 보며 어떻게 성장할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부하며 밭을 만들어 갑니다.
쑥쑥 자라라키 큰 채소(옥수수, 토마토, 가지 등) 5종류, 그중 토마토는 토종품종으로 5종류, 키 작은 채소(쑥갓, 케일, 상추 등) 7종류, 키 작은 꽃과 허브(메리골드, 한련화, 카렌듈라 등) 20종류를 준비했습니다. 대부분 텃밭 선생님이 길러낸 작물들이라 애정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준비한 모종 중 아이들의 이목을 끄는 건 허브입니다. “어! 피자 먹을 때 맡아봤던 향이에요” “매운데 맛있어요” 하며 향도 맡아보고 잎을 살짝 뜯어 맛도 봅니다. 처음 먹어보는 맛에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네요.이렇게 모종들을 살펴보고 각자 밭에 심을 목록을 뽑아봅니다. 다양한 작물이 있으니 배치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서로의 역할을 염두에 두며 신중을 기합니다. 그렇게 모둠별 밭에 작물이 심어지고, 공동 텃밭에는 넝쿨작물(수박, 호박, 고구마)까지 심으니 땀이 주르륵 흐르고 아이들 얼굴이 벌게졌습니다.여기저기서 “더워요~”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는 아이들이 기특합니다.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학교 선생님들이 준비한 새참을 먹으며 “덥고 힘들지만 재미있었다”는 한 줄 평을 남기는 아이들. 점점 텃밭 농사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오늘 심은 작물과 함께 우리도 쑥쑥 자라나길 바라봅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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