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갑진 년 2024년도 저물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가 우려하던 수준을 넘어 드디어 ‘티핑 포인트’로 일컬어지는 100년 전 대비 1.5도 상승을 기록했다. 이제 기후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버린 것이며 앞으로 그로 인한 재앙을 일상처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정말 지옥 같은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걸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10월에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먼저 우리나라 작가 한강이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겨운 일상에 지쳐 있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 준 소식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시상식도 전 국민이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그보다 앞서 노벨 과학상(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순)도 발표되었다. 사실 최근의 노벨 과학상은 과학자인 필자에게도 그리 큰 관심을 못 끌었다. 우리 모두에게 영향 을 미칠 수 있는 과학적 업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AI에 대한 선구적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물리학자들이 인간의 뇌를 모방한 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것은 알려져 있었고 그 연구가 최근 AI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물리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수상자인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은 약속이나 한 듯 수상 소감에서 기쁨보다는 이후 AI로 인해 정보가 통제되는 등의 문제로 인류에게 커다란 해를 미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들은 더 뛰어난 AI 개발을 위해 브레이크 없이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두 사람의 예측대로일 것이다.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일이었다고 여겨진다.그래도 대다수 국민들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12월 초 대통령은 느닷없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다. 계엄 발표 직후 많은 사람들이 국회로 달려갔고 국회의원들은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 담을 넘었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를 침탈하고자 투입되었다가 국회의 해제 의결 이후 철수했다. 모두가 이 장면을 밤잠을 못 자고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이 후 계엄 시도가 오래전부터 계획되었으며 만일 그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전두환 정권 이후 끔찍한 지옥이 현실화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결국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은 가결되어 직무가 정지되었지만 그는 결코 대통령 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12월 들어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멈추었고 오직 계엄, 탄핵의 수렁에 빠져들었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태는 계속 지속될 것이다.너무나도 분명한 내란과 친위 쿠데타의 증거가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글의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세계는 기후 재앙과 예측하기 힘든 AI 시대를 맞이하여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를 맞고 있다. 변화의 시간은 1~2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예외 없이 모든 연구력, 행정력, 그리고 경험과 지혜들을 모아 변화에 대처하며 국민들이 불행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며 그 최전선에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들이 있어야 한다.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는 지금 식물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상태가 12월 3일 계엄과 함께 처음 나타난 게 아니라 현 정부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대통령과 여당은 급변하는 세계에 대처하기 위한 비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고,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다수 야당의 발목만 잡아온 게 사실이다. 모든 권력을 국민이 아닌 자신과 부인의 안위, 그리고 정적 제거를 위해 휘둘러 온 대통령이 보여준 마지막 모습이 계엄인 것이다.정치가 실종된 지난 3년 가까운 시간은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위기들을 극복하기는커녕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만 같고 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에게 시간이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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