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의 주요현안을 논의할 때 청년들의 목소리는 지금 까지 배제 당해왔다. 이미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구조를 바꾸기도 어렵고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정책이 정립되어 정작 미래세대를 책임질 청년들에 대한 정책인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주간함양은 청년 패널들을 직접 모아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청년들 너의 생각이 참 궁금해’ 코너를 기획 보도하고 있다. <편집자 주>
12월18일 오후 7시 주간함양 회의실에서 열린 ‘청년들 너의 생각이 참 궁금해’ 아홉 번째 모임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함양의 문화 인프라에 대한 주제를 두고 최학수(이소 대표), 김건우(커피수업진행), 석가영(화훼수업), 온유경(다도), 김아라(문화수업 참여자), 황지용(와인수업 제공), 박상언(문화수업 참여자) 등의 패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좌담회에서 청년들은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 인프라와 함양의 차이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회의 내용이다.최학수_ 오늘은 함양군의 문화 인프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주제로 논의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청년들이 많이 참석한 만큼 더욱 심도 있는 대화를 기대합니다. 특히 오늘 참석하신 분들 중에는 직접 문화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이에 깊이 관여하는 분들도 많아, 풍성한 논의가 될 것 같습니다. 청년의 입장에서 함양군의 문화 인프라를 어떻게 느끼는지, 또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세요.황지용_ 저는 함양군의 문화 인프라가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려면 함양에서 진주로 나가야 하고, 이동 시간도 꽤 걸립니다. 그래도 도시에서 공연을 보러 이동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큰 차이는 아니라고 봅니다.다만, 술과 관련된 업종에서 일하는 제 입장에서는 대중교통 부족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술을 마신 뒤에는 무조건 택시를 타야 하고, 체육공원처럼 멀리 있는 시설도 걸어서는 현실적으로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따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김아라_ 진주에서 병원에 가며 영화를 보고 전시회를 즐기면서 ‘왜 내가 함양 사람인데 진주에서 돈을 쓰고 문화를 즐겨야 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도시에서 살 때는 “오늘은 무슨 전시를 보러 갈까?” 하고 고민할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었어요. 하지만 함양군은 전시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어떤 전시가 열린다고 하면 선택의 여지 없이 무조건 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또한, 함양의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입장에서 보면, 이소가 탈출구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참석했던 수업들은 대부분 일회성 프로그램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이왕이면 일정을 정해서, 길게는 6개월 과정이나 짧게는 2주 과정으로 운영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온유경_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저 역시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함양군은 청년들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최근 몇몇 공간이 새롭게 조성되긴 했지만 여전히 협소하고,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다행히 저는 최근 청년 모임 ‘이소’에 가입하면서 문화적 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임과 공간들이 늘어나고, 청년들이 자주 모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함양군의 문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박상언_ 저는 문화 인프라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오랜 기간 살아왔지만, 영화나 전시를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함양으로 오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인프라는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에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시청한 다큐멘터리에서 지하철 건설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시는 많은 인구가 그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에 가능하죠. 반대로 함양 같은 지역에서는 대규모 시설을 짓는 것조차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는 지하철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시설물에도 해당합니다. 물론 좋은 공간이 함양에 생기면 좋지만 그에 따른 예산은 군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문화라는 것이 단순히 시설이나 건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 있을 때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이 약했지만, 함양에 와서는 이웃과의 관계가 더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저는 이런 인간관계 자체가 함양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석가영_ 어릴 때부터 함양에 살며 문화 인프라의 변화를 지켜봤습니다. 함양읍은 자전거로 이동하면 웬만한 거리는 금방 갈 수 있어 대중교통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패스트푸드점조차 없어 도시에서 온 친구들이 놀랄 정도였지만, 이제는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물론 대규모 체인점이나 고급 레스토랑 같은 것은 없지만,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따라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고,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창군처럼 번화가에 볼거리를 조성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김건우_ 저는 5~6년 전 함양으로 내려왔습니다. 이전에는 부산, 도쿄, 중국 등 대도시에서 살며 큰 규모의 문화 콘텐츠를 자주 접했습니다. 처음 함양에 왔을 때는 조용한 환경이 낯설어서 우울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매일 밤 네온사인, 오토바이 소리, 사람들의 술자리 소리가 들렸는데, 함양에서는 새소리와 고요함만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디톡스되는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운동 시설이나 문화 시설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함양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습니다.박상언_ 진짜 요새 느끼는 게, 예를 들어 전골을 먹으려면 갑을식당, 닭갈비를 먹으려면 까치식당, 등 이런 식으로 선택지가 거의 없습니다. 국밥집도 많다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들잖아요. 음식 선택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은 진주나 거창 같은 다른 지역으로 나가게 되더라고요.
또 여행을 가면 꼭 시장을 들리는데, 함양 시장은 특색이 너무 없어요. 예를 들어 부산 구포시장은 국수가 상징인데, 그런 볼거리와 매력을 함양 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황지용_ 제가 부산에서 작은 시장 총무로 활동하면서 청년 상인들을 유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로 돌아가요. 문제는 현재 함양 시장에 계신 분들이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분들이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다 보니 오히려 오일장 같은 형태로 유지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군에서 시장을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내세우는 불로장생 거리 같은 건 실제 콘텐츠를 채우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에 그쳐 아쉬움이 큽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석가영_ 이소에서 진행한 문화 강좌들이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양질의 콘텐츠가 많았지만, 기존 복지관 수업들과는 차별화된 접근이었습니다. 복지관의 기존 수업들은 수강자 부족으로 폐강되는 경우가 많고, 콘텐츠도 매년 비슷해 발전이 없습니다.
특히 화훼 장식 같은 경우도 재료비를 이유로 내용이 단조롭게 운영되는 게 아쉽습니다.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강좌 제공자 입장에서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황지용_ 저는 처음엔 여유가 있으면 지역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여유가 없으면 어려운 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쁘지 않은 관점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청년, 특히 우리 나이대 사람들만 기준으로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청소년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한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려고 고민하시는데, 태권도 외에는 마땅히 보낼 곳이 없어서 결국 수영을 선택했다고 하더라고요. 태권도나 수영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에요. 미술 학원이나 음악 학원도 거의 없고, 있어도 픽업 문제나 운영 유지가 어려워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무용 학원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최근에 도시재생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굳이 지역의 인구를 늘리려고 해야 하나요? 왜 자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축제를 열고 예산을 쓰는 걸까요? 사실은 지역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 아닌가 싶어요. 여기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자연스럽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외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잖아요.
특히 청소년들이 교육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학교에서 미술 학원이나 음악 학원 같은 활동을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참여 학생 수가 적고 다양성이 부족해 실제로 원하는 활동을 제공하기 어렵죠. 이런 점에서 더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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