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등학교에 적응하기 바빴던 3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4년의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무더웠던 이번 여름의 날씨 탓인지,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싶어서인지 어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요즘 나는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는 노래를 즐겨 듣고 있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빨간 우체통과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나무가 있는 풍경이 떠올라서 가을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찾아 듣는 노래이다. 특히, 단순하지만 서정적인 이 노래의 가사를 듣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라는 가사를 제일 좋아한다. 가을의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을 볼 때, 생명의 유한성이 와닿곤 한다. ‘모든 생물들은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절대적이고도 너무나 공평한 이 사실에 나를 대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봄이 시작됨과 함께 나무들은 새순을 돋우고, 이 새순은 울창하고 푸른 여름의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나무는 이들을 가차없이 떨어트린다. 나는 이 사실이 굉장히 슬프다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낙엽이 된다는 사실이.
하지만 내가 맞이하는 가을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 생각은 달라지게 되었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나뭇잎으로 가는 물과 영양분을 차단하고, 이로 인해 나뭇잎의 엽록소가 파괴되며 나뭇잎의 녹색이 사라진다고 한다. 종전에는 이 녹색의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른 색의 색소가 더 두드러져 나뭇잎이 빨강, 노랑 등 다양한 색을 띤다고 한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이 나의 생각을 바꾸었다. 만약 나의 일생이 피고 지는 잎과 같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청춘(靑春)을 빛내고 가을을 맞이했을 때, 나만의 본연한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 낙엽이 되더라도 낙엽장난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힘껏 바스락거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단풍이야기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이지만, 가을이 왔을 때 단풍을 보고 누군가 나의 글을 떠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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