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메시지다” 마셜 맥루언이 「미디어의 이해」 제1장의 제목으로 박제한 이 문장을 첫 대면했을 때 촌철살인 같은 명문장이라는 생각만 했다. “미디어의 내용이 아닌 미디어 자체가 강력한 문화적, 사회적 힘을 가지고 인간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식을 변화시킬”거라는 강조도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오늘날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 개인의 과도한 미디어 생산·유포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20년 전에 읽은 이 문장이 기다렸다는 듯 떠오르던 것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는 개인종사자들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강력한 미디어로서 인간사회의 인식을 교묘하게 변화시켰다. 무성한 소문처럼 세상의 온갖 잡다한 콘텐츠가 떠다니는 유튜브에는 불편하고 민망한 것들, 명백하게 거짓인 것들,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의도를 노출한 썸네일이 공공연하게 게재되고 편향과 선동과 적대와 도발을 드러낸 콘텐츠가 넘친다. 이런 류의 미디어를 지지하는 구독자와 조회수는 사회가 추구하는 양식이나 윤리, 준법 등 지켜야 할 선線을 넘는 문제에 대해 문제 삼지않음을 의미하며 부정적인 아류가 증식하는 이유가 된다. 한편 TV 화면에 등장하는 유명 연예인들 역시 경쟁하듯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동종업계 사람들을 불러들여 나불나불 이핑계 저핑계로 시시콜콜한 잡담과 요란하게 먹방을 시전하고 이슈가 될만한 면,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 등으로 SNS가 야기한 TV의 위기와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진풍경을 벌인다. 물론 그들, 유튜버들이 추구하는 것은 돈이다. 인스타그램 계정자들이 ‘팔로워’ 수와 ‘좋아요’가 넘치면 어느 틈에 상업적으로 변모하여 온라인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변화의 한 축을 보이는 일이다. 홍보와 광고가 떠다니고 인플루언서를 찾는 상업적인 눈도 번득인다. 인친이라는 용어가 생성되고 쌍방 간 소통으로 엮이고 조회수로 지지하며 ‘좋아요’로 응원한다. 댓글로 인지력을 드러내고 양극으로 대치하고 비난하고 조롱하기도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페이스북도, 트럼프의 입 같았던 트위터(X)도 소란하기는 마찬가지다. SNS는 이미지화 된 세계관이 찰나적으로 펼쳐지는 이면의 세계다. 미디어의 무분별한 범람과 콘텐츠 상업주의를 문화의 영역이라고 보기에는 섬찍한 것들이 많아 반감이 일어난다. 가짜정보나 범죄와 연루된 콘텐츠를 걸러내는 장치가 미미하다보니 사회적 정의와 정론正論이 실종되고, 자본에 대한 어긋난 욕망을 양산하고, 난잡하고 무질서하며 인간을 왜소하게 만든다. 온라인의 미디어로 연결된 사회를 더 많이 들여다보는 종잇장보다 가벼워진 정신 사나운 현실이다. 정연한 것과 정연하지 않은 것들, 순수한 것과 불순한 것들, 정의와 불의가 뒤섞이는 혼탁한 인간사회는 종종 멀미를 유발하고, 애초 도덕교과서 같은 사회를 바라는 것은 세상을 모르고 품는 희망 같아서 씁쓸한 자괴감이 든다. 인간에게 미디어란 무엇인가. 미디어가 주는 메시지는 불온이며 불가사의이고 불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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