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식당에서 밥 먹기 힘들어서 아예 식당을 가지 않아” “나는 혼자서 잘 가는데. 혼자 구경하고 혼자 밥 먹는 재미도 쏠쏠하던데” “혼자서 밥을 먹으러 가면 안 받아주는 곳이 많아. 벌써 6, 7년 된 것 같아” 혼자서 밥을 먹어야 했던 친구, 혼자서 먹으려다 거절당했던 그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니 아픔이 새의 부리가 되어 자꾸만 내 마음을 쿡쿡쿡 쿡쿡쿡 쪼아 댄다. 그날 오전에 창녕의 한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도서관에 들러 그림책을 빌렸다. 다른 지역 학교 강의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서 모처럼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오리고기와 쭈꾸미 요리를 하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서자마자 식당 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몇 명인가요”라고 묻는다. 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한 사람은 안 받습니다. 2인분을 드시면 모를까”라고 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발을 신고 나와서 다른 식당에 들렀다. 역시 종업원이 “몇 명인가요?”라고 묻는다. 나는 여전히 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상대편에서도 “한 사람은 안 받습니다”라는 대답이 들렸다. 이어서 두어 군데 식당을 더 찾아갔다. 자동으로 학습이 된 나는 먼저 “한 사람도 되나요?”라고 물었지만 역시나 같은 대답뿐이었다.   가슴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배가 고파서 찾아간 식당에서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 내고 사먹겠다는데도 음식을 안 팔겠다고 하니 황당함을 넘어서 화가 난 것이다. 이곳 인심이 이리도 야박하단 말인가. 휴대폰을 꺼내어 근처 맛집을 치고 찾아간 곳도 휴무이거나 수리중이라고 되어있었다. 나는 창녕에서 점심 먹는 것을 포기하고 오후에 강의할 지역에서 간단하게 먹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잡고 달렸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깥에 펼쳐진 연초록 나뭇잎을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얼마쯤 가다 보니 며칠 전에 개업했다는 ‘국수집’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저기라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몇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서 국수를 먹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했다. 나는 물국수 한 그릇을 시켜서 허겁지겁 먹었다. 식당에서 거절당하고 다른 식당 찾아 이곳저곳 헤매고 상처 입은 마음이 커서인지 국수 한 그릇으로는 허기가 가시지 않아서 자동으로 메뉴판에 눈길이 갔다. ‘파전’이라는 단어에 파와 해물의 향이 코를 찌르며 눈앞에 그려졌다. 남아있는 허기를 달래줄 것이라 굳게 믿으며 국수보다 비싼 그 파전을 하나 시켰다. “파전 하나 추가요!” 큰 접시에 담긴 갓 구워낸 파전을 한 젓가락 떼어서 먹었다. 이상하다. 파전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유심히 살펴보니 그것은 ‘파전’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나온 ‘해물 부추전’ 이었다. 분명히 파전을 시켰는데 부추전이 나오다니 이건 잘못된 것 아닌가. 아주머니를 불렀다. 파전을 시켰는데 왜 부추전을 가져왔느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파가 잘 안 나와서 부추전으로 구웠다고 한다.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점입가경!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해도 아무 말도 안 하던데요”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대답이다. 메뉴판에 있는 파전을 시킨 손님에게 파전을 못 줄 것이면 처음부터 사실을 말하고 부추전으로 대체한다고 미리 말을 하거나 메뉴판에서 제외시켜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리고 지적했을 때 응당 사과부터 해야하는 것이 순서인데 오히려 손님에게 면박을 주듯 하는 태도에 화가 났다. 더 확실하게 따지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마음을 억누르며 조용히 이건 아니라고 한 번 더 강조를 하며 국수집을 나왔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격! 그날은 참으로 재수 옴 붙은 날이었다. 아무리 장사꾼의 마음이라지만 요즘처럼 1인 세대가 많고 혼자서 외식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1인 손님을 홀대하는 건 오직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밥 때가 되었을 때 찾아간 사람에게 밥숟가락 하나 얹어서 같이 밥을 먹었던 우리네 옛날 정서가 그리운 세상이 되었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즐겁게 식사하고 즐겁게 돈 버는 식당!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식당.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러고 난 후에 “몇 명인가요?”라고 순차적으로 물어보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식당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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