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대서. 초복. 중복을 보내면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연일 폭우가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농작물과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수십 미터 땅속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들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 남부지방에서는 마른장마가 오래가면서 찌는 듯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온 가족이 더위를 피해서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휴가철이 시작된다. 휴가철의 절정은 보통 7월 말에서 8월 초가 되는데. 요즘에는 특별히 계절에 구분 없이 휴가를 적절하게 나누어서 사용하는 직장인들도 점점 느는 추세다. 그렇다 보니. 대도시 직장인들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과 농어촌에 사는 농어민들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과거 우리 조상이 여름을 나던 모습과 현재 우리가 휴가를 보내는 모습 또한 확연히 다르다. 조선 후기(순조 16년. 1816년)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지었다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를 보면 우리 조상의 여름나기를 엿볼 수가 있다. 원래 이 노래는 농사를 권장하기 위해서 지은 시로 알려졌다. 정학유 선생은 일 년 열두 달. 다달이 해야 할 일들을 노래로 지어서 불렀는데. 그 당시의 세시 풍속과 함께 다양한 사회상을 표현하고 있어서 귀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마침 지금이 음력 유월이니 농가월령가 중에서 ‘유월’을 현대어로 각색된 것을 읽어 보면서 더위를 식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월이라 늦여름.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비도 가끔 있고. 더위도 극심하다. 수풀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 고이니 개굴개굴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내고. 늦은 콩팥 조 기장을 베기 전에 후작 심고. 쉬지 말고 지력(地力)을 극진히 다스리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논밭을 번갈아 서너 차례 돌려 맬 제 그중에 면화(棉花) 밭은 사람 품이 더 드나니. 틈틈이 나물 밭도 북돋아 매 가꾸소! 집 터울 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이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는 순서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후에 시원한데 누우니 잠시간 낙(樂)이로다. 농부야. 근심 말아!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청대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이것으로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쏘냐? 해진 후 돌아올 제 노래 끝에 웃음이라. 자욱한 저녁연기 산촌에 잠기었고 달빛은 몽롱하여 발길에 비치거라! 늙은이 하는 일도 아주야 없을쏘냐? 이른 아침 외따기와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 곁에 거적치기. 창문 앞에 노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쉬움 북쪽 창문 바람 아래 잠드는 것 재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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