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올해도 한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기울어 가는 한 해를 돌아볼 때. 참 아쉬운 것이 많다. 내 일에 쫓기어 이웃의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따뜻하게 나누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점점 가파른 오르막처럼 팍팍하고 외로운 삶들을 보면서도. 나 먼저 내 달려 온 것 같고. 그래서 서운한 눈빛이 여전히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1인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 400만 가구가 넘었다고 하니. 4가구 중 한 가구가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독신주의도 있고. 자신의 인생관에 따라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대다수는 상황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젊은 20대는 아직 마땅한 가족과 떨어지고. 직장을 얻지 못해. 결혼이 늦어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50대 이상은 배우자와 사별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독거노인들이 많다. 아무도 없는 단칸방에서 홀로 식사하고. 홀로 잠자고. 홀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다. 거리에는 성탄 캐럴이 울리고. 번화가에는 화려한 불빛들이 명멸하지만. 이들에게는 더욱 고독감만 더해 줄뿐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시대는 급속히 가족이 해체되고 공동체는 무너지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노인들은 심심찮게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를 당한다. 한해가 저무는 마당에 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그것은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허락하신 체온을 같이 나누는 것이다. 손을 잡아주고. 고독한 마음을 같이 안아주는 것이다. 그러할 때 우리사회는 희망이 있다. 어떤 두 사람이 한파가 몰아치는데 산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눈보라가 몰아닥치고. 저녁 해가 지고 있어서. 서둘러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쯤 가다가 보니 길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식은 없었지만 여전히 맥은 뛰고 있었다. 한 사람은 갈 길이 멀고 험하니 그대로 두고 여기를 떠나자. 했다. 그러나 한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우리가 지나치면 이 사람은 죽는 거나 다름없다 했다. 그래서 한 사람은 그대로 자기 가던 길을 바쁘게 갔다. 그러나 남은 한 사람은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 등에 업고.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마을로 향했다. 한참 쓰러진 사람을 엎고 가던 사람은 등에선 땀이 나고. 몸에서 열이 났다. 그 때문에 추위에 의식을 잃었던 등에 업힌 사람도 깨어나게 되고. 함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참 걸어가다 보니. 앞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자기만 먼저 살겠다고 앞서 간 사람이었다. 오늘을 살면서 되새겨 볼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토록 힘 겨루기를 하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부디 바라건대. 이번 정부는 약자를 많이 생각하고. 함께 걸어가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아픔과 신음으로 고통받는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손잡아 줄 수 있는 지도자를 이 시대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승리에 도취되는 정부가 아니라. 절반의 반대자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없는 지도자는 있을 수 없고. 소비자 없이 대기업이 있을 수 없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함께 공존해야 함을 인정하며. 겸허하게 서로를 배려하고. 듣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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