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하동 산불이 종료된 지 45일이 지나갔다. 도로 옆에서 산불조심기간이 끝날 때 피는 아까시나무꽃의 향과 함께 어린 학생들이 횡단보도를 손들고 지나가는 모습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런데 인근 밭에서 할머니가 쓰레기를 태우는 광경과 겹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린이처럼 어른도 교육을 통해 바뀔 수 있을까?올해는 유난히 산불이 대형화되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서부지방산림청 함양국유림관리소 관내에도 산청·하동 지역 등 크고 작은 산불로 안타까운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산청·하동 산불은 2025년 3월 21일 15시에 발생하여 3월 30일 주불진화가 완료되어 힘들었던 열흘의 시간이 종료되었다. 인명피해 14명, 주택 등 시설피해 84개소, 산림 3,397ha 등 221억원의 피해가 발생하였고 141억원의 복구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올해 경북지역 산불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경남에서는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되었다.산불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산불이 발생하려면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열, 산소, 연료이다. 산소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수 없는 요소이지만 열과 연료는 관리하는 것이 산불예방의 핵심이다.첫째 열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람 관리가 중요하다. 올해 대형산불의 대부분도 사람의 부주의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산불 원인 통계를 보더라도 입산자 실화, 쓰레기 소각, 담뱃불 등 사람의 부주의가 67%로 가장 높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기타 사례에도 상당한 수가 사람의 부주의로 판단된다. 두 번째 연료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숲가꾸기 즉, 나무를 베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산림은 침엽수와 활엽수가 공존하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정한 밀도를 가지며 크고 작은 나무가 조화롭게 자라는 숲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진 않을 것이다. 건강한 숲을 만들려면 숲가꾸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나무베기를 터부시함에 따라 방치된 숲이 늘어나고 이 숲이 산불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산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산림청은 열 관리를 위해 입산자 통제, 산림인접지역 소각산불 단속, 영농부산물 수거·파쇄, 화목보일러 점검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연료 관리를 위해 산불방지 안전공간 조성, 산불예방 숲가꾸기, 산불확산을 차단하는 내화수림대 구축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드론 및 위성을 활용한 산불감시, 산림 내 수분량과 기상상황 등을 분석하여 알려주는 데이터 기반 산불감시 체계 구축 등 과학적인 접근도 확대 추진 중이다. 이러한 물리적 정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성인도 중요하지만 어린이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산불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산청·하동 산불이 한참이던 시기에 인근 마을에서 할머니 한 분이 밭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것을 보았다. 쓰레기를 태우는 할머니도 문제지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이러한 안일한 생각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 산불예방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산 근처에서 불을 피우는 어른에게 다른 어른이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하면 시비를 건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가 얘기하면 어떨까? 그 얘기를 들은 어른은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린이가 숲가꾸기 광경을 보고 부모에게 논과 밭에서 벼와 채소를 키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를 통해 건강한 산림을 만들고 탄소흡수량을 높여 건강한 지구를 만든다고 얘기한다면 이를 무시할 어른이 있을까? 그리고 그 어린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한다. 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아까시나무꽃 향기가 가득한 오월에 아이와 함께 집 주변 숲에 가서 나무와 숲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동화책,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영화, 야구치 시노부의 ‘우드 잡’”을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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