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용처럼 바람을 타고 휘날려요. 그럴 땐 불이 우리를 향해 언제 덮칠지 모르니 두렵기도 하죠. 무거운 호스를 메고 불길만 바라보면서 가파른 산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는데, 정신없이 불을 끌 땐 아무 생각이 없어요. 상황을 다 마무리 짓고 나면 뿌듯하죠.”설렘보다 긴장되는 ‘봄’서부지방산림청 함양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이하 산불진화대) 대원들에게 봄은 마냥 설레는 계절이 아니다. 산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계절이기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특히 올해에는 산청을 비롯해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11명의 대원들은 꽃놀이는커녕 상시 대기상태에 있어야 했다.함양국유림관리소가 관할하는 곳은 함양을 포함해 △거창 △산청 △하동 △합천 △의령 △진주 △고성 △남해 △통영 △사천 △거제 등 총 12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뛰어드는 사람이 바로 산불진화대다.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재’라면 소방관을 떠올리지만, 산불의 경우 산림청 소속의 산불진화대가 화재 진압의 중심에 선다. 이들은 소방청이 아닌 지방산림청 소속으로 산불 발생 시 고난이도 산불진화 현장에 투입된다. 산불 발생이 적은 기간에는 산사태 및 병충해 등 각종 산림재난에 대응한다.무거운 호스 메고 산길 뛰어올라산불이 발생하면 지휘본부가 설치되고, 산불진화대는 지시에 따라 현장으로 달려간다. 불이 난 산의 어디든,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최대 지점까지 진화차로 접근한 뒤, 30m짜리 호스를 연결해 불길을 향해 산을 오른다. 거센 불길이 이는 험한 산을, 호스를 메고, 때때로 네 발로 기어오르는 일도 있다.황민웅 조장은 “등산로가 아닌 곳도 길을 내며 가야 하기 때문에 불길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넘어지기 일쑤”라며 “야간에는 헤드랜턴 하나만 의지해 산을 오른다”고 말했다.조정훈 부조장은 “맨 앞 대원이 톱으로 길을 열고 나무를 치우며 진입로를 만들면 그 뒤를 따라 올라간다”면서 “얼마 전에는 진압하러 산을 오르는 중에 큰 돌이 굴러떨어져서 대원이 부상을 당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산불진화 전문 훈련기관 필요”산불 진압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씩 걸린다. 2~3일 내에 진화가 가능한 경우 11명의 대원이 모두 투입돼 날을 새며 일하지만, 산불이 커질 경우 진화대원들은 조를 나눠 교대로 쉬면서 현장에 투입된다.최근엔 고성능 진화차(유니목) 도입 등 산불 진화를 위한 여러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현장은 휴식공간이 녹록지 않아 대부분 차에서 쉬면서 대기하는데,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환경이다.뿐만 아니라 소방학교에서 소방관을 양성하고 교육하는 것과 달리, 산불진화대의 경우 전문적인 산불진화 훈련·교육 기관이 없어 관리소 자체적으로 교육과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조정훈 부조장은 “체계적인 산불진화 훈련 시스템과 전문기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한편 최근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산불진화대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다.황민웅 조장은 “내가 피우는 담배 하나, 쓰레기 소각 한 번이 큰 불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아직도 시골에선 논·밭을 태우는 소각 행위가 많은데, 재난문자와 홍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각심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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