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매우 많다. 우선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는 일부터 시작해,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결정하고, 이에 맞는 관리 방법까지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특정 작물에 발생하는 병해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농업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정보가 거시적인 수준에 그치다 보니, 현실적인 수익 예측이나 세부적인 농사 계획 수립에 참고할 만한 데이터를 찾기 어렵다. 이에 주간함양은 함양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축산물과 지역 농협 제품들을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농업에 도전하는 군민들에게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요즘 귀농에 대해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사과 농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땅 고르고, 품종 정하고, 시설까지. 1년 365일 신경 써야 할 일이 수두룩합니다.”함양군사과연구회 회장 김석곤 씨는 인터뷰 내내 농업의 ‘현실’을 강조했다. 1990년대부터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지어온 그는 사과 재배의 산증인이다. 귀농인을 위한 기술 지도는 물론, 농업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자가 찾은 따뜻한 5월의 어느 날에도 그는 바삐 농장을 관리하고 있었다.“사과는 땅이 반입니다. 그만큼 환경 조건이 중요하다는 얘기죠.”사과는 고랭지 과일이다. 김 회장은 사과농사의 출발점으로 ‘적지(適地)’를 꼽는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부적절한 땅에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해발 350~450m 사이가 가장 좋아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일교차가 커야 색도 예쁘게 나고 당도도 높아져요. 바람도 잘 통해 병해충이 덜하죠.”함양군은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춘 대표적인 사과 산지다. 하지만 그는 “함양이라도 모든 땅이 다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같은 마을 안에서도 해발이 다른 곳은 사과 농사에 적합하지 않아요. 따뜻한 공기가 내려앉는 저지대는 색이 잘 안 나고 병해충도 많습니다.”땅이 정해졌다면 다음은 품종 선택이다. 김 회장은 “마음에 드는 사과가 아니라, 시장에서 팔리는 사과를 선택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요즘엔 예쁜 사과보다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좋은 사과가 더 잘 팔려요. 그리고 직거래를 할지, 도매시장에 출하할지도 중요하고요. 용도에 따라 품종 선택을 달리 해야 합니다.”그는 현재 부사(후지)와 홍로를 주력 품종으로 재배 중이다. 홍로는 추석 전에 출하 가능한 조생종으로 명절 선물 수요가 높고, 부사는 저장성이 뛰어나 연중 판매가 가능하다. 최근엔 신품종인 ‘루비에스’나 ‘시나노 골드’도 주목받고 있지만, 김 회장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작정 묘목을 구입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시험재배를 해본 뒤 점차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많은 귀농인들이 ‘몇 평의 농사를 지어야 적당한 수익을 얻을까?’라는 질문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2500평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욕심내서 5000평, 1만 평 농사를 짓겠다? 절대 무리입니다. 사과는 봄부터 겨울까지 손이 계속 가요. 꽃눈 솎기, 열매 솎기, 병해충 방제, 수확, 선별까지 일이 엄청 많아요. 물론 인력을 고용할 수도 있지만, 인건비가 만만치 않죠” 그의 농장은 현재 3000평 규모다. 부부가 직접 관리하며, 수확철 등 바쁜 시기에는 외부 인력을 단기 고용하기도 한다.“앞서 말했듯이 2500평 정도면 매년 1상자(18kg) 기준으로 1500~1800상자 정도 수확돼요. 이 정도면 대략 6000~7000만 원 매출이 나옵니다. 풍년이면 1억 원도 가능하죠.”하지만 단가는 해마다 달라지고, 병해충이나 날씨에 따라 수확량도 유동적이기 때문에 수익이 늘 고정되는 건 아니다. 또한 매출에서 2000만 원 정도는 고정 지출로 생각해야 한다.“모든 지출을 제외하면 평균 회사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월급쟁이라고 생각하며 농사를 짓고 있어요.”사과 농사는 시작과 동시에 큰 수익을 바라긴 어렵다. 해를 거듭하며 나무에 열매가 맺히는 개수가 늘어나고, 3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가장 풍성하게 열매가 열린다.“처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짧은 기간 큰 수익을 바라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사과는 장기수인 만큼, 오랜 시간 자신의 노하우를 쌓았을 때 그 결실을 볼 수 있어요.”모든 농사가 그렇듯, 특히 사과 농사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김 회장은 “묘목 구입, 지주 설치, 관수 시설, 배수로 공사, 방조망 설치 등을 모두 포함하면 2500평 기준 약 2억 원은 잡아야 한다”고 설명한다.다행히 함양군은 귀농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사과 묘목에 대해서는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50% 보조금을 지원한다.“묘목값이 꽤 비싸요. 그런데 함양은 50%를 지원해줘요. 전국적으로도 이런 데는 거의 없습니다. 농사 초기에 큰 도움이 되죠.”이 외에도 관정(지하수) 설치, 농기계 구입, 병해충 방제용 약제 지원 등 다양한 제도가 있으며, 귀농 교육과 컨설팅도 함께 제공된다.한편 사과농사는 병해충과의 싸움이다. 김 회장은 “방제 타이밍을 놓치면 1년 농사가 물거품이 된다”고 강조했다.“요즘 화상병과 탄저병이 가장 문제예요. 한 번 걸리면 과수원 전체를 갈아엎어야 해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크게 발생한 적은 없지만,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그는 1년에 12~15회 정도 방제제를 살포한다. 방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약제를 3~4년 주기로 교체하며 사용 중이다.“같은 약을 반복하면 내성이 생기거든요. 고지대는 병이 적은 편이라 방제 횟수를 줄일 수도 있어요. 저는 고수익보다 병 없는 농장을 유지하는 데 더 집중합니다. 나무 주변 제초 작업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제초하고 있어요.”사과농사는 절대 ‘취미’로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도시에 사람들은 흔히 “할 것 없으면 시골에서 농사나 지어야지”라고 말하지만,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누구보다 사과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함양엔 오성섭 대표처럼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분들도 있어요. 다들 사과에 관해서는 전문가죠. 저 또한 사과 마이스터 대학에서 공부했고, 지금도 최고의 사과를 재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각오가 없다면 오래 버티기 힘들어요.”그는 사과연구회 활동을 통해 후배 귀농인들을 적극 돕고 있으며, 지역 농가들과의 기술 교류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의 농장 한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만 못하고, 아는 것을 남들과 공유하지 않으면 배우지 못한 것만 못하며, 나 혼자만 살기 위한 농법은 스스로 자멸하는 농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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