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의 대표 축제 중에서도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제64회 천령문화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는 5월 8일부터 12일까지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상림공원을 중심으로 개최될 이번 축제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 속에 착실히 준비되고 있다.이번호에서는 천령문화제의 산 증인이자 현재 축제의 총괄을 맡고 있는 이창구 천령문화제위원장을 만나, 이번 축제의 방향성과 지역문화의 자긍심에 대해 들어보았다.“천령문화제, 뿌리는 지역의 문화 자존심”“함양이 다른 지역보다도 앞서 민간 문화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초대 문화원장 김형석 선생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해방 직후, 극장도 없던 시절에 영화 상영을 하며 주민들에게 문화의 씨앗을 심었던 그 시절이 천령문화제의 시작이었죠.”이창구 위원장은 1962년 첫 회를 시작으로 반세기 넘게 이어진 천령문화제의 뿌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진주 개천예술제, 밀양 아리랑축제에 이어 경남에서 세 번째로 시작된 민간 문화예술제로서의 위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그는 함양의 유서 깊은 학문과 문화 전통을 강조하며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서울에서 내려다보면 낙동강 왼쪽은 안동의 퇴계 이황, 오른쪽은 함양의 김종직·정여창 같은 분들이 계셨죠. 함양은 성리학의 태동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인구는 줄었지만, 문화의 자존심은 여전”이창구 위원장은 지역 축제 운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인구 감소를 꼽았다.“인구가 3만 6000명 남짓이니, 특별한 시도를 하기에 인원이 부족합니다. 예전엔 학생들이 동요 부르기나 사생대회에 열심히 참여했지만, 지금은 참여 자체가 어려워졌어요. 학부모들도 부담을 느끼고, 학교들도 예전처럼 동원을 꺼리는 분위기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령문화제는 매년 새로움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첫 시도한 한시 백일장과 한글 백일장을 올해는 고운 최치원 기념관 앞 광장에서 과거시험 형식으로 연출해 전통미를 살린다. 또한 행사장은 고운광장 중심으로 집약해 방문객 동선과 몰입도를 높이기로 했다.“버스킹, 국악, 트로트 화합을 위한 축제로”올해 천령문화제의 주요 키워드는 ‘화합’이다. 향우들과의 연대,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가 이를 뒷받침한다.“경남도에서 진행하는 청년 버스킹 대회 2차 본선이 5월 11일 함양에서 열립니다. 또, 영동 난계국악단을 초청해 전문 국악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특히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인기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한 트롯퀸즈 팀과 함양향우회 조기축구팀의 친선 경기다. 12일 폐막일에는 이들이 향우들과 함께 축구경기를 펼치고, 이어 서지오·요요미 등 트롯 가수의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축제의 본질은 사람, 함양다운 품격 지켜가겠다”끝으로 이 위원장은 “축제는 결국 사람이 모여야 의미가 있다. 인원은 적어도, 우리 함양다운 품격과 정서를 담은 축제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켜온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그것이 천령문화제가 안고 가야 할 숙제죠.”이번 제64회 천령문화제는 함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지 ‘행사’가 아닌,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새기는 장으로서. 상림공원에서 수백 년 전 선비들의 기개와 함께 현대 함양인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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