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000m 이상의 함양 15개 명산을 오르는 ‘초보 등산러의 함양 산행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주간함양 김경민 기자가 직접 함양의 명산을 오르고 느끼면서 초보 등산러의 시각으로 산행을 기록한다. 해당 연재로 천혜의 자연 함양 명산에 흥미를 가지는 독자들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22일, 함양 산행일기 여섯 번째 여정으로 도숭산(1,044m)을 찾았다. 함양에는 수많은 명산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난도가 낮다고 알려진 도숭산을 선택했다. 산행을 계획할 때는 겨울의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이었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산행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산행은 생각보다 훨씬 큰 도전이 되었고, 겨울 산행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다시금 체감하게 만들었다.도숭산은 함양군 지곡면, 서하면, 병곡면의 경계에 걸쳐 있으며, 주변에는 대봉산, 계관봉, 감투산 등의 능선이 이어진다. 산 전체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덮여 있어 사계절 내내 푸른 빛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 덕분에 최적의 산림욕장이라 불린다. 산의 이름은 과거 이곳에 자리 잡았던 도숭암(道嵩庵)이라는 사찰에서 유래했지만, 현재는 절터만 남아 있을 뿐 사찰은 사라진 상태다.이번 산행은 지곡면 양지주암마을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약 5.3km 코스를 따라 진행되었다. 예상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이었고, 비교적 완만한 길이 이어지는 코스로 알고 있었기에 큰 부담 없이 산행을 시작했다. 오전 9시 30분, 푸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첫걸음을 내디뎠다.산행 초반은 예상대로 수월했다. 약 30분간 이어진 평탄한 임도길을 따라 걷는 동안, 겨울 산의 청량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한결 여유로운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따뜻했고, 짙은 소나무 향이 가득한 길은 피톤치드 가득한 숲 속에서 산림욕을 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 여유로운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등산로 초입부터 길이 얼어붙어 있었다. 바닥을 밟아 보니 단단하게 얼어붙은 빙판길이었고, 이대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젠을 착용해야 했다. 겨울 산행에서는 아이젠이 필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이른 시점부터 필요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오를수록 경사가 급격히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맑은 날씨였다면 큰 부담 없이 올라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전날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상태라 작은 실수라도 하면 미끄러질 위험이 컸다. 길을 따라 이어진 나뭇가지들이 일종의 손잡이 역할을 해주긴 했지만, 곳곳에 난코스가 등장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산을 오르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1,000m가 넘는 산 중에 ‘쉬운 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산행 전, 도숭산은 다른 명산들에 비해 비교적 난도가 낮고 무난한 산이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다. 그러나 겨울 산행은 예상과 다르게 변수가 많았다. 길이 얼어붙어 있으면 어느 산이든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특히 도숭산의 경우, 다른 인기 있는 산들과 비교하면 등산로 정비 상태가 그리 훌륭하지 않았다. 오르는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위험한 구간에는 안전 장치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밧줄이나 난간이 있어야 할 급경사 구간이 대부분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고, 정작 무난한 지형에만 정비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이날 만난 등산객들 역시 이 점을 지적했다. 모두 함양의 산행 인증을 받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었는데, 부산에서 매주 함양을 찾는 등산객부터 일주일 동안 함양의 산을 다 돌고 있는 천안에서 온 등산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함양의 산들이 가진 매력을 극찬하면서도, 일부 등산로는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특히 겨울철 사고 방지를 위해 도숭산에도 추가적인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빙판길을 조심스럽게 오르며 어느덧 정상 인근에 도달했다. 멀리서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이 눈에 들어왔다. 맑은 날씨 덕분에 평소 같으면 잘 보이지 않던 천왕봉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장엄한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특히 이번 산행은 다가오는 3월 말 지리산 백무동 코스 산행을 앞두고 있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번 도숭산 산행은 겨울 산행의 변수를 체감하게 만든 좋은 경험이었고, 이를 통해 지리산 산행을 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정상에서의 감동도 잠시, 더 큰 걱정이 남아 있었다. 바로 하산길이었다.산을 오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하산길은 더 어려웠다. 이미 올라오면서 길이 얼어 있다는 것 을 확인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내려가 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는 발을 디딜 때마다 미끄러질 위험이 컸고,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그대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결국 예상대로 등산팀 3명 모두 넘어졌고, 나 역시 5번이나 미끄러졌다. 심지어 한 번은 앞서가던 대표님께 슬라이딩 태클을 하듯 미끄러지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평탄한 임도길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30분의 하산길이 남아 있었음에도 산행을 마친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이번 도숭산 산행은 지금까지 경험한 산행 중 가장 예상치 못한 변수와 난코스를 만난 여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산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겨울 도숭산은 결코 쉬운 산이 아니었다. 그러나 따뜻한 계절에 다시 찾는다면, 소나무 숲의 울창한 녹음과 함께 훨씬 더 쾌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조망이 뛰어나고, 능선을 따라 걷는 재미도 충분하다. 다만, 겨울철에는 철저한 대비와 안전 장비가 필수라는 점을 이번 산행을 통해 절감했다.모든 산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도숭산은 예기치 못한 도전과 배움을 선사한 산행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다가오는 지리산 산행도 더욱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산은 언제나 새로운 배움을 준다. 도숭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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