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편집자 주>
새벽부터 시작된 뜀박질, 오늘 나는 뜻하지 않은 마라톤을 시작했다. 2월 중순의 함양, 오후에는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지만 새벽 공기는 여전히 매섭다. 여명이 채 밝지 않은 시간,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나는 함양읍 고운체육관 인근에 위치한 원애환경을 찾았다. 최근 함양군에서 생활쓰레기 문전수거 제도를 시행하면서 더욱 바빠진 환경미화원들의 일상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새벽 6시, 원애환경의 김건규 소장을 만나 오늘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문전수거는 기존의 지정 수거 방식과 비교해 더욱 간편해졌다고 한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함양읍과 안의면을 중심으로 종량제 봉투, 재활용품, 대형 폐기물 등을 집 앞에 배출하면 미화원들이 직접 수거하는 방식이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함양군에는 안성맞춤인 정책이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한 탓에 일부 주민들은 기존 방식대로 수거장에 쓰레기를 버리곤 한다.“아직 초반이라 주민들이 헷갈려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70% 이상은 잘 따라 주고 있습니다.” 김 소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문전수거가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 관리실에서 미화원들은 이미 출발한 뒤였다. 뒤늦게라도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 보기 위해 나도 김 소장과 함께 나섰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함양읍 동문네거리. 이곳에서는 이미 커다란 수거 트럭과 두 명의 환경미화원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길게 뻗어나가는 그들의 입김이 오늘 일정의 고단함을 예고하는 듯했다.
쓰레기 수거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쓰레기 종류에 따라 트럭 내부에서 배치하는 공간이 다르고, 재활용품 중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것들은 따로 그물망에 넣어 관리한다. 트럭의 이동 속도는 시속 10km 내외. 미화원들은 운전자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손발을 맞춰야 했다.“스톱!” 짧은 구령과 함께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 섰다. 과거에는 분리수거가 잘되지 않던 곳이었지만, 꾸준한 홍보 덕분인지 이제는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나는 미화원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트럭으로 던졌다. 허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이 계속 반복되며 가볍던 쓰레기들이 마치 투포환을 던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불과 10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온몸이 땀으로 젖어갔다.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며 한 미화원이 말했다. “이제 시작이니까, 천천히 따라와요.” 그러나 천천히 따라갈 여유는 없었다. 모든 수거를 마친 미화원들은 지체 없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찰나의 휴식조차 허락되지 않는, 끊임없는 반복이었다.
그렇게 이동한 곳은 한적한 골목길.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길 위에서 미화원들은 어렴풋한 실루엣만으로도 쓰레기를 정확히 찾아냈다. 수거 차량을 따라 빠르게 뛰다 보니 어느새 2km는 넘게 이동한 듯했다. 체험을 위해 두툼한 패딩을 입고 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땀에 젖은 내복이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체험 전에는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곳곳이 정돈되어 있었다. 이는 함양군의 지속적인 쓰레기 배출 정책 덕분이다. 함양군은 일반 쓰레기(종량제 봉투), 재활용품, 대형 폐기물의 수집·운반을 민간 업체에 위탁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쓰레기를 배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일반 쓰레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거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집 앞에 배출하면 된다. 재활용품과 대형 폐기물도 지정된 요일에 맞춰 내놓으면 된다. 이처럼 규칙적인 배출이 이루어지니, 거리도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이다.다만 주민들이 착각하기 쉬운 부분도 있다. 일반적인 가정집은 본인의 집 대문 앞에 쓰레기를 배출하면 되지만 복합상가 및 원룸은 기존 배출하던 구역이 있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복합상가 및 원룸은 원칙적으로 입구, 즉 문 앞에 쓰레기를 배출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구역을 지정하여 건물 인근에 배출하면 된다.
약 두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비로소 그들의 하루가 단순한 ‘쓰레기 수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체력 소모, 끝없는 반복 작업, 그리고 끊임없는 이동 속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은 묵묵히 맡은 바를 해내고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며 한 미화원에게 물었다.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계속 일하실 수 있나요?” 그는 묵묵히 쓰레기 한 봉지를 들어 트럭에 던지며 웃었다. “깨끗한 거리가 우리가 일한 흔적이니까요.”문전수거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하루 환경미화원들과 함께한 이 체험이, 그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새벽부터 시작된 뜻하지 않은 마라톤, 나는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뛰며 또 한 가지를 배웠다. 우리가 매일 걷는 깨끗한 거리, 그 뒤에는 이른 새벽부터 뛰어다니는 이들의 땀방울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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