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국화 향 그윽한 시기에 또다시 곶감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감을 깎아줄 사람을 구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올해는 함양군에서 알선해준 계절 근로자들 활약으로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가을빛 속에 감을 깎는 손길이 이들의 도움으로 덜 외롭고, 무거웠던 감 박스가 이제는 조금은 가벼워진 듯 느껴집니다. 곶감 작업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25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감 박스를 수없이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손목과 허리에 한껏 힘을 주고 감을 들어 올릴 때마다 이 무게는 단순히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 해의 노력과 결실을 담은 시간의 무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무거운 감들을 선별기로 분류하는 과정을 거치고 크기별로 깎아 채반에 가지런히 눕히고 건조기에 하루 반나절 초벌 건조를 합니다, 그리고 뽀송뽀송해진 감을 꼭지를 끼워 덕장에 걸어두는 과정 하나하나가 마치 세월 속에서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가며 걸어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곶감 작업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감이 서서히 마르면 다시 채반에서 내려 하우스로 옮겨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감들은 햇볕의 샤워를 받으며 조금씩 예뻐지고, 계절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단단해져 갑니다. 마치 우리도 햇볕과 바람, 추위를 겪으며 그 안에서 조금씩 성숙해가는 것처럼, 감들도 그 시간을 견디며 자기만의 맛과 모양을 만들어갑니다. 수없이 들고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이 과정은 힘들지만, 그 속에는 자연과의 끊임없는 호흡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올해는 다행히도 계절 근로자들이 이 힘든 과정을 함께해주어, 무난하게 곶감을 말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외투를 챙겨주며, 자연의 계절을 넘어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도 느껴집니다. 그들이 입고 온 얇은 옷 사이로 스며드는 한기를 막아주기 위해 마련한 겨울 외투는, 어쩌면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은 자국에서 받는 급여의 몇 배를 벌 수 있어 일에 더욱 성실하고, 그런 성실함과 순박함이 그들의 얼굴에 그대로 묻어납니다. 그들 덕에 올해의 곶감은 더욱 단단하고 깊은 맛을 품고 무사히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곶감이 말라가는 덕장에서, 그들의 손길과 우리의 시간이 함께 얽혀 마치 세월의 결실이 걸려 있는 듯한 장면을 바라보며, 올겨울의 시작을 담담히 맞이합니다. 작업이 힘겨워도, 그 힘겨움 속에 숨은 자연의 리듬과 계절의 온기가 우리를 감싸며, 매년 이 시간에 다시금 삶의 의미를 묻는 것 같습니다. 매년 곶감 깎을 때 허리가 아파 힘들었는데 따뜻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 덕분에 즐겁게 일을 합니다. 그렇게 다시, 우리는 곶감을 깎고, 그 속에 담긴 시간을 품고, 함께한 이들과 나누며, 겨울을 향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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