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네 아이의 경계를 넘어 아이들과 만나고 싶었다. 공동체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던 30대 초반부터 갖고 있었던 신념 같은 삶의 지향이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내 부모, 네 부모 가리지 않고 모든 어른을 부모처럼 대하는 것. 그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마을이고 그 자체가 공동체가 되는 것을 꿈꿨었다. 그곳은 서로의 다름이 수용되는 곳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각자의 선한 의지가 모여 선한 일들을 이뤄가며 살아가는 마을공동체이다.마을은 한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공간이고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 공간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마을이 온전해야 아이도 온전히 성장할 수 있다는 말로도 읽는다. 그래서 아이를 위한 마을교육은 사실 아이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마을을 이루는 전 구성원을 위한 교육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교육을 넘어 삶의 지혜를 배우는 배움의 공간이 된다. 오래된 전통 방식으로 된장, 고추장 담그는 할매들이 선생님이 되고, 까막눈 할매들을 틔어줄 아이들이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곳, 그곳이 마을교육이 온전히 실현되는 곳이다. 마을, 그 자체가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여도 내 것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딱딱한 학문체계가 아닌 우리의 일상에서 꼭 필요한 옷을 짓고,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집을 짓는 것부터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는 모든 것이 배움의 주제들이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이렇게 마을에서 배움(교육)이 일어나면 마을공동체는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그 공동체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용하는 환대(Hospitality)의 공동체로 전환된다. 우리는 나이에 따라 학교를 가지만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의 인성, 정서적 안정 등이다. 아이가 동네에서 자라는 것을 본 주민은 그 아이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따듯한 시선으로, 그 아이(또는 어른)에게 다가간다면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다. 그 아이가 잘하는 것, 아파하는 것 등을 어루만지며 칭찬과 격려로 대한다면 그 아이는 한부모, 조부모 슬하에 자라도 외로움을 덜 느낄 것이다. 이런 마을의 온기가 모여 아이는 튼실하게 성장해 갈 수 있다. 어른 또한 마찬가지다. 깨지기 쉬운 유리잔 같은 인간의 마음, 허점투성이 인간이 서로 보듬으며 성장한다. 나처럼 맘은 있는데 잘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마을에서 배우고 조금씩 다듬어 가면 된다. 그렇게 마을은 기다려주고 용기를 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이 온기로 가득해야 하고 구성원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위로와 지지가 마을에서 일어난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도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는 청소년을 보고 싶고, 또래 친구들과 스마트폰이 아닌 숲놀이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마을 주민이 부모이든 아니든 마을의 아이를 내 아이로 여기고 함께 품는다면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우리 마을은 활기가 넘치고 서로를 품는 사람 내음 진한 마을, 교육, 공동체가 될 것이다. 경남도의회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지원하는 조례를 폐지했다. 그들이 보기에 마을학교, 배움터가 불순해 보였나보다. 작은 것을 가지고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조례는 주민들이 교육이라는 매개로 마을을 살리고 돌보며 따듯한 온기를 불어넣는 일에 지원하는 제도적인 최소한의 장치이다. 부디, 소멸위기에 처한 농산촌 복합지역에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교육을 매개로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주민들의 의욕을 꺾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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