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면은 함양읍에서 거리가 좀 멀지만 나에게는 전혀 멀지 않은 곳이다. 내 고향인 서하면보다도 더 애착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서상면은 결혼 후 경력단절이 된 내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곳이며 우리아이들에게는 농촌체험활동을 실컷 할 수 있게 허락해준 곳이다. 약 6년을 서상면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파프리카 재배 농가의 수출업무와 국내판매일을 도와 드렸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선별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일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셔서 아이돌봄의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2008년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거리적으로도 너무 멀고 해서 한 달만 하고 그만둬야 겠다 생각했는데 6년 동안 일을 하게 된 데에는 너무나도 출중한 서상면의 매력이 나의 마음을 꽁꽁 묶어두었기 때문이다. 파프리카로 작목을 바꾸기 전 대부분의 농장주님들은 화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던 분들이셨다. 중국에서 저렴하게 대량으로 꽃이 수입되다보니 경쟁력이 약화되어 수십년 간 해오던 화훼를 접고 파프리카로 품목을 바꿨다. 서상면은 해발 400 이상의 고랭지로 생산되는 농산물들이 다 인기가 좋다. 농장주님들이 과거 화훼 붐이 일었을 때의 영웅담을 들려주곤 했는데 서상의 안개꽃이 화훼공판장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경매가 열리지 않았을 정도였으며 다른 지역 꽃들하고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좋았다고 한다. 공판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은 게 서상면 농산물이다. 파프리카 선별이 없는 날에는 화훼 하우스로 혼자 꽃소풍을 다녔다. 겨울이 엉거주춤 물러가고 들판에 봄의 기운이 아직 돋아나지 않았을 때에 서상의 꽃 하우스에는 말로나 글로써 다 담을 수 없는 화려한 꽃잔치가 시작된다. 은은한 허브향으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서상면의 얼굴마담인 보르니아 꽃, 오랜 개화시기로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는 피나타꽃. 처음 큰 기대없이 꽃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감동은 사람이 주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수백평 위에 펼쳐진 꽃 주단을 보니 아름답다. 이쁘다, 이런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냥 입을 벌린 채 바라보는 것 외에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보로니아를 재배하던 농장주님들이 힘을 합쳐 분화작목반을 결성했고 작목반과 서상면사무소가 힘을 합쳐 제1회 서상솔밭길꽃축제의 서막을 열었다. 아~ 드디어 서상면의 색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축제가 열리는구나! 그렇다면 나는 열일을 제쳐 두고서라도 가야지. 산삼축제가 끝나는 그 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축제 유람단을 꾸려 서상솔밭길꽃축제를 다녀왔다. 축제 첫날 비가 오기 시작해서 끝나는 토요일까지 빗속의 축제였다. 행사를 진행하고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 비는 반갑지 않는 손님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장소가 솔밭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진행하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노란색 국화화분으로 꽃길을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꽃길을 걸을 수 있게 했으며 서상초등학교와 서상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화작품, 재활용 꽃병에 꽃꽂이한 꽃을 소박하게 전시하여 꽃길을 걸으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축제장하면 먹거리가 빠질 수 없는데 서상면의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이 모여 쌀국수를 판매했는데 직접 먹어보니 양도 푸짐하고 맛도 있었다. 분화작목반 회원만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서상면민이 다 함께 참여하고 이끌어가는 축제라는 게 느껴졌다.   2일간 솔밭길꽃축제를 다녀오면서 함께한 유람단의 의견은 이렇다. 첫째 비가 오는 날씨여서 어쩔 수 없이 자바라천막을 친 건지는 모르겠으나 솔밭의 멋진 뷰를 자바라천막이 가려 제대로 감상을 할 수가 없었다. 2회 축제를 솔밭에서 다시 열게 된다면 제발 자바라텐트부터 없애달라. 솔밭과 잘 어울리는 부스가 분명 있을 꺼라고 생각한다.(이건 서상면민에게 드리는 저의 숙제입니다) 둘째 꽃으로 만들 수 있는 tea & food를 늘였으면 좋겠다. 꽃차를 시음하고 티백에 담아갈 수 있는 체험부스가 한곳 있었는데 함께 간 우리 유람단은 꽃차도 시음하고 판매되는 꽃차도 종류별로 구입했다. 꽃 축제이니 만큼 꽃을 이용한 음식을 판매, 전시도 학고 작게나마 시식코너도 만들어서 운영한다면 눈과 입이 즐거운 축제가 될 것이다. 셋째 서상면에서 하는 축제라고 해서 서상면민만 참여할게 아니라 함양군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예를 들면 함양예총 산하 여러 협회들과 조율하여 솔숲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거나 영국 첼시 플라워쇼처럼 함양에서 플라워숍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분들을 초청하여 서상에서 생산되는 꽃으로 쇼를 연출해도 된다. 어정쩡한 쇼는 이제 그만! 관객들의 눈이 높아졌다. 서상면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넷째 서상면에 있는 단체와 분화작목반이 힘을 모아 손바닥정원 만들기 대회를 개최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서상에서 생산되는 식물이 주인공이 되어 축제에 오는 이들에게 카메라 셔터가 쉴새없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축제의 주인공을 나무와 꽃으로 설정한 서상면 분화작목반과 서상면을 칭찬해주고 싶다. 요즘 축제의 방향을 너무 잘 읽어서이다. 부디 1년간의 시간동안 잘 준비해서 제2회 서상솔밭길꽃축제가 sns의 핫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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