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는 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계서원과 천연기념물(제145호) 함양상림, 지곡면 개평 한옥마을, 병곡면 도천 마을 솔숲과 함양읍 원교 마을 향교(도 유형문화재 제225호) 등은 선조들이 물려준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이 문화유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사는 자연의 유산이 소나무가 아닌가 싶다. 절개와 충절, 기개를 상징하는 푸른 소나무는 함양의 선비정신을 잘 나타내 준다. 소나무는 순수 우리말로 으뜸이라는 뜻의 “솔”자와 “나무”자가 합성된 단어이며, 한자로는 “나무 목(木)”자와 귀인의 뜻을 지닌 “공(公)”를 합친 글자로 나무의 귀공자라는 의미를 가진 “송(松)”이다.
소나무의 통상적인 분류는 육송과 해송, 반송, 리기다소나무, 금송, 황금송, 백송 등 수십여 종이 있다. 육송은 내륙 지역에서 자라고 분포되어 있어 육송이라 하는데 정확한 명칭은 적송이다. 적송은 나무의 수피부터 붉고 나무줄기 몸통 전체가 붉은색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 산이나 바위틈 악산에서 자라는 소나무 대부분이 토종 소나무인 적송이다. 해송은 해안가에서 자라는 소나무이다. 강하고 단단하며 옮겨 심어도 잘 죽지 않고 빨리 자란다. 바늘처럼 생긴 솔잎도 육송보다 억세다. 반송은 원줄기 몸통이 짧고 밑쪽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부채골 모양으로 둥글게 자라는 유전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리기다소나무는 원종이 미국산으로 1960년대부터 척박한 땅의 조림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종으로 바늘과 같은 잎이 3개씩(토종은 2잎) 모여 자라며 원줄기 몸통에서도 잎이 자라나는 특징이 있으며, 송진이 많고 솔잎이 잘 썩지 않는 생명력이 강하다. 금송은 일본에서 정원수로 들여온 낙우송과의 나무이다.
함양에서 소나무와 군락을 이룬 솔 숲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천연기념물 제358호인 휴천면 목현리의 구송(九松)이다. 가지가 밑줄기 몸통 부분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우산처럼 옆으로 퍼진 모양의 반송이다. 원래 가지가 아홉 갈래로 갈라져 구송이라 부르는데 현재는 2개 가지는 죽고 일곱 가지만 남아있다. 구송의 수령은 3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마천면 추성리 벽송사 3층 석탑 단 아래쪽의 도인송(함양보호수 12-11-2)과 단 위쪽에 있는 미인송이다. 두 소나무는 생김새가 서로 다르지만 조화롭고 도도하다. 눈을 감고 거친 소나무 껍질 결을 느끼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벽송사를 창건하신 벽송 스님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도인송과 미인송은 적송이다. 세 번째 소나무는 행복마을의 함양보호수(2017-06-19-1) 반송이다. 수령은 200년 이상 되었다. 뒤틀리며 자란 나뭇가지가 청룡이 승천하듯 하늘로 솟아있다. 소나무 그늘에서 멀리 보이는 지리산과 삼봉산 봉우리가 이국적인 주위 집들과 어우러져 아주 특별한 경치를 자아낸다. 달과 소나무를 구경하기도 좋은 곳이다. 마지막 하나 더 추천한다면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아래쪽 하천 가운데 큰 바위 위의 소나무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영양분이나 수분을 전혀 섭취할 수 없는 바위틈에 서 있는 소나무로 수령이 100년은 넘어 보인다. 천년을 사는 소나무답게 외롭게 버티고 서 있는 소나무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세한도에 그려진 그 소나무는 한신계곡의 이 소나무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짝 마른 가뭄을 견디고, 한 겨울 지리산 폭설도 버티고, 폭풍우와 계곡의 폭우를 견딘 고송(孤松)이다. 많은 소나무를 보았지만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소나무이다.
군락을 이룬 소나무 숲으로는 문중 사유지인 도천 마을 솔숲이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서 솔바람 소리와 물소리, 개구리울음소리를 듣기 좋은 곳이다. 지곡면 개평리 일두 정여창 선생 산책로인 소나무 숲길(경상남도 기념물 제254호)도 빼어난 곳이다. 산책로와 개평 한옥마을 서쪽 하천의 언덕을 따라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소나무와 한옥을 보면서 걸어보면 유명 드라마 촬영지답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기분일 것이다. 다음은 서상 중·고등학교에 있는 송림 숲이다. 이 솔 숲은 책을 읽기 좋은 숲이다. 서상에서 많은 인물이 나는데 이 소나무 숲에서 독서를 열심히 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수동면 남계서원 뒤쪽에 병풍같이 펼쳐진 소나무 숲은 한 폭의 그림이고 대봉산 솔밭은 한 번은 꼭 가보길 추천하고 싶다.
함양은 산의 면적이 넓고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많다. 이 많은 것들 중 소나무도 일부이지만 잘 관리하여 다듬고 지켜나간다면 좋은 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관광자원으로 소나무 지도를 그려서 홍보한다면 함양지역 어디를 가더라도 감탄이 절로 날 것이며 그냥 지나가는 시골길이지만 좋은 소나무를 알아본다면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운 함양 여행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