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한참 진행된 시골은 시설, 사업, 복지 등이 전부 중장년, 노년층에 맞춰져 있다. 지방소멸과 청년인구 유출의 문제, 출산율, 이주정착과 귀농귀촌 등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통계청이 발표한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보면 매년 꾸준히 귀농·귀촌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인구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기본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최고의 선택을 해도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 속에서 함양군은 어떤 청년공간 만들게 될까? 함양군과 인구규모가 비슷한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하는지 살펴보고 공간이 갖는 힘과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확인한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1. 함양군이 처한 청년공간 부족의 문제2. 청년의 놀이터를 만들다. 거창 ‘청춘창고’3. 생활이 되는 공간으로 산청 ‘청소년 공간 명왕성’4. 청년을 위한 네트워킹과 축제 ‘부안청년 UP센터’5. 청년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공간 ‘삼척청년센터’6. 청년공간, 청년이주정착의 발판으로! ‘완주의 다섯곳 청년공간’     청소년공간과 청소년센터청소년과 청년은 고령인구 중심의 시골에서 소외받는 존재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굳이 정도를 따지자면 청소년은 청년보다 더 소외돼있다. 청년은 적어도 투표권은 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자연스럽게 고령인구를 많이 살피게 되었고 그런 풍토가 형성됐다.   우리는 ‘청소년’이 어떤 단어인지 잘 알고 있다. ‘자치’도 그렇고 ‘공간’도 그렇다. 그렇지만 청소년자치공간을 떠올리라고 하면 대부분 행정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센터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왜 자연스럽게 자치를 삭제하게 됐을까? 아마 우리의 인식 속에서 청소년은 자치를 하기 어려운 존재로 존재한다. 청소년은 과연 그럴까? 대부분의 청소년센터는 센터장과 청소년상담사의 주도로 운영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필요하다. 청소년지원센터는 진로와 심리를 포함한 청소년상담과 검정고시 정보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많은 청소년이 실제로 청소년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다. 기존의 청소년센터가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공간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이다.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은 과연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산청에 있는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을 아시나요? 2006년 명왕성은 공식적으로 태양계에서 퇴출됐다. 감히 거칠게 말해보자면 인간이 기준에 안 맞다며 멋대로 넣었다가 멋대로 뺀 것이다. 명왕성을 운영하는 김한범 코디네이터의 모습이 청소년과 닮아있다고 느꼈다. 청소년들은 어른의 기준에 의해 제한되고 결정되는 존재다. 지금의 어린 나이가 어느 시대엔 이미 다 자란 어른으로 인식되기도 했었는데도 말이다.   그런 이해 속에서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공간,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이 만들어졌다. 경상남도 산청군 산청읍에 위치한 산청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은 산청군도시재생지원센터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로 5년차가 됐다. 주말이면 평균 25명에서 30명, 한 달 150명에서 200명의 청소년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의 공간규정은 모두 청소년들이 정한다. 필요할 때마다 규칙이 만들어진다. 운영물품을 구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공평하게 스티커로 투표를 해서 물품을 구매한다. 따라서 참여하는 청소년들에 따라서 공간의 분위기가 매번 달라지는 것도 매력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주인의식을 갖길 바라는 거 같아요. 청소년이 주인이 되어보는 경험은 드물거든요. 그렇게 자기의 삶에, 삶이 속한 공동체에,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가 속한 국가에 주인의식을 갖는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12년 교사생활, 경주에서만 8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김한범 코디네이터는 훌쩍 산청으로 귀촌을 결정했다. 학교 밖에서 청소년을 만나고 싶다는 이유였다. 학교 안에 좋은 선생님은 많으니 학교 밖에 청소년을 위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   “교육의 목표가 대입에 들어가있는 상황이 아쉬웠어요. 청소년들이 무기력하고 자신감 없어보이는 건 사실 기성세대가 만든 풍경이거든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동아리 드는 것 하나까지 대입과 관련을 지어야하고, 모든 결정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쉬웠어요. 청소년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기탐색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에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꿀알바 프로젝트’다. 영화감상문이나 독서감상문 등 자기가 관심을 갖고 쓸 수 있는 글에 원고료를 일부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의 취미를 생산적으로 계속 이어가보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면에서 청소년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경험을 통해 청소년이 청년으로 자라더라도 이 지역사회에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처음엔 청소년과 서로 배우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것조차 어른의 의도 같아서요.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공간을 계획하게 됐어요. 부담없이 마음 편안한 공간이고 싶었어요” 공간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생각과 열의가 있는 청소년을 모아서 기획단을 만들었다. 차후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빠지기 시작하면서 위치와 공간, 기능, 목적 등 다양한 면에서 청소년들이 고민했다.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도 청소년들이 책임을 졌다. 내부 가구를 만드는 것은 어른인 목수들이 도왔지만 페인트칠 등 다양한 면에서 청소년들이 공간을 꾸몄다. 민간중심 공간운영의 한계현재 공간 운영은 정기후원인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외에는 교육지원청의 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자원봉사 인건비 정도 지원받고 있다. 김한범 코디네이터는 “돈이 없어도 다 해볼 수 있다”고 하지만 지원금이 더 있다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공간을 운영하려고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사명감이 필요한 거 같아요. 5년차가 되면서 중간에 코로나가 2-3년 있었거든요. 코로나 때는 한 명의 청소년도 안 온 날도 있었어요. 아침에 와서 공간을 열고 하루종일 혼자 있다가 문을 닫고 갈 때는 속상한 마음도 크거든요. 버텨내는 것이 중요해요. 이용하는 사람이 적더라도 누군가에게 만만한 공간은 꼭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산청에 운영되는 경로당은 340개다. 그렇지만 청소년 공간은 많이 포함해도 5개 미만이다.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의 작년 운영비가 약 1000만원이니 면단위마다 10억을 들여 지어지는 파크골프장 하나를 짓지 않으면 명왕성같은 청소년 공간을 100년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민간에서 좋은 취지와 활동으로 공간이 조성된다고 해도 유지가 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인구가 적은 군단위 지자체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고령인구 중심의 복지예산 편성 때문에 청년과 청소년은 늘 소외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한범 코디네이터는 청소년공간을 계속 유지할 마음이다.   “청소년 공간이 필요하냐는 질문은 참 웃겨요. 이 질문에서 청소년을 빼고 생각해봐요. 사람이라면 당연히 공간이 필요해요. 남녀노소 안 가리고요. 청소년들은 특히 그래요. 집도 학교도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청소년의 공간은 아니니까요” 함양의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몇몇 청소년 무리는 분식집에서 김밥 몇 줄 시켜서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무리는 눈치를 볼 필요 없는 무인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함양에 청소년들이 만만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반증이다. 청소년을 위한 기능을 갖는 공간이 아니라 정말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공간인 청소년자치공간 명왕성. 산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학생들은 청년이 되어서도 명왕성을 떠올린다. 지역의 한 공간이 그 지역의 향수가 된다는 것은 참 뜻깊다. U자형 귀촌인이 많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 지역에 애착을 갖는 청소년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청년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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