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 그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나는 쓰임받고 싶은 존재”“저는 많이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영어는 정말 어디서나 쓰이잖아요” 김하은씨가 양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진학을 하면서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한 것은 많이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다는 김하은씨.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양산에서 일반 사무직 업무를 했다. 업무에 재미가 없었던 건 여기에서 내가 쓰이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 아니었을까? 나 역시 도시에서 ‘언제든 바꿔 끼워질 수 있는 부품과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김하은씨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많이 쓰이는 사람이고 싶은데 도시에서는 나 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저와 비슷한 단계의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요. 스스로 개발하고 업그레이드를 해서 한 단계를 올라간다면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힘들게 노력했지만 한 단계 위에도 이미 사람이 너무 많아요. 도시는 그런 곳이더라고요”김하은씨는 작년 3월 가족과 함께 함양으로 귀촌을 했다. 함양군에서 실시하는 함양군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가 있어서 쉽게 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머니께서 거의 20년 넘게 한 직종에서 일을 하셔서 저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였어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가 있어서 쉽게 귀촌할 수 있었어요. 귀촌에 실패한 사례를 살펴보면 아는 사람이 없어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저는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잘 정착할 수 있었어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에서 함께 교육을 들은 30가구의 지인과 함께 귀촌생활을 하는 거니까요. 함양군에서 진행한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로 귀촌생활을 시작한 게 정말 좋아요. 정착하고 지금까지 계속 행복한 기억만 있어요” 김하은씨는 체류형으로 정착한 덕분에 함양 귀촌생활을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3월에 정착한 이후 9개월동안 고사리 아르바이트나 양파 캐기,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의 교육을 하기도 하고 교육생들과 정자에서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기도 하며 함양을 좋아하게 되었다. 함께 교육을 들었던 30가구 교육생과 귀촌을 시작한 덕분이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그냥 함양에 왔을 뿐인데 마을을 방문해보면 할머니들께서 무척 반겨주셨어요. 마을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과거의 활기를 그리워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방에는 청년인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이곳이라면 내가 쓰임이 있지 않을까 하고요” 나의 소비에 주도권을 갖는 삶김하은씨가 함양에 정착할 수 있도록 청년농부 김민기씨와 그의 아버지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조언을 들으며 한 가지 꿈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농부의 꿈이었다. “도시에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것이 있어요. 도시에 있으면 GMO 먹거리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이 그냥 소비해야 하는 거죠.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것에 저항하고 싶었어요. 작은 꿈이지만 내가 먹는 음식, 내 가족이 먹는 음식, 내 소중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까지는 주도권을 갖고 살고 싶어요” 하지만 농부의 꿈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농지와 농기구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지원사업과 작물 선별도 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 김하은씨도 동감했다.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 교육생으로 교육을 들으면서도 청년세대가 귀촌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 했어요. 교육생으로 시작하면 주거와 교육이 전부 무료긴 하지만 교육을 들으려면 일을 할 수 없거든요. 퇴직금도 모은 돈도 없는 청년세대가 교육만 들으면서 생활을 유지하긴 쉽지 않았어요. 교육을 무사히 들었어도 기본 자금이 없으니 새롭게 시작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김하은씨도 이런 현실에 의기소침했을 때가 있었지만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의 관리소장이 했던 말이 큰 위로가 됐다. “저는 농사를 짓고 싶은데 일하러 가야하잖아요. 그 때마다 관리소장님께서 터프하게 해주셨던 말이 있어요. ‘영농기반을 위한 소득생활을 하는 거다’ 그렇게 말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 말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됐어요. 덕분에 아직도 농부의 꿈을 잘 품고 있어요”영농기반을 위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연구원’농사를 좋아하지만 사실 사무직에 다재다능하다는 김하은씨.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의 연구원에 지원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인 함양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방소멸위기가 심각하잖아요.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는 행정과 민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요. 사업을 구상하고 집행할 수 있는 행정과 마을에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민간이 서로 힘을 합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게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예요. 이제 저는 행정원이기도 하고 함양군민이기도 하고 귀촌인이기도 하고 청년세대이기도 해요. 이런 다양한 시각을 활용해서 함양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함양에서의 새로운 꿈“좋아요. 너무 좋아요. 일단 하늘이 너무 맑아요. 밤엔 별이 그렇게 잘 보이고요” 함양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하은씨의 눈이 반짝였다. 함양에서의 삶이 행복해보였다. 하은씨는 함양이 가진 환경뿐만 아니라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도 만끽하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할 때 어머니가 행복하다는 말을 하셨거든요. 딸의 입장에서 정말 기뻤어요. 도시에 있을 때는 몰랐어요. 함양에 오니까 삶이 여유롭고 행복해졌어요” 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있다. 바로 청년과의 만남이다.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부족하다. “우연한 계기로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를 알게 되었는데 동경하고 있었어요. 사회에서 청년세대는 조금씩 긴장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청년들끼리 모이면 편안하거든요.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모임의 장이 더 많다면 다른 청년들의 삶도 만족스러울 거 같아요” 많은 청년세대가 나다움을 포기하며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함양에서 나다움을 찾은 김하은씨. 김하은씨의 귀촌생활은 겨우 9개월 되었지만 함양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김하은씨가 조금씩 주도권을 잡아가는 이야기가 도시의 청년세대에게는 또 다른 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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