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폭설로 고립되어 곶감 작업을 닷새째 쉬었습니다. 춥고 힘이 들었는데 눈이 내려 쉬게 해주니 정말 고맙네요. 곶감은 차가운 눈바람이 알아서 맛을 들여 줄 것이고 농부는 아무 걱정 없이 벽난로에 불을 넣고 파운드 케익도 구웠습니다. 요리의 9할은 용기입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니 못할 게 없네요. 나머지 1할의 절반은 재료를 준비하는 일이고 실제 요리는 나머지 1할의 남은 절반으로 하면 됩니다. 막상 해보니 이렇게 재밌고 쉬운 것을 왜 안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3가지 버전으로 최근에 만들어본 스콘이 괜찮았는지 아내가 파운드 케익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오늘 용기를 내었습니다. 내일부터는 쉬었던 곶감 작업을 계속해야하니 지금 아니면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 일단 버터 꺼내고 밀가루부터 계량했습니다. 요리교실에서 배운 것은 호두 파운드 케익이었고 휘핑기로 머랭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휘핑기를 준비하지 못해 마트에서 휘핑크림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근데 이 휘핑크림이 머랭인 줄 알았는데 휘핑을 해야 하는 것이네요. 크림을 빠른 속도로 한 백만 번 쯤 저었나 봅니다. 팔이 아파서 궁시렁거리니 아내가 이어받아 도와주어서 겨우 머랭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쨌든 밀가루와 버터로 만든 크림에 계란 노른자 넣고 머랭을 부어 반죽을 만들었는데 호두가 없어 곶감을 넣었습니다. 175도에 35분을 구웠는데 살짝 눌었습니다. 28분 정도 구우면 될 듯합니다. 맛은 좋은데 제과점에서 사 먹는 파운드와는 달리 쉽게 부서집니다. 반죽이 너무 묽어서 그런 걸까요? 머랭이 덜 되어서 그런 걸까요? 머랭을 제대로 만들려면 전문 휘핑기가 있어야겠습니다. 아들도 요즘 빵 만드는데 재미를 붙였는데 반죽하기 힘들다고 해서 반죽기랑 휘핑기를 주문했습니다. 베이킹은 장비빨이라고 지인이 미련 떨지 말고 얼른 구입하라고 해서 바로 주문했습니다. 반죽기가 오면 아들이 싱크대에서 밀가루 치대며 집이 무너지도록 탕탕 내리치며 놀래킬 일은 없겠네요. 그리고 휘핑기가 오면 계란 흰자랑 설탕으로 머랭을 스윽 만들 수 있으니 팔 아프다고 궁시렁 거릴 일은 없겠습니다. 장비가 오면 개시로 아들은 식빵을 굽고 나는 카스테라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요리교실에서는 팥 카스테라를 배웠는데 카스테라 조금 만들려고 팥을 준비하기는 번거로울 테니 대신 곶감을 넣어보려고 합니다. 곶감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카스테라도 먹고 곶감도 먹으려는 것입니다. 곶감을 만드는 사람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곶감을 많이 먹으면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좋아지고 비타민C도 사과나 시금치 두 배로 함유되어있어 항산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경상대 교수팀이 곶감을 가지고 연구해서 발표한 논문에 있는 내용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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