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은 관람과 표현의 장이라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지지만 한편으론 지역민들에게는 삶의 중요한 한 조각, 먼 곳에서 찾아온 이에게는 새로운 세계 또는 발견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문화적 소비가 늘어난 현대사회에 들어서 문화 인프라는 곧 그 지역의 수준을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수도권이 우리나라 문화 예술의 절반 이상을 담고 있는 이러한 현실에 군소 지역인 함양군에도 예술의 바람이 불 수 있을까. 함양지역 내 건립되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 최근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함양용추아트밸리. 함양의 문화 예술을 꽃피울 미술관 함양용추아트밸리가 지역 문화·예술 공간의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아가는 데는 긴 시간과 함께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같은 군 단위면서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있는 선진 미술관 및 예술촌 등을 찾아 그곳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봄으로써 함양용추아트밸리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1. 작은 미술관의 역할 화순군립석봉미술관2. 국내최초 군립미술관 보성군립미술관3. 미술관 운영의 성공사례 양평군립미술관4. 예술인과 전시회 관람하는 의령예술촌5. 나비축제와 함평미술관6. 함양용추아트밸리 변신을 준비하자 예술인과 전시회 관람하는 의령예술촌 의령4경인 벽계관광지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의령의 문화예술공간 의령예술촌. 올해로 23주년을 맞이하는 의령예술촌은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에 있다. 1999년 5월 21일 개촌한 의령예술촌은 1997년 말 의령의 예술인들이 모여 예술인협회를 만들려고 한 것이 의령예술촌의 시작이었는데, 그 당시 유행에 따라서 폐교를 활용하여 예술촌을 만들게 되었다.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 있는 평촌초등학교를 예술촌 공간으로 활용을 하다가 2012년 7월 28일 지금의 건물로 장소를 이전했다. 의령예술촌은 4개의 전시실과 사무실, 작품보관실을 보유하고 있는 전시동을 비롯해 작업동과 체험동, 관리동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공간들은 모두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관리되고 있다. 공간마다 예술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는데, 정원과 내부 인테리어, 전시 작업 모두 회원인 예술인들이 나서서 한다고 한다.주된 사업은 전시, 공연, 체험이다. 전시는 회원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번씩 개인전을 기획하기도 한다. 연평균 4~5회 전시구성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연 중 대표적인 콘텐츠는 기타경연대회이다. 작년 18개 팀이 참석했다는 기타경연대회는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체험은 현재 코로나의 여파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전시를 넘어 주민과 관람객, 예술인과의 교류로앞서 다녀온 미술관들은 모두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미술관의 모습으로 그 역할을 해낸다면 의령예술촌은 단순히 미술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하나의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사진분과, 서양화분과, 공예분과 등 11개의 분과로 구성된 의령예술촌은 거대한 커뮤니티 속에서 주민과 관람객, 그리고 예술인이 서로 교류하고 즐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다 악기를 배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관람하러 왔다가 사진을 찍게 되는 것이 의령예술촌에서는 자연스럽다. 주민들의 입회문의에 따라서 만들어졌다는 봉사분과는 의령예술촌의 일손을 도우며 다양한 예술인들과 교류를 하게 된다. 서로의 예술을 교류하다보면 새로운 의령의 예술인이 탄생하기도 한다.군소지역에서 예술공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령예술촌에 사람이 많이 올 때는 연중 1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 2008년 10월 말 일주일 간 첫 전시를 열었을 땐, 예상치도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크게 몰려왔었는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두 의령예술촌을 방문했다. 그 당시 의령군 봉수농공단지 근무하는 사람들까지 근무를 마치고 저녁까지 찾아와 밤 10시가 되도록 문을 못 닫을 정도였다고 한다.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의령예술촌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농촌인구감소와 예술 관심도 하락이 가장 큰 이유다. 의령예술촌은 이런 문제를 공동체로 해결한다. 전시나 공연에서 주체와 객체를 나누지 않고 함께 교류한다는 것이 의령예술촌의 큰 특징이다. 의령예술촌은 많은 사람과 교류를 하기 위해 ‘사투리쓰기경연대회’, ‘국악경연대회’ 및 각 분과별 대회를 열며, 반응이 좋은 대회를 더욱 크게 발전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예술의 역할을 찾아서의령예술촌 윤재환 촌장의 스무살 생일이었던 1982년 4월 26일 의령군 궁류면에는 총기난사 연속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순경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주민 62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부상을 입은 참혹한 사건이다. 윤 촌장은 “의령예술촌이 있는 이곳 궁류면은 깊은 상처가 있는 곳이다. 내 중학교 동창도 셋이나 이 사건에서 변을 당했다. 이 깊은 상처를 위로하고 싶었다. 정서적으로 위로하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문화예술이”라며 “이 공간을 방문하는 관람객과 우리 예술인이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예술을 즐기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운영의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또한 윤 촌장은 “지역의 정서에 알맞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미술관 뿐만 아니라 박물관, 영화관, 도서관 등 크게 하나를 짓는 건 아니더라도 조금씩 많이 짓는다면 주민간의 화합과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에서 운영을 하다보면 목적을 잃기 쉽다. 관심이 있는 구성원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게 의령예술촌이 오래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밝혔다.한편, 의령예술촌은 지난 5월 20일까지 ‘봄을 여는 향기전’ 전시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봄을 여는 향기전’은 의령예술촌 회원들의 그림, 서각, 사진, 공예, 시화 등 25명의 작가가 준비한 89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