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별미 냉면이 떠오를 때 고민 말고 가면 되는 곳, 수동진성횟집이다. 횟집에 무슨 냉면? 있다. 손님들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곳, 줄 서서 먹는 냉면이다. 수동진성횟집에서 냉면을 먹기 위해선 몇 가지 선택사항이 있다. 점심을 일찍 먹을 것인가 천천히 먹을 것인가. 12시 땡하고 가면 손님이 몰린다. 일찍 가든, 늦게 가든 시간을 잘 골라서 가자. 손님이 금방 빠지니 기다림이 그다지 길지는 않다.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 자리를 잡으려면 식당 안도 좋지만 마당에 놓인 테이블에서 먹는 것도 운치 있다. 물냉면이든 비빔냉면이든 또는 가오리 고명 얹은 회냉면이든 입맛에 따라 시키되 신중히 선택해야 할 것은 육수. 온육수와 냉육수 중 기호에 따라 고를 것. 기자는 회냉면에 온육수를 추천한다. 수동진성횟집 냉면이 처음부터 잘 팔렸던 건 아니다. 변종성(60) 사장이 수동 고향집에 식당을 개업한 것은 1992년 4월28일. 숯불갈비집으로 식당을 열었다. 갈비는 맛있다며 손님들이 나라비를 서서 먹었지만 냉면은 인기가 없었다. “그 당시엔 냉면이 친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안 찾더라구요. 갈비는 그렇게 잘 팔리는데” 장사가 잘 돼 돈을 많이 벌었지만 사람을 잘 믿었던 변 사장은 돈도 여러 번 날렸다. 힘들었던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친구 덕분에 그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농협에 다니는 친구의 도움이 큰 힘이 됐죠. 새로 시작해보라고 격려도 해 주고, 제 평생의 은인이에요” 횟집으로 다시 식당을 열면서도 냉면을 포기할 순 없었다. “여기저기 먹어봐도 제 냉면이 제일 맛있더라구요, 내가 먹어도 기가 차요, 맛있어서. 손님이 안 찾아도 일년 내내 계속 팔았죠. 갈 때까지 해 보자 싶었어요” 먹어본 사람은 맛있다고 하지만 그때까지도 냉면 반응은 시큰둥했다. 횟집에 무슨 냉면이냐 했다가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고 맛있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어느 순간 ‘빵’ 대박이 터졌다. 자신의 냉면 맛을 믿고 밀어붙인 변 사장의 주방에는 3~4년 전부터 냉면그 릇이 점점 늘어났다. 변종성씨는 군대에서 음식을 배웠고 서울에서 일류 요리사로 일하던 외삼촌에게서 요리를 배웠다. 그는 외삼촌의 가르침에 자신만의 방법을 추가하고 응용해 비법을 갖게 됐다. 변 사장이 만든 냉면을 맛있다고 인정해 주신 외삼촌은 해마다 식당을 찾았다. 변종성씨의 냉면은 육수는 말할 것도 없고 양념이 특별하다. 비빔냉면은 다대기가 중요하다. 고춧가루도 굵기가 다른 3종류를 쓴다. “비법이 따로 있죠” 다대기 단맛에 비법이 숨어있다는 변 사장. 조청도 설탕도 넣지 않고 단맛을 내기 위해 숙성 마지막 단계에 넣는다는 그것. 비법은 며느리도 모른다. 냉면에 나오는 온육수는 딸의 조언으로 제공되는 것. 단짠단짠 같은 냉온냉온의 조합이랄까. 온육수 인기에 항상 푸짐하게 준비해야 한다. 진성횟집 손님은 거의 외부사람들이다. 맛있다고 소문난 냉면을 먹기 위해 진주, 대구, 창원 등 타지에서 손님이 온다. 멀리서 오는 손님이 헛걸음이라도 할까싶어 그는 하루도 쉴 수 없다. “손님들이 저에겐 에너지에요, 많이 찾아와 주시니 더 열심히 하게 되죠. 그 분들을 봐서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겁니다” 30여년 간 식당을 했던 변종성씨는 여러 요리에 도전했다. 갈비도 숯불갈비, 냄비갈비, 물갈비 제각각 다른 양념으로 맛을 냈다. 돼지고기를 LA갈비처럼 만들어 팔기도 하고 낙지철판요리도 했다. “안해본 게 없네요. 마지막으로 기회가 되면 우리밀손칼국수를 해보고 싶어요” 사라져가는 우리밀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변종성씨. 어르신들께는 잊혀져가는 맛을, 젊은이에게는 지켜주고 싶은 맛, 우리밀. 이제는 구하기도 힘든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를 맛보러 수동진성횟집을 찾아갈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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