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백전면 백현권역 ‘물나드리 두레원’의
관리위탁 계약 사례를 중심으로 공유재산이라는 낯선 행정 용어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되지 않아서 이 단어는 우리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공유재산이라는 말은 언뜻 생각하면 모순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이라는 낱말은 대부분 사적인 것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유와 재산이 함께 묶여 하나의 단어로 쓰이는 것은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봤다. 사전에서 공유재산은 공공의 목적에 사용하기 위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재산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공유재산은 행정재산과 일반재산 같은 세부적인 범주로 분류된다. 파고들면 굉장히 복잡해져서, 일반 시민인 우리는 공유재산에 도로, 하천, 임야, 주차장, 공원, 청사, 관사, 박물관 같은 것들이 있다는 정도만 알면 될 듯하다. 일반 시민인 필자가 공유재산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행정 용어를 알게 된 계기는, 함양군 백전면 백현권역에 있는 시설인 ‘물나드리 두레원’(이하 두레원) 때문이다. 두레원은 함양군 백전면 내 5개 마을(상대평, 하대평, 음천, 양천, 백현)이 백현권역을 이뤄 종합정비사업으로 추진된 종합연수시설이다. 이 시설은 폐교인 대평초등학교 부지 8199m²에 연면적 1096.1㎡(지상 1층 866.98㎡, 지상 2층 229.12㎡)의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고, 세금 30억 원이 넘게 투입되어 2015년에 문을 열었다. 시설은 사무실, 교육장, 음식 체험장, 숙박시설, 샤워실, 세탁실 등이 있고, 시설 외부에는 족구장, 풋살장, 피구장, 오토 캠핑장, 케빈 하우스 등이 조성되어 있다.
권역별 사업의 취지는 권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편익 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쉽게 말하자면, 두레원 같은 시설을 세금으로 지어주고 그것을 잘 경영하고 이윤을 남겨서, 권역에 사는 주민들이 잘 먹고 잘살라는 것이다. 그래서 두레원 시설 또한 공유재산에 속한다. 공유재산의 사전적 정의가 공공의 목적에 사용하기 위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재산이기 때문이다. 공유재산에 속하는 것들-도로, 하천, 임야, 주차장, 공원, 청사, 관사, 박물관 등-은 대개 국가나 지자체가 효율성이나 타당성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관리의 방법을 판단한다. 따라서 공유재산은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관리할 수도 있고, 공공 기업체에 위탁할 수도 있고, 민간에 관리를 위탁할 수도 있다. 두레원의 경우는 권역 사업이라서 백현권역에 관리를 위탁하는 것이 타당한 수순이다. 해당 권역의 주민들이 운영 주체가 되어서 두레원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레원은 권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물나드리영농조합법인’이라는 단체가 위탁관리를 맡게 되었다. 시간이 흘렀고 ‘물나드리영농조합법인’(이하 물나드리법인)의 두레원 관리위탁 만료 시점이 도래했다. 하지만 백현권역 5개 마을의 주민들 대다수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21년 1월 말경부터 필자에게 백현권역의 주민들이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물나드리법인’의 조합원들도 있었다. 두레원이 식당을 운영하는 업자에게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하는 주민도 있었고, 조합원 중 한 분은 출자금을 어떻게 돌려받아야 하는지 걱정을 하기도 했다. 백현권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다. 그래서 나름의 조사를 진행했고 ‘물나드리법인’의 조합원 몇몇 분들과 면담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대강의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2021년 2월 1일 16시, 함양군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남이 있었다. 그 자리에 담당 공무원 3명과 정현철 군의원,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주민 2명이 모였다. 정현철 의원이 함께한 이유는 백전면이 정 의원의 지역구이고, 2020년 행정사무감사에서 공유재산에 관해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담당 공무원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사전에 담당 공무원과의 통화를 통해 해당 사항에 관한 서류들을 준비해줄 것을 부탁했는데도 불구하고 달랑 서류 한 장만 볼 수 있었다.
필자가 조사해서 파악한 내용과 담당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사태는 이러하다. ‘물나드리법인’이 두레원의 관리위탁 계약의 갱신을 포기했고, 백현권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두레원을 관리위탁 하도록 추대를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물나드리법인’에서 5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담당 공무원은 그 5인의 참석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관리위탁 계약은 체결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상태다. 왜냐하면 식당을 운영하는 개인에게 두레원의 관리위탁을 맡길 수는 없으니, 법인을 설립하라고 시간을 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한 백현권역 주민 2명은 함양군 공유재산 관리 조례를 공부한 이후, 담당 공무원들을 만났음을 밝혀 둔다. 주민 2명과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몇 가지 논쟁을 다시 한 번 짚어보자.
⓵ 우선 함양군 공유재산 관리 조례(이하 조례) 제5조제1항제3호제4호에 따르면, 행정재산의 관리위탁 기간 갱신에 관한 사항이나 공유재산의 무상 허가사용 또는 무상 대부에 관한 사항은 공유재산심의회(이하 심의회)가 심의·의결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두레원의 새로운 관리위탁 계약에는 심의회의 심의·의결이 없었다. 그 이유를 담당 공무원은 아직 계약 중인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인을 설립하라고 시간을 준 것이면 계약이 되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심의회의 심의·의결은 계약이 체결된 이후가 아니라 계약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관리위탁 계약이 끝난 상황에서 심의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⓶ 조례 제13조1항에 따르면, 공유재산에 대하여 매년 1회 이상 공유재산 실태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조례 제11조1항에 의해, 공유재산의 취득, 관리 및 처분에 대한 사항을 기록한 공유재산 관리대장을 작성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그래서 공무원에게 두레원에 관한 공유재산 관리대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자리에선 관리대장이 있다고 했지만, 이후 전화 통화에서 그 공무원은 똑같은 질문에 “있겠지요, 뭐.”라고 답변했다. 해당 공무원의 발언만으로는 두레원에 대한 공유재산 관리대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2020년 12월 31일에 신설된 조례 조항 제12조의 2에 따르면, 회계연도마다 1회 이상 공유재산의 증감 및 현황, 재산액, 그 밖에 재정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군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군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⓷ 두레원의 새로운 관리위탁 계약 과정에서 백현권역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를 물었다. 담당 공무원은 2021년 2월 1일에 만남이 있기 이전에는 백현권역 5개 마을의 이장, 새마을지도자, 노인회장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필자는 주변의 해당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거의 대부분이 두레원의 새로운 관리위탁에 관해 의견을 개진한 적 없다고 대답했다. 의견 청취는커녕 재임 6년 동안 두레원에 관련해서 현재까지 전화 한 통 받아본 적 없다고 말한 이장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에게 그 사실을 밝히자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관리위탁 계약 과정에서 회의에 참석한 ‘물나드리법인’의 5인이 백현권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그 다섯 명이 백현권역 5개 마을의 이장과 새마을지도자와 노인회장 그리고 주민들을 대표하는 권한을 어떻게 부여받게 된 것일까?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모든 사태의 추이가 외견상으로는 복잡하게 보여도, 문제의 핵심은 비교적 간단하다. 2015년 두레원의 관리수탁자로 계약할 당시 ‘물나드리영농조합법인’(이하 물나드리법인)이 백현권역의 ‘주민자치경영협의체’ 같은 역할도 함께했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에는 ‘물나드리법인’의 임원진이나 조합원들이 이장, 새마을지도자, 노인회장 등 5개 마을을 대표하는 직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즉 ‘물나드리법인’이 두레원의 경영에 관한 주민들의 의견 수렴 단체이면서 동시에 두레원의 관리수탁자로 계약을 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나드리법인’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공헌을 주민들은 거의 체감하지 못했다. 또한 공공재라 할 수 있는 두레원이 ‘물나드리법인’의 사적 소유물처럼 변해 간다고 주민들은 느꼈다. ‘물나드리법인’도 사적 소유물로 여겼기에 두레원의 관리위탁을 포기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자를 관리수탁자로 독단적으로 추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모든 문제는 ‘물나드리법인’이 두레원의 경영에 관한 지역의 의견 수렴 단체이면서 동시에 관리위탁을 하는 단체로 두 가지 역할을 자임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앞으로 두레원의 관리위탁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백전면 백현권역 5개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주민자치경영협의체’(이하 주민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주민협의체’에는 주민들, 이장, 새마을지도자, 노인회장 등 참여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주민협의체’를 주민 의견 수렴 단체로 만들고, 관리수탁법인과는 분리시켜야 한다. 그래야 관리수탁법인에 대한 감시와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주민협의체’는 다음과 같은 공유재산 관리위탁 절차를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⓵ ‘주민협의체’는 함양군의 공유재산인 두레원을 제대로 잘 운영할 수 있는 백현권역의 법인을 소정의 절차를 거쳐 관리수탁자로 추천을 한다. 추천의 기준은 관리수탁법인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공헌과 기여를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수익에서 어느 정도의 비율이 지역사회에 환원이 될 것인가도 중요한 추천 기준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⓶ 함양군은 ‘주민협의체’의 추천을 받은 법인에 대해 공유재산심의회를 구성해서 그 법인이 두레원을 관리위탁 하는 것이 적합한지 심의·의결한다.
⓷ 해당 회계 연도가 만료되면 사무 처리 결과와 회계 결산을 하는 자리에, ‘주민협의체’, 관리수탁법인, 담당 공무원, 백전면장, 세무회계사가 모두 참석하여야 한다. 공유재산은 말 그대로 공공재이자 공공의 자산이다. 하지만 백현권역의 두레원과 관련해서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관리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것이었다. 감시와 관리가 느슨해지면 부패는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물론 함양군에만 해도 공유재산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아서 담당 공무원들이 관리하기에 벅차다는 걸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공유재산에 소중한 혈세가 담겨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함양군 공유재산 관리 조례의 절차에 입각해서 조금 더 관리에 노력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담당 공무원들은 필자의 글에 이견이 있거나 반박의 여지가 있다면 거리낌없이 반박문을 기고해줄 것을 요청한다. 반박과 재반박을 통해서 공유재산에 대한 함양군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함양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모니터링 하다 보면 공유재산 관리에 대해 신경을 쓰는 군의원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군의원들 역시 함양군의 공유재산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은 군민들 개개인이 각자의 지역에 있는 공유재산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다. 군민들의 애정 어린 눈길이 쏟아지는 곳에서는 공유재산의 관리 부실이나 공유재산의 사적 소유화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백전면 백현권역 주민들 모두는 두레원의 관리위탁 절차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애정 어린 눈으로 꾸준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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