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유(過所有)’는 ‘무소유(無所有)’의 반대 개념으로 ‘지나치게 많은’이라는 뜻을 가진 과(過)와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소유(所有)을 더하여 만든 말이다. 즉,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소유함’이라는 뜻을 갖는다. ‘증후군(症候群:Syndrome)’은 ‘쉽게 고치기 어렵고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정신적 난치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질병에 걸리게 되면 여러 가지 이상증세가 나타나는데, 이것을 증상·증후·징후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리고 어떤 질병이 두 가지 이상의 증후를 보일 때, 이것을 ‘증후군’이라고 한다.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겪은 내내 우리에게는 최대한 자주, 최대한 많이 먹으라는 본능이 따라다녔다. 식량이 부족했을 때는 그러한 지혜가 유효했다. 하지만 합성비료와 다수확 종자, 콤바인이라는 농기계로 충분을 넘어 차고 넘치도록 생산하기 시작한 20세기에는 타당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한 본능은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안겨주었다. 가능한 많이 먹으려는 무의식적인 충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등스위치 끄듯 그러한 본능을 꺼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먹도록 두뇌가 구조화된 우리 중 다수는 뚱뚱해졌다. 사실 다수 정도가 아니라 너무 많아져서 이레 이 문제를 부르는 명칭까지 생겼다. ‘비만 유행병’ 우리는 지금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물적 재화가 비싸고 희귀했다. 가령 옷 같은 경우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대를 물려가며 입었다. 산업혁명 이전, 셔츠 한 벌에는 시간, 노력, 금전이 터무니없을 만큼 많이 들어갔다. 비만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개인도, 사회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 문제이다. 과체중이라는 것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키거나 시력, 팔, 다리를 잃을 수 있는 불쾌한 질환인 제2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의 의미한다. 즉, 과체중이라는 것은 단명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각한 비만의 경우 비만이 아니었다면 기대할 수 있었을 수명보다 무려 10년 일찍 죽게 된다. 이처럼 끔찍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3분의 2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걱정스럽게도 이처럼 심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있어서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식과 운동부족의 조합 때문이라는 데에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더욱더 걱정스러운 것은 비만이 다음 세대에 끼칠지 모르는 영향이다. 오늘날 체중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꽤 많은데, 이 아이들이 앞으로 부모 세대보다 단명하게 될 첫 세대가 되어 수백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 비만 유행병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과소유 증후군 또한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비약처럼 들릴 것이다. 왜냐 하면 비만이나 과소유 증후군 둘 다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는 진화적·환경적·직업적 이유이기도 한다. 그래서 비만이 우리 개개인에게나 사회에게 모두 해롭듯 과소유 증후군 또한 우리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과식과 운동부족이 개인의 신체적 건강이나 사회 전반의 건강에 이롭지 못한 것처럼 과도한 소유와 활동부족 또한 개인의 정신건강과 국가 전체의 안녕에 이롭지 못하다. 과도한 소유와 활동부족, 재물의 축적에만 몰두하는 삶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미국 중산층의 가정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고급 바비큐 세트와 야외용 식기 세트에 많은 돈을 들어놓고도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주일에 평균 15분 이하’라는 조사결과는 놀라웠다. 캐나다 토론토 대화재 사건을 예를 보면 소방관 몇 명으로 한 시간이면 진화할 수 있었는데도 소방차 27대와 소방관 300명이 8시간이나 사투를 벌였는데 천 명 이상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린 6등급 화재가 되었다. 강풍과 건물 내 스프링클러 부재와 같은 다양한 요인이 있기는 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건물 내 ‘너무 많은 물건’이었다. 즉 과소유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소유증후군에 대한 연구를 한 리처드 이스털린이라는 연구자는 “물질만능주의는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보다 우리의 기쁨을 앗아가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며, 더욱 심하게는 우울하게까지 만들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맨 처음 마신 커피는 맛있는 반면 두 번째 마신 커피는 맛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제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오늘날과 같은 성과중심주의 사회에서는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성공을 의미하며, 반대로 물건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실패를 말해 주기 때문에 모두들 소유하려는 과소유증후군이라는 중병에 걸려 있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가 우리에게 안겨 주는 지위 불안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바로 우울감인데 그 수와 심각성이 모두 기록적이다. 1970년대부터 21세기 전환기까지 선진국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아동 및 성인의 수는 두 배로 뛰었다. 현재 영국인의 4분의 1이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요즘 미국인들은 1950년대를 살았던 미국인들보다 세 배쯤 더 우울하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통계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는 힘들어도 표를 내지 않는 경향이 있었고, 현대의 의사들은 항우울제 진단과 처방에 주저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대충 얼버무리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통계가 보여주는 수치는 광범위하고 빈틈없는 연구 결과와 의사의 처방이 아닌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익명의 설문조사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이 증가 추세이며 증가 속도 또한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성공을 물질적인 측면에서 평가하고 있는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최고의 불행은 바로 과소유증후군이다. 요즘 서구에서는 물건을 되도록 적게 가지려 하고, 최소한의 물건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삶의 방식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철학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들은 더 적게 갖는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물건이 많을수록,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 ‘과소유증후군’의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철학을 새겨야겠다. 법정(法頂) 스님의 무소유(無所有) 즉 불필요한 것을 최대한 줄이는 철학이 다시 한 번 되새겨 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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